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오는 26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6월 경매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경매엔 국내외 근현대 작품과 한국화 및 고미술품 125점, 약 104억 원어치가 출품된다.
‘근대를 수놓은 작가들’ 섹션에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태동해 한국의 근대 화단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대표적 예술가 8인(박수근, 도상봉, 박고석, 윤중식, 김인승, 최영림, 임직순, 권옥연) 중심으로 근대 미술을 조명한다.
이들은 역동적 변화의 시기,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 미술을 어떻게 한국 미술에 대입해 한국 특유의 근대적 가치를 정립할 것인지 고민했다. 한국의 근대미술이 자리잡기까지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한 주요 작가들의 명작을 이번 경매를 통해 재조명해본다.
이번 경매 출품작인 ‘농악’은 농사일을 끝내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음악과 춤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것인데, 단순한 농촌의 풍경을 넘어 한국 전통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박수근 회고전에 출품되기도 했다.
1세대 서양화가이자 근대 대표 구상화가인 도상봉은 고전적 사실주의와 한국적 아카데미즘의 원형을 확립했다. 경매 출품작 ‘정물’은 그가 사랑했던 백자가 은은한 빛깔로 표현돼 있고, 차분한 붓 터치로 그린 과일이 백자와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생전 산 사나이라고 불렸던 박고석은 산을 많이 그렸다. 이번 경매 출품작 역시 그가 즐겨 다녔던 치악산 풍경을 그린 것인데, 강렬한 색감과 두터운 붓질이 매력적이다.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자세로 황혼녘과 새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 윤중식의 작품은 굵은 윤곽선과 두터운 색채가 특징이다. 경매 출품작은 ‘어항이 있는 정물’이다. 김인승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변화를 화면에 담는 인상주의 기법과 고전주의 회화에서 볼 수 있는 조화롭고 안정적 구도를 채택해 독자적인 미감을 완성했다. 장미와 모란을 많이 그려 장미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정물’이다.
최영림은 고뇌 어린 인물상부터 추상, 반추상의 상징적 작업뿐 아니라, 민담과 전설, 설화까지 이르는 다양한 소재로 작업을 전개했다. 경매 출품작은 ‘여와 소’다.
색채화가 임직순은 인상주의적 화풍의 밝고 정감 있는 색채를 사용해 주변의 소재를 주로 그렸다. 그가 다룬 소재는 인물, 정물, 풍경으로 압축되는데, 특히 꽃과 소녀를 좋아했다. 경매 출품작은 ‘7월의 여인’이다. 권옥연의 작품은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작품 전반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차가우면서도 차분한 색채는 관람객에게 은밀한 감흥을 불러 일으켜 심연으로 가라앉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경매 출품작은 ‘풍경’이다.
해외 부문에는 20세기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러브(LOVE) (Red/Blue/Green)’(3~4억 원)가 출품되는데, 특히 러브 시리즈 작품 중에서도 희소성이 높은 레드, 블루, 그린 조합이라 눈길을 끈다. 출품작에 사용된 레드, 블루, 그린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을 반영하는 색으로, 대공황 시절 아버지가 근무했던 주유 회사 ‘필립스 66’의 로고, 즉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빛을 발하던 레드와 그린의 색 조합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 더욱 가치가 높은 작품이다.
우고 론디로네, 안나 박, 마리 로랑생, 탐 웨슬만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이 밖에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시장을 꾸준히 이끌어가고 있는 이건용, 이배, 이강소, 전광영 그리고 우국원, 옥승철, 아야코 록카쿠, 에가미 에츠 등 국내외 컨템포러리 작가들의 작품도 골고루 출품된다.
경매 프리뷰는 15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6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고,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26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