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30여 년 동안 운영하며 문화예술계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수 김민기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1969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입학한 뒤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1학년 1학기를 마친 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을 시작했고,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열며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고인은 1973년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을 연출했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한 뒤로는 공연을 연출하며 고(故) 김광석을 비롯해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 스타들을 배출했다.
1994년 초연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기념비적 작품으로 남았다. 김민기는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해 지난해까지 80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대학로 소극장 침체기가 오면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뮤지컬 ‘의형제’(2000), ‘개똥이’(2006)와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2004), ‘고추장 떡볶이’(2008) 등을 연출하며 대학로 공연 문화를 이끌었다.
올해 3월 15일 학전이 개관 33주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이달 17일 재개관하며 김민기의 의지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 2남이 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