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5호 김예은⁄ 2024.12.10 14:49:10
시장에서 거래 절벽과 시장 침체를 언급할 때, 내일이 아닌 ‘오늘’이 가장 부동산 매입에 유리한 시점이라고 언급하는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를 만났다. 그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집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좋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요건을 갖춘 매물을 찾고, 이를 빠르게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동과 적정 매수 시점을 묻는다. 하지만 부동산은 일물일가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자산이다. 유사한 물건도 입지나 환경, 조건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다르게 나타나며, 일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동산 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라 ‘무엇’을 사느냐가 핵심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에 따르면, 좋은 물건은 시장 침체기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대세 상승기에는 오히려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장 가치에 편승해 가격이 같이 올라가고 떨어지는 자산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좋은 물건을 판단하는 기준을 가져야 한다.
좋은 매물의 판단 기준은 아파트의 경우, ‘세대 수, 교육 환경, 편의시설, 교통 환경, 자연환경 등’의 5가지 요인이 주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한다.
먼저, 같은 지역이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세대 수를 갖춰야 한다. 서울의 경우, 1500세대에서 2500세대의 규모를 갖춘 단지가 적합하다. 이는 세대 규모가 단지 내 커뮤니티 형성과 재건축 사업성으로 연계되며 아파트의 미래 가치를 보장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홀로 아파트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미래 가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의 도시 개발 정비 사업으로 일부 나홀로 아파트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이들이 갖는 사업성의 한계로 인해 여전히 인기가 낮다.
교육 환경도 부동산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초·중·고등학교가 아파트 단지 내 또는 인근에 위치해 있는 경우와 학원가가 포진되어 있는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지역은 교육 환경에 민감한 가구들 사이에서 높은 수요를 자랑하며, 집값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요건은 병원 및 편의시설이다. 주변에 국내 5대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위치해 있으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진다. 또한, 백화점이나 공공도서관 같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높인다.
네 번째는 교통 환경이다. 특히, 지하철 노선이 여러 개 교차하는 지역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이다.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지역은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며, 가격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변에 한강 둔치, 서울숲, 여의도 공원, 양재천 등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공원이 자리 잡고 있으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5가지 요인을 갖춘 지역을 따져봐야 한다.
수도권에서는 서울로의 연결성 측면의 교통 환경 개선 요소와 더불어 자족 기능을 갖춘 지역이 선호된다. 최근 서울 지역은 교통 인프라가 완비되며 교통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지만, 수도권 내에서는 GTX 등으로 인한 가격 변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장기 상승세 지속…공급 부족과 금리 하락 영향
2018년 부동산 과열 이후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올해 전 고점 대비 약 98%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은 금리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대출이 부동산 구매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는 가격 변동에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가능 금액의 감소가 구매력을 제한하고,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매도자들도 가격을 낮추는 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 조정 현상이 나타난다.
다만,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기게 되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처럼 고금리 환경에서도 구매 수요가 이어질 경우, 이는 금리 정책보다는 공급 정책을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이 지속되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수요량이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요가 이어지며 가격 상승 요인이 됐고, 여기에 공사비,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며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 급등을 초래한 핵심 역시 공급 부족이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취지로 재건축 수익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재초환)를 부활시키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재건축 문턱이 높아지면서 도심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후 집값이 급등하자 문재인 정부는 각종 세금과 규제로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는 주택 정책을 펼쳤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자, 통계를 조작한 것이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27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특히 이전 정부에서 문턱이 높아진 재건축 부담금을 낮추는 것에 방점을 뒀다. 최근 금리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재건축 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8·8 주택 공급 대책의 핵심인 '재초환 폐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수도권 공급 물량 확대는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금리가 하락 추세에 있는 현 국면에서,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금리 하락으로 대출이 활성화되고 매수 심리가 강해지면 거래량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여기에 통화량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 교수는 "GNI(1인당 국민총소득)와 통화량이 늘어나고 공급이 제한되는 구조 속에서, 금리가 낮아지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하며, “구조적인 가격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거래량 감소와 일부 지역에서의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정책자금 대출과 대출 한도 규제에 있다.
