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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북문화의 핵심은 함께 나누는 것” 서노원 성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성북의 대표 축제 ‘누리마실’ 올해로 16회째… 가을엔 거리 축제도 계획… 직영 도서관 16곳, 지역문화거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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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8호 김응구⁄ 2024.03.26 15:18:36

서노원 성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서울 자치구, 서울시청, 서울시립대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지금의 자리에 앉았다. 사진=김응구 기자

서울 성북구는 볼 게 참 많다. 밖에서 보면 안 보일지언정 안으로 들어오면 셀 수 없다. 무엇보다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고 각종 문화시설도 적지 않다. 구(區)가 세운 극장에선 저렴하게 개봉 영화를 보고, 세계인과 함께하는 축제도 때마다 펼쳐진다. 42만여 성북구민의 얼굴이 늘 밝은 이유다.

그러니 성북문화재단은 늘 바쁘다. 한 가지 문화 사업이 시작되면 또 다른 하나가 기다린다. 그렇게 쌓인 ‘내공’ 덕분인지, 고루한 전통을 내세우거나 트렌드와 적당히 타협하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핵심은 성북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걸 모두와 나누는 것. 성북문화재단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설립된 지 올해로 12년째인데도 늘 2012년의 첫날처럼 성북문화재단은 늘 바쁘다.

지난해 9월 서노원 대표이사가 새로 취임했다. 3월 14일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웃는 낯으로 반겼다. 꽃샘추위 속 날이 참 좋았고, 함께 만난 사람들은 더욱 좋았다.

- 내일이면 대표님이 취임한 지 딱 6개월이에요. 성북에 처음 오셨을 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을까요?
“성북은 일단 역사문화자원이 많은 곳이잖아요. 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사실 자주 찾던 지역은 아니었죠. 그래도 성북동 쪽은 종종 왔었어요. 북한산에 오를 때 정릉을 거쳤던 기억도 있고요. 근데 와서 보니 역사문화자원이나 문화시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어요. 제가 양천에서도 근무(부구청장)했는데 그쪽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어요. 여긴 8개나 되는데 말이죠.”

- 공직생활은 어디서 시작하셨나요.
“성동구청이요. 문화공보실에서 시작했죠. 서울시에선 문화정책과장으로 근무했어요. 2012년엔 새로 취임한 시장(고 박원순)에 맞춰 새로운 문화 비전이 요구됐죠. 그 과정에서 시의 문화예술정책을 자문하는 시민예술단체 전문가들로부터 새로운 문화정책의 ‘패러다임 시프트’(인식 체계의 대전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도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추진하면서 문화 비전을 무난히 수립한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래유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행한 일이에요. 서울의 미래유산을 지정하고 이를 잘 보존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이죠.”

- 성북문화재단에 오시기 전에는 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로도 근무하셨어요.
“저는 공무원, 대학교수를 거쳐 현재 문화재단 대표로 있어요. 비교적 다양한 분야이고, 소위 사회적 평판이 좋은 곳에서 일했죠. 지금도 그렇고요. 개인적으로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공직생활을 마친 후 ‘9 to 6’(9시 출근 6시 퇴근) 생활은 더 이상 안 하려고 맘먹었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체육이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면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마도 서울시 체육진흥과장·문화정책과장 시절의 열정과 아쉬움이 남아 있던 건 아닐까 싶어요. 그러던 중 한 후배가 성북문화재단 대표에 도전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듣는 순간 외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성북문화재단이라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죠.”

- 이제 봄이에요. 성북에도 유명한 축제가 있어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죠. 저도 가본 기억이 있는데, 시작한 지 꽤 됐죠?
“올해가 16회째예요. 5월 19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성북로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이 축제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어요. 성북동 지역에 대사관저가 40곳이 넘어요. 이들의 참여를 끌어들여서 축제를 계속해오고 있죠. 그런 독특함이 있어선지 무척 잘 돼요. 저는 지난해 9월에 와서 아직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연말 크리스마스 무렵 대사관들이 참여한 유러피언 크리스마스 마켓만 봐도 대단했어요. 한성대입구역에서 이틀에 걸쳐 열렸는데 관람객이 엄청나게 많이 오더라고요.”

- 그럼 이 ‘누리마실’은 잘 정착됐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성북의 대표 축제가 됐죠. 실제로도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고요. 지난해 10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축제만이 아닌 문화관광 전부를 대상으로 한 건데, 이게 아마도 축제 분야는 서울에서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 100)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무형 문화자원을 선정하고 홍보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인종·문화·국가·세대 간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 축제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서노원 대표는 성북의 대표 축제인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100)에 선정됐다며 웃었다. 사진=김응구 기자

- 생각해보니 지난해 9월에는 ‘라틴아메리카 축제’도 열렸어요. 그때도 가서 봤는데, 한성대입구역 분수광장이 사람들로 넘쳐나더라고요.
“성북구에 대학이 많잖아요. 그러니 유학생들도 생각보다 많아요. 유학생 커뮤니티 그룹을 통해서 누리마실이나 라틴아메리카 축제 같은 정보를 얻는 거죠.”

