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2호 김예은⁄ 2024.05.21 17:09:53
현대자동차가 더위와 대기오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틴팅을 할 수 없는 파키스탄 운전자들을 위해 투명하면서도 차량 내부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복사 냉각 필름을 제공하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MADE COOLER BY HYUNDAI)’ 캠페인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나노 쿨링 필름의 기술 완성도를 높여 향후 출시될 신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파키스탄 제2의 도시 라호르(Lahore)에서 ‘나노 쿨링 필름(Nano Cooling Film)’을 70여 대의 차량 윈도우에 무상으로 부착해 주는 ‘메이드 쿨러 바이 현대(MADE COOLER BY HYUNDAI)’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보안상의 이유로 자동차의 틴팅 필름 부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여름이면 최고 기온이 50℃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연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운전자는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주행한다.
특히 라호르는 2022년 대기오염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데, 여름철 에어컨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연료 소모가 대기 오염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차는 라호르 주민들이 겪는 경제적, 환경적 어려움을 앞선 기술을 활용해 개선하고자 본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3월부터 현지 고객 70여 명을 대상으로 캠페인 참여 신청을 받았으며, 고객이 예약된 날짜에 현대차 라호르 AS센터를 방문하면 나노 쿨링 필름을 무상으로 장착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가 개발한 나노 쿨링 필름은 태양열을 일부 반사하는 기존 틴팅 필름의 역할에 더해 차량 내부의 적외선을 밖으로 방사하는 기능까지 추가로 갖춘 것으로, 거의 투명해 현지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더운 날씨에 실내 온도를 10℃ 이상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캠페인에 적용된 나노 쿨링 필름은 기술 상용화 직전 단계로, 시범 부착을 통해 실증 데이터를 수집함으로써 추후 양산을 위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운전자들의 쾌적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료 소모를 줄여 환경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인류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현지 언론과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필름을 부착한 고객의 차량에 ‘MADE COOLER(더 시원한, 더 멋진) BY HYUNDAI’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투명 복사 냉각 기술로 탄생한 ‘나노 쿨링 필름’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나노 쿨링 필름은 차량의 유리에 부착돼 더운 날씨에도 별도의 에너지 소비 없이 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낮추는 친환경 기술이다. 열방사 효과를 극대화하는 복사 냉각 기술을 적용해 기존 틴팅 필름보다 냉각 성능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틴팅 필름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차단율을 높일수록 어두워지는 필름은 시야 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한번 들어온 열을 외부로 내보내지 못해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현대차가 개발한 나노 쿨링 필름은 높은 투과율을 유지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외부의 열에너지를 차단할 뿐 아니라 내부의 복사열을 외부로 방출한다.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을 복사냉각이라고 한다.
이 소재는 태양열의 특정 파장대를 막거나 방출하는 3개의 각기 다른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층 필름 구조로 이뤄진 필름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외선, 가시광선, 근적외선과 같은 열을 차단하고 효과적인 복사 냉각을 위해 원적외선 대의 열을 방사하는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필름의 안쪽 두 개 층은 틴팅 필름과 같이 밖에서 들어오는 태양열(근적외선대 파장)을 반사해 내부로 열이 전달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바깥층은 차량 내부의 복사열(중적외선대 파장)을 외부로 내보내 실내를 식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열 차단 기능에 열이 외부로 방출되도록 하는 기능이 추가됨으로써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추어 내부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동시에 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틴팅 필름을 실제 차량에 적용해 자체 시험한 결과, 복사냉각 필름을 부착한 차량은 기존 틴팅 필름 적용 차량보다 최대 7℃가량 실내 온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여름철 차량 탑승 직후 에어컨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됨으로써 차량 운행주기 탄소 배출량은 약 0.3~0.8% 저감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나노 쿨링 필름의 효과는 외기 온도가 높을수록 냉각 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기온이 50도를 웃도는 파키스탄의 뜨거운 날씨에서 나노 쿨링 필름이 더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대차가 여름철 낮 동안 야외에서 실제 차량의 실내 온도를 비교 평가한 결과, 나노 쿨링 필름을 적용한 차량의 운전석 헤드레스트 부분 온도가 일반 틴팅 필름을 적용한 차량 대비 최대 10.98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틴팅 필름을 적용하지 않은 차량과 비교해서는 최대 12.33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노 쿨링 필름을 적용한 차량의 크래쉬패드 온도는 틴팅 필름 적용 차량 대비 최대 15.38도 낮았으며, 틴팅 필름을 적용하지 않은 차량 대비해서는 최대 22도 낮게 나타났다.
자동차 틴팅이 허용되는 다른 국가의 경우, 나노 쿨링 필름 뒷면에 기존 틴팅 필름을 덧대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틴팅 필름의 열 차단 효과에 나노 쿨링 필름의 반사/방사 효과가 더해져 더욱 큰 냉각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차는 나노 쿨링 필름이 전기차에 적용되면 에너지 효율성 강화에 기반해 주행가능거리(AER) 개선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동화 차량을 비롯해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Built Vehicle, PBV)와 같이 미래 모빌리티의 유리 면적이 넓어지는 추세에 따라 이 기술의 활용도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여름철 냉각이 중요한 건물이나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추가적인 에너지 사용 없이 효율적인 열 관리와 이를 통한 탄소 저감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나노 쿨링 필름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목표 아래 현대차그룹이 연구 개발 중인 핵심 기초 소재 기술 중 하나다. 차량의 글라스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산성을 고려해 대면적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7월 ‘나노테크데이’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나노 쿨링 필름의 개발 성과를 최초 공개하며 소재 기술의 혁신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부품이나 시스템 개발에 앞서 첨단 소재 기술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모빌리티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장 홍승현 상무는 "나노 기반 기술들은 현대차그룹 소재 전문가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나노 소재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변화를 선도할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노 쿨링 필름의 연구개발을 맡은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이민재 책임연구원은 "앞서 선행 기술로 소개했던 나노 쿨링 필름의 기술적 완성도를 불과 수개월 만에 끌어올려 실제 운전자 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된 것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현대차가 보유한 기술력을 토대로 전 세계 고객들에게 적합한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