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밤, 주택가 언저리에 위치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편안한 복장의 인근 주민들이 둘러앉아 맥주 한 캔씩 들고 담소를 나눈다. 주변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 한켠에 자전거를 세워둔 채 한숨을 돌리는 아저씨들, 컵라면 하나씩 앞에 두고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대한민국 일상의 한 풍경이다.
하지만 어떤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풍경이 특별해보인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편의점 문화를 두고 대단한 볼거리, 즐길거리라도 되는 양 신이 나서 유튜브·틱톡 영상을 만드는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늘었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들의 조회수가 의외로 만만찮다보니 뒤늦게라도 ‘K-편의점 코인 열풍’에 편승하려는 인플루언서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라이브 방송을 켜고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건 얼음컵에 바나나맛 항아리 우유와 커피팩을 넣어 ‘바나나라떼’를 만들어먹는 것이다. 이외에도 얼음컵에 블루 레모네이드와 밀키스를 섞어 칵테일을 만든다거나, 아메리카노에 아이스크림콘을 거꾸로 꽂아 ‘한국식 아포가토’를 만드는 등 다양한 조합을 시도한다. 이렇게 한국 편의점을 찾아 다양한 ‘먹거리 조합’을 만들어내는 건 일종의 ‘챌린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편의점에는 음료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삼각김밥, 도시락, 컵라면 등 인스턴트 푸드는 기본이고, 허니버터칩, 꼬깔콘 같은 해외에서 접하기 어려운 과자들, 여기에 불닭볶음면 같은 매운맛 ‘K-푸드’들까지 더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편의점이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란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편의점 대부분에 설치돼 있는 ‘테이블+파라솔’이다. 관광지에서든, 도심에서든, 뒷골목에서든, 마치 유럽의 카페 거리를 연상케하는 이 공간은 한국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의 편의점이 단순한 소매점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이자 관광 명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특히 한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 관광객을 비롯한 해외 인플루언서들에게 한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한국 편의점 브랜드들은 거침없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GS25와 CU같은 편의점 브랜드들이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각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점포를 늘려가고 있는 것. 두 브랜드의 합산 점포 수만 이미 1000개를 넘어선 상태다.(2024.11월 기준) 여기에 더해 편의점 자체 브랜드(PB) 라면, 음료 등이 미국과 유럽 각국에 수출되면서 바야흐로 전세계가 ‘K-편의점’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문화경제는 이번호 특집으로 ‘K-편의점’을 다룬다. 전세계 인플루언서들의 성지가 된 한국 편의점의 위상을 되짚어보자는 취지다.
먼저, ‘문화예술 만난 편의점’ 편에서는 아이돌 컴백과 홍보의 장으로 활용되거나, 재즈, 클래식, 힙합 등 다양한 음반의 예약판매가 진행되는 ‘문화예술 유통의 장’으로서의 편의점의 역할에 주목했다.
이어 ‘한국 편의점 시장, 양강 체제로의 재편 가시화’ 편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 점유율 경쟁 속에서 CU와 GS25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다뤘다.
마지막으로 ‘음악·맥주축제로 7만명 끌어모은 GS25’ 편에서는 GS25가 2015년부터 10년째 열고 있는 ‘뮤직 비어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과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원조 격인 ‘도어 투 성수’를 소개했다.
슬슬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 하루쯤은 가까운 편의점을 찾아 유튜브·틱톡에 나왔던 색다른 음식 조합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