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1호 김금영⁄ 2024.09.09 17:14:05
“2~3년 내에 이랜드 자체 박물관 개관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규모는 1만 5000여 평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이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박물관 사업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최근 뮤지엄엘 개관전 행사에 참석한 이랜드뮤지엄 서영희 전시총괄 이사는 박물관 개관 계획을 밝히면서 “이랜드뮤지엄은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패션 ▲아트 4가지 맥락 아래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희귀 컬렉션을 수집해 왔다”며 “많은 협업을 통해 박물관 건립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 뮤지엄엘과의 협업 또한 박물관 운영을 사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DDP 등과 협업
현대百과의 시너지 효과 눈길
그의 말을 입증하듯 이랜드뮤지엄은 최근 몇 년 간에 걸쳐 여러 협업을 전개하며 전시를 선보여 왔다. 장소도 문화예술 기관인 세종문화회관부터 복합문화공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LG헬로비전이 운영하는 뮤지엄엘, 대중적인 백화점 등 다양했다. 과거 애슐리퀸즈 등 자사 브랜드 매장 위주로 전시해 온 희귀 소장품들을 협업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장소에 공개한 것.
본격적인 시작점은 세종문화회관 전시였다. 2022년 세계적인 스타와 유명인사의 신발과 가방 등 패션 소장품 200여 점을 엄선해 ‘셀럽이 사랑한 백&슈즈’전을 선보였다. 해당 전시는 이랜드뮤지엄의 수많은 소장품 중 패션 소장품을 대규모로 공개하는 첫 자리로 주목받았다.
당시 세종문화회관이 광화문 리뉴얼 개장과 함께 서울 시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공동 기획전을 이랜드 측에 먼저 제안했고, 이랜드 측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협업이 성사됐다. 당시 이랜드 측은 “대중에게 처음으로 이랜드의 희귀 컬렉션을 선보이는 첫 인사의 장으로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해 5월엔 서울디자인재단과 손잡고 DDP에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전을 선보였다.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21인의 의상 컬렉션을 공개했는데,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과 금속을 소재로 사용해 디자인의 혁신을 일으킨 파코 라반의 의상도 전시해 화제가 됐다.
장 폴 고티에, 프랑코 모스키노, 마틴 마르지엘라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를 비롯해 카스텔바작의 테디베어 재킷을 모티브로 한 연진영 작가의 설치 아트, 예술이 된 패션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아텍스트(Artexte)’의 사운드&미디어 아트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 또한 전시 곳곳에 선보였다. 여기에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의 데님 폐제품과 폐원단을 활용해 제작한 연진영 작가의 설치 아트 작품도 아울렀다.
다양한 협업 중 특히 현대백화점과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화제가 됐다. 이랜드뮤지엄과 이월드의 파인 주얼리 브랜드 ‘더그레이스런던(THE GRACE LONDON)’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에 ‘퀸즈 컬렉션’전을 7월 13일~8월 20일 진행했다. 엘리자베스 2세, 마거릿 공주, 빅토리아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윈저 공 부부, 다이애나 비 관련 콜렉션 등 총 80여 점의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구성됐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한 엘리자베스 2세의 무도회 드레스부터 다이애나 비의 웨딩 베일까지, 그동안 공개되지 않던 소장품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렸다. 해당 전시는 오픈 1주일 만에 1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가족 단위 관람객과 20대 여성층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람객의 비중도 높았다.
이 전시는 9월 7일부터 익산 보석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았다.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익산시와 체결한 세계문화예술산업 소장품 전시를 위한 업무협약의 일환으로, 영국 왕실 소장품을 공개하는 특별 전시다”라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4만 명의 대중이 찾은 퀸즈 컬렉션 전시를 이번 교류전을 통해 익산 시민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선보인 ‘위대한 농구선수 75인 전 vol.1’전도 흥행했다. 전·현직 선수와 구단 관계자, 기자들의 투표로 선정된 미국프로농구 75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과 관련된 소장품을 공개했다. 빌 러셀, 카림 압둘자바,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 현역 선수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 유명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고, 이들의 유니폼, 농구화, 우승 트로피 등을 국내에 첫 공개하는 자리였다.
