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4.07.12 15:21:56
두산그룹이 그룹사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시켜 로봇 분야에 힘을 싣는다. 11일 공시된 지배 구조 개편안에 따라 이날 두산로보틱스는 25%대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두산로보틱스는 전거래일 대비 2만1400원(25.09%) 상승한 10만6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11일 공시를 통해 △로봇, 기계 등 ‘스마트 머신’(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원자력발전·수소사업 등 ‘클린 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 등 3대 미래 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그룹사 지배 구조를 재편한다고 밝혔다.
과거 오비맥주를 중심으로 소비재(B2C) 사업에 주력했던 두산이 20년 전 중공업(B2B) 그룹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한 이후 또 한번의 대대적 사업 전환을 모색한 것이다.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이자 그룹사의 핵심 자금원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2007년 총 49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중장비 회사 밥캣을 인수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 대기업을 인수한 최초의 사례이자,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합병(M&A)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두산밥캣은 2022년부터 매해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며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매김 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글로벌 건설장비 업체 매출 ‘톱10’에 처음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 매출 9조7589억원과 영업이익 1조389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2%, 영업익은 29.7%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 두산밥캣이 기록한 영업이익은 두산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97% 를 차지한다.
해당 두산밥캣의 두산로보틱스편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사업간의 시너지 극대화다. 두산밥캣의 기존 모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과 친환경 에너지 등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건설기계 제조사인 두산밥켓과의 사업적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다. 또 다른 자회사인 두산 퓨얼셀이 수소 중심의 에너지 기업인 것과는 달리 상호 연관성이 적어 각각 별도 회사처럼 운영돼왔다.
반면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산하에 놓이면 두산밥켓은 두산로보틱스의 로봇기술을 사업에 적용할 수 있고,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이 미국과 유럽에 구축한 폭넓은 딜러망을 활용할 수 있는 등의 상호 시너지가 강화된다.
두산밥캣은 또한 미래 먹거리로 무인 자동화 건설기계 개발 등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력이 기술고도화와 미래 시장 선점 등의 시너지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밖에도 두산밥캣은 78년 업력으로 미국과 유럽에 900여 개의 딜러망을 확보하고 있어 미래 두산로보틱스 제품의 글로벌 확장에 큰 힘이 실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의 자금력은 두산로보틱스의 신성장동력을 확장 하는 것에 가장 큰 성장 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로보틱스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손꼽히는 부문이지만, 두산로보틱스는 2015년 7월 설립 후 10년 동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32억원, 1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른 R&D 투자를 위한 자금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사는 지배 구조 개편으로 확보된 기술 협력과 자금력의 자원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모션(움직임)제어 등의 미래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을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 분할한 뒤, 투자회사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포괄적 지분 교환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두산밥캣은 상장 폐지된다. 회사는 기존 주주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주식 교환 방식으로 별도의 자금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는 각각 지분 매각 대가과 합병 대가로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받게된다. 교환 비율은 상장사인 두 회사의 1개월 평균 주가 등을 감안해 산정됐다. 이에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보유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0.0315651주를 받게 되며, 두산밥캣 일반 주주들은 보유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보통주 0.6317462주를 지급받는다.
이날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르면 연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로보틱스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귀결되며,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휴림로봇(12.36%), 지니틱스(8.28%) 등의 로봇 관련주의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