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홍성재 의학박사) 원형탈모는 말 그대로 동그란 모양으로 빠지는 탈모다. 전 인구의 1.7% 비율로 발생할 정도로 흔하다. 원형탈모는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비율이 높고, 초기에 탈모 부위에 스테로이드(steroid) 주사제를 투여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원형탈모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해로운 병원체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혈액 면역세포인 T세포가 이들을 공격한다. 그런데 T세포가 자신의 모발 세포를 해로운 것으로 잘못 판단해 공격하여 모발을 탈락시키는 질환이 바로 원형탈모다.
T세포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를 비롯하여 살해 T세포(killer T cell), 도움 T세포(helper T cell), 기억 T세포(memory T cell)로 나뉜다.
외부에서 세균 등이 체내에 들어오면, 조절 T세포가 감지하고 도움 T세포에 명령하여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하여 살해 T세포와 B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살해 T세포는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들을 죽이고, B세포는 항체를 분비하여 항원의 활성을 저해한다. 목적을 달성하면 조절 T세포가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리면서 면역 활동이 끝난다.
이 같은 전반적인 면역 활동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조절 T세포다.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하는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억제를 유도하는 세포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 반응(immune response)을 감소시키거나 불필요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정상 상태인 자기 몸 조직에 대한 면역 반응을 막아 인체를 보호한다.
그러나 만약에 조절 T세포가 기능을 잃으면 면역 활동이 멈추지 않으면서 자신의 정상 조직까지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유발된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원형탈모 외에 류마티스 관절염, 악성 빈혈, 인슐린 의존성 당뇨, 그레이브스병,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 등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조절 T세포가 기능을 잃음으로써 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상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원형탈모는 다른 자가면역질환과 달리 쉽게 치료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조절 T세포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 기능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형탈모의 약 2% 이내에선 다른 자가면역질환처럼 난치성 전두탈모로 확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원형탈모가 두피 여러 곳으로 확산된다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간혹 전두탈모로 전환되는데도 불구하고 잘못된 치료 방법을 선택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면서 두피는 물론 몸의 털이란 털은 다 빠지는 전신탈모로 확산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원형탈모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기 원형탈모는 스테로이드 주사만 투여해도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두피에 다발성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 면역억제제(면역체계 활성을 줄이거나 억제하는 약물)를 이용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전두탈모나 전신탈모로의 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