7월 말부터는 이 전시를 뮤지엄엘에 확대해 선보이고 있다. 개관전 행사에서 서영희 이사는 “앞선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시 때 전시에 오픈런이 이어질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보다 넓어진 공간을 활용한 이번 전시는 그간의 전시에서 받았던 피드백들을 반영해 보다 다양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게끔 구성했다”며 “또한 이번 전시는 LG헬로비전과 이랜드라는 규모 있는 기업들끼리의 만남을 통해 글로벌로 행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여러 협업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등 자체 전시 행보도 꾸준
협업뿐 아니라 이랜드는 자체 전시 행보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문화재단은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이랜드갤러리 헤이리’에서 8월 31일부터 10월 26일까지 ‘중국현대미술’ 시리즈 전시와 연계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는 2022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 문을 연 문화예술 재생 콘셉트의 1300㎡ 규모 전시장이다.
‘더 그레잇 네이보스(The Great Neighbors): 중국 거장 3인’전은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A관에서 선보인다. 이랜드그룹이 중국에 진출한 1990년대부터 인연을 맺은 치우더수, 량취엔, 장바오린 등 현대 수묵 거장 3인 관련 컬렉션을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B관에서 공개되는 ‘디어 네이보스(Dear Neighbors): 중국 화가 12인’전에서는 1930년대생 중국 원로 서양화가 티에양의 1960년대 초기 작품부터 1990년대생 영 아티스트들의 최신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랜드문화재단은 이번 전시에 이어 9월 13일부터는 ‘답십리 아트랩’에서 2부 전시 ‘러브 유어 네이보스(Love Your neighbor): 중국 영아티스트 65인’전을 연다. 답십리 아트랩은 젊은 신진 작가들에게 전시와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랜드갤러리가 마련한 공간이다.
9월부터 ▲뉴코아 강남점 ▲NC 야탑점에서는 작가 류화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NC 강서점에서는 션위지에 ▲켄싱턴호텔 여의도에서는 작가 멍샹치의 작품을 공개하며 중국현대미술 시리즈 전시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30여 년에 걸친 약 50만 점 소장품
“박물관 건립을 위한 빌드업”
컬렉션 수집에도 한창이다. 이랜드그룹은 30여 년 동안 약 50만 점의 소장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슈트, 배우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입은 의상 등 대중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물건이 포함됐다.
세계 유명 아티스트뿐 아니라 노태우, 김대중 등 역대 한국 대통령의 휘호부터 NBA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인 마이클 조던,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유명 선수가 직접 사용한 야구 배트부터 글러브 등 다양한 분야의 물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이랜드그룹은 이미 많은 소장품을 갖췄지만, 꾸준히 컬렉션 수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랜드그룹은 2022년 1월 미국 자선경매에서 BTS가 ‘제63회 그래미어워즈’ 무대에서 착용한 ‘다이너마이트’ 공연 의상 7벌을 낙찰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 6월엔 낙찰 받은 이 의상들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무료로 공개했다.
이랜드그룹의 이 다양한 활동은 장기적 관점에서 박물관 건립을 위한 자양분을 쌓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서영희 이사는 “이랜드그룹은 일찍이 1990년대부터 컬렉션 수집을 시작했다. 많은 박물관이 건립될 때 컬렉션 부족 문제를 맞닥뜨리곤 하는데, 이랜드그룹은 30년 동안 쌓아온 약 50만 점의 방대한 컬렉션이 있다. 결국 이랜드그룹은 30년 동안 (박물관 건립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젠 박물관 사업을 진행해도 될 시점이라고 판단, 지난해부터 본격 홍보를 시작하고 있다”며 “약 50만 점의 다양한 컬렉션을 기반으로 세워지는 박물관에 연간 500만 명의 방문객을 모으는 것이 미래의 미션”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은 연 10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루브르박물관’을 지향한다는 이랜드그룹의 박물관 건립에 귀추가 주목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