- 여름철에는 ‘성북 문화바캉스’가 구민들에게 환영받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던데요?
“이젠 제법 자리 잡은 워터파크 축제예요. 한여름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근사한 워터파크로 만들어놓고 아이들을 초대해요.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여름을 행복하게 보내도록 말이죠. 처음에는 아리랑시네센터 내 조그만 공간을 활용해 아이들이 물놀이하고 놀도록 만들었어요. 그러다 ‘아예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어 그렇게 진행했어요. 그게 성북의 대표적인 여름철 프로그램으로 정착된 거죠. 시작은 2015년이에요. 이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인 곳이 성북인데, 지금은 이를 벤치마킹해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어요.”

-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겠어요. 훗날 그 동네를 기억하는 아이도 많을 거고요.
“여기서 만들어지는 추억과 이야기가 아이들에겐 무척 중요해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아이들이 어디 어디로 바캉스를 다녀왔다고 말하잖아요. 그러는 동안 아무 데도 가지 못한 아이들은 소외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죠. 그 자리에서 ‘문화바캉스’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그때를 기억하며 얘기 나누면 더욱 강한 친밀감과 동질감을 가지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요. 우리의 목표가 그런 겁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문화 향유, 이를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항상 유지하고 있어요.”

- 아까 잠시 말씀하신 곳인데, 돈암동에 아리랑시네센터가 있어요. 개봉관이죠?
“2004년에 개관했어요. 올해가 20주년이죠. 그래서 관련 행사도 겸사겸사 준비하고 있어요. 영화 ‘아리랑’을 만든 나운규 감독 아시죠? 아리랑시네센터가 있는 곳이 ‘아리랑고개’예요. 검증은 안 됐지만 그 영화를 이 일대에서 촬영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곳을 영화의 거리로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생긴 곳이 아리랑시네센터예요. 구립이고, 그 운영을 문화재단이 맡고 있습니다.”

- 와서 보니까 독립영화 상영관도 있어요.
“우선 1관과 2관은 개봉관이에요. 독립영화는 설립 초기부터 기획돼 지금까지 상영하고 있고요. 인디 영화 중에서도 화제작 같은 건 관객들이 꽤 많습니다. 그걸 볼 수 있는 곳이 없다시피 하니까요. 영화감독을 초청해 관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해요.”

서노원 대표는 올가을 석관동 일대에서 거리축제를 새롭게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 ‘성북 책모꼬지’라는 것도 있던데, 독서 활동에 관한 프로그램이겠죠?
“이젠 성북문화재단을 대표한다기보다 전국의 모든 도서관을 대표하는 사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성북문화재단은 2012년 설립 때부터 도서관을 굉장히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어요. 서울 자치구 문화재단이 모두 도서관 업무를 맡는 건 아녜요. 성북구는 도서관을 문화와 결합해, 도서관을 지역 문화 거점으로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도시예요. 일종의 모범 사례죠. ‘책모꼬지’는 책과 관련한 큰 페스티벌이라고 보시면 돼요. 청소년과 장년층으로 이뤄진 ‘한책추진단’이 구성되는데, 이들이 모두가 함께 읽으면 좋을 ‘올해의 한 책’을 선정해요. 지난해에는 2500여 명의 ‘한책추진단’이 활동했어요.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너를 책을 통해 이해하고 다가가는 계기를 만드는 독서가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독서 체험을 제공하는 거죠. 최종의 한 권이 되기 위한 후보 도서들의 작가를 온라인으로 만나는데, 성북구민뿐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고 있어요. 성북문화재단 사업 중에서 이토록 전국적으로 확산한 사례는 아마 없을 듯싶어요.”

- 이 역시 다른 곳에서 벤치마킹하겠어요.
“도서관을 운영하는 지역에서 주로 와요. ‘책모꼬지’라는 명칭을 그대로 쓰지 않더라도, 전국에 벤치마킹 대상으로 많이 퍼져나간 하나의 사례가 됐죠. 최근에는 시설 좋은 곳이 많이 생겨나니 더 좋은 예를 만들 순 있을 거예요. 우리로부터 출발은 했지만, 앞으로도 그 운영까지 모방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 성북문화재단이 성북의 모든 도서관을 운영하는 건가요?
“그렇죠. 현재 16곳이 있고, 두 군데가 더 생길 예정이긴 해요. 하지만 조금 작은 곳은 큰 곳과 합쳐 앞으로도 15곳 내외로 유지할 계획이에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긴 하겠지만 인력 등의 문제가 있으니 쉽지 않아요. 성북구에 모두 20개 동(洞)이 있으니 그래도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될 듯합니다. 성북구는 전임 구청장도 그랬지만 지금 청장님(이승로 구청장) 역시 도서관에 대해 정말 많은 신경을 써요. 제가 봐도 관내 도서관이 이만큼 뛰어난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운영되는 곳은 없는 것 같아요.”