고 교수에 따르면 12월은 시중은행에서 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시기로, 연체 대출을 중점 관리하며 신규 대출 한도를 확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하고,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집값 조정은 주로 서울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9억 원 미만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대출 의존도가 높은데,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는 이러한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며 오히려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고 교수는 “내년 1월부터는 은행의 대출 관리 시즌이 끝나면서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금리 인하가 맞물린다면 시장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는 부동산 거래량이 다시 증가하며 단기 가격 조정을 받았던 지역들의 회복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남 부동산 쏠림 현상 지속…매물 부족으로 가격 상승 불가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6194달러로 집계됐다. 경제 성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고소득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이 주거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부유층의 주거 선택은 주로 주거지 5대 요건(대규모 단지, 교육 환경, 편의시설, 교통 환경, 자연환경)을 충족하는 강남의 반포와 압구정 등의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쏠림 현상과 가격 상승은 해당 지역의 매물 부족과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 교수는 "부유층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 지역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매물이 한정되어 있어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고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자금 대출 규제가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자금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을 지원하지 않으면 사회 양극화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대출 규제는 금리 인상과 대출 한도 축소를 동반하고 있어 서민층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양산한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정책자금 대출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저리 대출을 통해 서민들과 무주택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근거로는 부동산 시장에서 대출 규제 강화가 상위층의 부동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들은 대출을 자금 출처 증명 목적 등으로 활용할 뿐, 실질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대출에 의존하지 않는다. 따라서 은행이 대출을 제한하더라도, 이들은 기존 자산을 활용하거나 전세 제도를 통한 갭 투자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출 규제는 중저가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큰 장벽이 되지만, 대출 규제에 덜 민감한 상위층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양극화 해소가 우선 과제…정책자금 대출 지원 확대 필요
고 교수는 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가계대출 증가 문제보다 정책자금 대출을 활용한 양극화 해소가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책자금 대출 확대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정부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대출 규제나 기타 정책적 제약으로 인해 주택 구매가 제한될 경우, 이는 결국 주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규모가 커지고 GDP가 증가하면서 대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면서, “이 과정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기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IMF 시기에는 대출 연체율이 약 8%에 달했지만, 현재는 기업 대출 연체율이 0.7%, 가계 대출 연체율이 0.4%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서민 정책자금 대출과 같은 지원이 줄어들 경우, 무주택 청년들과 서민층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게 되어 양극화를 더 벌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고 교수의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가 대출 지원과 시장 진입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주택 구매를 실질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장 공공주택 공급이 어렵다면, 시장에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을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신생아 특례대출과 같은 정책자금 대출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저리 대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여러 가지 나비 효과를 창출하며 국가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 에서다.
이어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물량도 시장의 중요한 공급원인데, 현재는 세금 규제로 인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도세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 자본 축적을 통한 균형 필요성 대두
한국 경제가 이미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에 기반한 성장 모델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부동산 편중을 낮추고 기업 성장 등 다른 분야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삶의 질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소득은 작년 기준으로 3만3000달러로 명실공히 선진국에 진입하였다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들과 다른 면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여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산 배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한국 가계의 평균 자산 5억 2727만 원 가운데 부동산 자산은 4억 1424만 원으로 전체 자산의 78.6%에 달한다. 금융 자산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2021년 기준으로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8.5% 수준이며, 일본(37.0%), 영국(46.2%) 등도 한국보다 크게 낮다.
고 교수는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편중된 비중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는 무형자산이나 금융자산 등을 통한 자본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투자인구는 1440만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인 자본시장 발전에 뿌리를 두는 것도 부동산에 대한 자산 편중도를 낮추고, 소득 자산 비중을 선진화하는 방책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의 주식투자가 늘면서 점차 금융자산 보유액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빠른 노령화를 겪고 있는 특성으로 젊은 세대와 중년 세대가 공적·사적 퇴직연금을 급속히 늘리고 있는데, 이들 연금은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자산이 금융시장으로 점차 움직이고, 이와 맞물려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공급 확대 정책 등으로 시장 균형을 이루게 될 때 적정한 자산 구조의 재배분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