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4.08.23 09:27:52
“이혼을 준비하며 결혼 생활할 순 없지 않느냐.”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이 앞으로 프리즈와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러면서 내년 키아프 세계 진출에도 프리즈가 함께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4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공식 개막을 앞둔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이달 22일 간담회를 열고 세부 일정 및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키아프·프리즈 서울의 협력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키아프와 프리즈는 5년 공동 개최 계약을 맺었고, 올해 3회차를 맞았다.
키아프 주최 측인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프리즈와 현재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프리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키아프가 내년 4월 프리즈가 운영하는 미국 시카고엑스포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서도 프리즈와 돈독한 관계라는 걸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리즈의 사이먼 폭스 최고경영자(CEO)가 간담회를 통해서 “현재의 파트너십은 아주 장기적인 결혼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관련해 황달성 회장은 “이혼을 준비하며 결혼 생활을 할 수는 없다”고 답하며 “프리즈와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키아프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의 패트릭 리 디렉터 역시 “당초 5년 개최로 합의했지만, 지난해에도 키아프 측과 지속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체적인 사항들은 앞으로 협의를 해야 하지만, 양측에 모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키아프 “참가국가·공간·장르·디지털 확장”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올해 비전 및 주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올해로 23회째를 맞는 키아프 서울 2024는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서유럽, 북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등 7개 지역을 대표하는 22개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해 전 세계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특히 전체 갤러리의 3분의 1 이상이 해외에서 참가해 국제적 참여도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국내 정상급 갤러리 132개가 참여해 한국 미술계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키아프 측은 “크게 올해 4가지 확장이 이뤄졌다. 44개 대륙 22개국 갤러리 참가를 유치하며 ‘참가 국가 확장’으로 글로벌 예술 플랫폼으로서의 키아프 위상 강화에 나섰다. 또한 기존 행사가 열리던 코엑스 1층을 비롯해 2층 ‘더 플라츠’까지 ‘공간 확장’을 꾀한다. 여기에 국내 전역으로 연계 행사도 확장한다”며 “장르적으로도 대형 설치 미술, 퍼포먼스, VR 등 현대미술 전반을 아우르며 ‘장르 확장’을 시도했다.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음악 콘서트도 연다. 마지막으로 키아프 VIP 전용 모바일 앱을 처음으로 제작하며 ‘디지털로의 확장’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키아프는 올해 ‘새로운 발견과 신선한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구체적으로 165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즈’, 운영 기간 10년 미만 신생 갤러리를 소개하는 ‘플러스’, 한 작가의 작업세계에 집중하는 ‘솔로’ 섹션이 구성된다.
갤러리즈 섹션엔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학고재, 아트스페이스3, 조현화랑 등 국내 우수 갤러리가 참여하는 동시에 미국 뉴욕 순다람 타고르 갤러리, 나고야의 스탠딩 파인, 마드리드의 알바란 부르다 갤러리, 도쿄의 스노우 컨템포러리 등 21개국 해외 갤러리가 글로벌 동시대 미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더불어 그동안 국내 미술시장을 선도하는 동시에 한국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키아프는 동시대 미술의 역동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플랫폼 Kiaf HIGHLIGHTS Awards(키아프 하이라이트)를 통해 주목해야 할 세미파이널리스트 10인을 선정했다. 다음달 4일 개막일 현장 심사를 통해 3인의 파이널리스트가 선정되며, 각 파이널리스트에게는 창작지원금 1000만 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대 사회와 예술의 미래적 대안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특별 전시 ‘키아프 온사이트(Kiaf onSITE): 보이지 않는 전환점(Invisible Transitions)’도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과 공동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아트페어의 역할, 예술과 사회의 관계, 큐레이터와 갤러리의 협업, 아시아 미술의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또한 키아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간에 이뤄지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와 연계하고, 인천국제공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과 협력해 상업 신과 비영리 전시 행사가 어우러지는 장을 만든다.
이 밖에도 컬렉터와 큐레이터, 작가 등 예술계 글로벌 인사가 함께하는 파티를 비롯해 작가 스튜디오 투어, 도슨트 프로그램 등의 단독 VIP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다음달 3일 국립극장에서는 마리끌레르가 주최하는 아트 나잇이 전야제로 열린다. 리드 미디어 파트너 마리끌레르가 K-아트 신의 다양성과 세계화를 함께 도모하며, 글로벌 아트 시티로서의 서울을 글로벌 미술 인사들에게 소개한다.
다음달 4일에는 키아프 서울 2024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휘겸재에서 키아프 온 나이트(Kiaf on NIGHT) 행사를 진행, 삼청나잇의 열기에 동참한다. 또한 다음달 6일 예정된 또 하나의 Kiaf on NIGHT 행사는 주류 브랜드 로얄살루트와 함께해 감각적인 공간에서 음악과 예술, 주류가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한다.
키아프는 지난해에 이어 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과 함께 토크 프로그램 공동 기획해 글로벌 미술계의 저명 인사들이 참여해 국제 미술 시장과 현대미술의 흐름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
황달성 회장은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미술시장 역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아시아 아트페어를 살펴볼 때, 올해 규모를 확장한 아트페어는 키아프가 유일할 것”이라며 키아프의 성장성을 언급했다.
이어 황 회장은 서울이 아트 허브로 도약하고 키아프가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올해로 3회째 페어를 함께 준비 중인 프리즈를 꼽으며 “키아프는 프리즈와 선의의 경쟁 중이다. 올해 키아프는 800평 정도 공간이 늘었는데, 참여 갤러리 숫자는 4~5개 정도 줄이고 프로그램 부스 구성 등을 신경 쓰며 질적 성장에 신경 썼다. 한국인의 근성으로 프리즈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키아프가 세계적인 페어로 성장하고 서울이 아트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지원과 뜻이 모였다. 미술의 경계를 넘어 정부 기관, 비영리 단체, 다양한 문화계가 뜻을 모아 키아프 서울 2024를 준비했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키아프는 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로 시작하여, 전 세계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 키아프의 성장과 더불어, 서울은 예술과 다양한 문화적 교류가 어우러지는 세계 미술 시장의 활기찬 허브로 도약했다. 키아프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국과 국제 미술 시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전통 예술과 현대 예술을 한곳에 모으는 글로벌 플랫폼, 세계 미술인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