- 올해 새롭게 준비하는 축제도 있을까요?
“올가을에는 석관동 일대에서 거리문화 축제를 시도해 보려고 해요. 예산도 잡혀 있어요. 사실 거리축제는 성공시키기 어려워 걱정이기도 한데, 어떻게든 누리마실 같이 널리 알려진 축제로 만들어야죠.”

- 성북문화재단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건데, ‘성북구 2030 문화 비전’을 수립 중이죠? 중장기 비전인 듯한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성북구는 2021년에 ‘제4차 문화도시 예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어요. 그래서 2023년까지 ‘법정문화도시’를 지정받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3년 가까이 성북을 ‘문화로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고자 여러 노력을 펼치는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성북형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가야 할 비전과 방향을 담은 내용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법정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고, 주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자 지정하는 사업이다. 5년간 총사업비로 최대 200억 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새롭게 추진하면서 법정문화도시는 이제 더 이상 지정하지 않는다.

“비전 실행을 위해선 크게 네 가지 전략 목표를 세웠어요. ‘모든 구민 일상의 문화적 활기’, ‘성북문화의 매력·가치 고도화’, ‘성북 문화자원의 지역사회, 경제 성장 동력화’, ‘신뢰 및 협력 기반 문화 리더십 재정립’ 이렇게 마련했어요. 이 목표 아래 24개의 전략 과제가 있죠. 모두 올해부터 시작합니다.”

서노원 대표는 “성북구에는 17개의 문화시설과 16곳의 도서관이 있으니 여기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김응구 기자

- 성북구에는 예술인도 많죠?
“성북에 등록된 예술인이 꽤 많죠. 통계로 보면 (서울에선) 마포 다음이에요. 전국적으로 봐도 상위권이고요. 특히 연극인들이 많습니다. 언젠가 서울시 연극협회장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학로가 비싸지면서 한성대입구역 쪽으로 옮겨온 연극인들이 꽤 많답니다. 소극장은 대학로에 많아도 극단은 이쪽이 많대요. 연습 공간 같은 것도 성북 쪽에 많아서 등록된 연극인만 1300명가량 된다고 해요. 올 상반기엔 한성대입구역 쪽에 서울연극창작지원센터도 문을 열어요. 서울시 연극협회가 그 센터로 들어가는 것으로 아는데, 그럼 성북구와 협업할 일도 생길 거라고 봐요.”

- 성북 이곳저곳을 다니시면 여러 장면과 마주할 텐데요. 혹시 문화 사업과 관련해서 조금 아쉬운 점은 없나요?
“성북구는 아동 친화 도시예요. 그래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죠. 게다가 ‘혁신교육지구’에 선정되면서 문예체(文藝體) 교육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장애 아동·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에요. 물론 학교별로 특수학급 수업이 진행되고 있긴 하죠. 하지만 이의 활발한 교류나 적극적인 지원이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에요. 성북문화재단은 장애 아동·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만드는 여러 문화체험 프로그램이나 축제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문화 향유야말로 재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보는 거죠.”

- 마지막으로 늘 문화예술에 목마른 성북구민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성북문화재단은 성북구청이 출연한 기관입니다. 구민들 세금이 주된 재원이고, 그것으로 운영하죠. 규모나 인력 면에서, 특히 전통적인 사업에 있어서 그 어떤 문화재단에 뒤지지 않는 운영 프로그램과 시설관리를 자신해요. 극장, 공연장, 미술관, 연극 공간, 문화예술교육센터 등 문화시설이 17개나 되고 곳곳에는 도서관이 16곳이나 있습니다. 성북구민 모두 이들 시설에 오셔서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그러는 중에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꺼이 나눠주시길 기대합니다.”

서노원 대표는 만남의 처음과 끝, 모두 웃었다. 타고난 소안(笑顔)인 듯, 누굴 만나든 늘 그러지 않을까 싶다.

문화는 웃음이다. 웃으면서 만들고 웃으며 즐긴다. 그래야 문화다. 서노원 대표가 웃어야 재단 직원이 웃고, 결국 웃음 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1년 365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성북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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