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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곁에 누웠다...부산현대미술관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

백남준 사후 최대 규모...총 160여 점의 작품, 사진, 영상, 아카이브를 부산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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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85호 안용호⁄ 2024.12.03 15:38:15

부산현대미술관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다.” 백남준의 앞선 예술 정신을, 작품을 통해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부산현대미술관(관장 강승완)은 백남준의 예술적 도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을 11월 30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 덕에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87점, 자료 38점, 비디오 15점이 부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인다. 그 밖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소장처에서 총 160점의 작품을 대여했다. 전시 준비를 위해 강승완 관장 이하 학예연구사들의 노력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오롯이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국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초기 백남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로봇 가족: 할아버지’, ‘로봇 가족: 할머니’로 대표되는 1980년대 로봇 가족 시리즈 및 ‘걸리버,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108번뇌’와 같은 대형 설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백남준의 초기부터 서거 전까지 모든 예술 매체 조명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 준’은 백남준의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로 시작한다. 이 작품은 백남준이 카메라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을 16㎜ 흑백 필름에 촬영한 것이다. 눈을 감고 양손을 얼굴에는 대지 않은 채로 가까이 가져가서 눈을 가리고 다시 입을 가리며 움직이는 그는 어느 순간에도 집중과 긴장을 놓지 않는다.

‘플럭서스 챔피온 콘테스트’(1962)는 얼핏 보면 젊은이들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 보이지만, 다양한 작가들이 양동이 주변에서 오줌을 누며 자신의 국가를 부르는 퍼포먼스이다. 사회와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백남준식 유모가 돋보인다.

청년들은 함께 모여 뭘하고 있을까? ‘플럭서스 챔피온 콘테스트’(1962).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전시되었던 텔레비전 작품들 ‘TV를 위한 선’, '왕관 TV'를 비롯해 생생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이 만든 첫 번째 로봇인 ‘로봇 K-456'(1964(1995))과 슈야 아베가 그린 로봇 장치의 도면들, 아베와 주고받은 편지 원본도 볼 수 있다.

영화관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 비디오 15점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난다.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는 인터뷰 형식의 비디오 ‘백남준: 텔레비전을 위한 편집’(1975)을 비롯해 ‘존 케이지에게 바침’(1973)부터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까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새로운 매체와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백남준을 조명

'로봇 가족' 시리즈.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로봇 가족’ 시리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손자와 손녀까지 3대에 걸친 로봇 작품이다. 실제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로봇은 오래된 구형 텔레비전으로, 손자와 손녀는 가장 최신식 소형 텔레비전으로 만들어 각 인물의 개설과 차별성을 표현했는데 이 전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로봇만 전시된다.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실 1층과 2층이 연결되는 공간에서는 대규모 백남준 설치 작품의 백미인 8미터 높이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뭇가지에 모니터들이 매달린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나무 사이사이에 매달리 수많은 텔레비전 모니터가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백남준이 자연의 생명력과 그의 예술적 스승 존 케이지를 추모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전시 마지막에는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이 마지막으로 전시했던 레이저 작품 ‘삼원소’를 선보인다. 또한 맞은편에는 한국의 역사적 격변부터 백남준 개인의 깊은 번뇌까지 108개의 TV모니터를 통해 짧게 분절된 비디오로 보여주는 작품 ‘108번뇌’를 만날 수 있다.

지난 11월 29일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시 개요를 설명하는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은 “백남준의 기술 미디어 시대에 대한 낙관적 비전의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었고, 그는 기술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연결과 확산을 꿈꿨다”며 “백남준이라는 세기를 뛰어넘는 선각자의 대회고전을 통해 인간과 예술, 그리고 기술 문명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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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강승완  백남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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