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능력 평가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28일 주 채권은행인 KDB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부실기업의 회생을 위해 채권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채권금융기관의 주도로 수행되는 기업개선작업이다. 기업이 주도하여 부실기업을 회생시키는 ‘턴어라운드’와 기업이 법원에 신청하여 회생을 모색하는 ‘법정관리’와 달리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구조조정 작업이 수행된다. 채권단의 75%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해당 부실 기업은 법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지원을 얻어 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산업은행은 이날 오전 채권단협의회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할 경우 시공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건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이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대출 규모는 약 3조2000억 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은 당장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 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이달까지 태영건설이 갚아야 하는 대출액은 3956억 원에 이른다.
태영건설의 PF 대출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4대 금융사가 모두 개입돼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그동안 수천억 원대 대출을 제공해온 금융기관들의 일부 채권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PF 대출 1천292억 원과 단기차입금 710억 원 등 2천2억 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PF 대출 1천500억 원과 단기차입금 100억 원 등 1천600억 원, 기업은행은 PF 대출 997억 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 원을 각각 빌려줬다.
신한은행은 PF 대출 436억 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 원을,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 원과 단기차입금 450억 원 등 619억 원을 각각 태영건설에 대출해준 상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설은 전날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전일 태영건설 주가는 19.57% 급락한 2405원에 거래를 마쳤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태영건설은 개장 직후 전일 대비 19.54% 급락하며 1935원의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오전 9시 3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72% 하락한 2075원에 거래되던 태영건설 주가는 이날 10시 7분을 기점으로 14.76% 치솟으며 2760원대를 회복하는 등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태영건설이 소유한 방송사 SBS의 주가는 이날 장중 전일 대비 17.29% 상승한 3만5950원에 거래됐다. 10시 03분 현재는 전거래일 대비 3.26% 오른 3만1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모체이자 핵심 계열사다. 일각에서 태영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SBS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며 주가상승 재료가 됐다는 분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