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악화와 가계대출 억제 주문으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며, 대출 절벽 현상이 고신용자까지 확대되고 있다.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고신용자의 시중은행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중·저신용자로 비중을 넓히던 인터넷전문은행마저 가계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880점대로 치솟으며 중·저신용자의 돈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점수를 기준으로 ▲1등급 942~1000점 ▲2등급 891~941점 ▲3등급 832~890점 ▲4등급 768~831점으로 나뉘며, 통상 3등급까지 고신용자로 분류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평균 신용점수가 900점 초중반까지 오르며 3등급 차주(돈 빌리는 사람)도 시중은행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27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는 925점으로 올해 초(903점)보다 22점 상향됐다. 은행별로 평균 신용점수를 살펴보면 ▲KB국민 947점 ▲우리 936점 ▲하나 918점 ▲NH농협 917 ▲신한 909점 순이었다.
중·저신용자의 창구가 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에도 카카오·케이·토스뱅크 3사의 평균 신용점수는 884점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840점이었던 평균 신용점수로부터 40점 이상 오른 수치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가 올해 초 770점에서 지난 8월 867점으로, ▲토스뱅크는 857점에서 918점으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중·저신용자는 제2금융권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1개 중 16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에는 35개의 저축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했으며, 이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9곳에 불과했다. 1년 만에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저축은행 비중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근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데는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은행 연체율은 0.39%로 전달(0.35%)보다 0.04%p 상승했다.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0.71%로 전달(0.62%)보다 0.09%p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5.65%로 전년 말(5.14%)보다 0.51%p나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는 상향 조정되며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8월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83%로 7월보다 0.03%p 올랐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주문하자 은행권에서는 가산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등 대출금리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26일 법원행정처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회생·파산 등 도산 사건이 총 13만7484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1.36% 증가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도산 절차 전체 유형 가운데 면책 사건을 제외한 개인회생, 개인파산, 법인회생, 법인파산 사건이 모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회생 사건은 8월까지 총 8만748건이 접수돼 작년 접수된 전체 개인회생 사건(8만9966건)의 약 90%에 달한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