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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센텀 뮤지엄 원 ‘신화:시작하는 이야기’ 전

자신의 내면 마주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질문 던지며 답해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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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01.17 13:48:34

미라클 가든 전시 전경 (2024) ©뮤지엄 원

부산 센텀에 위치한 미술관 뮤지엄 원은 2025년 8월31일(일)까지 ‘신화:시작하는 이야기’를 개최한다.

‘신화 : 시작하는 이야기’ 전시는 가상의 이야기로서의 신화가 아니라 우리들 각자가 새롭게 써내려 가는 신화가 될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자는 의미로 준비한 전시이다.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답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5개국의 작가 18명(팀)이 참여했으며 회화, 사진, 설치, 영상,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참여 작가는 고우정, 구기정, 구지은, 김용민, 박정혁, 신미경, 안유리, 윤정미, 윤정석, 이태수, 정성진, 최정은, 308 ART CREW, Andrea Arice, Hiroshi Takagishi, Kachi Chan, SINA, ZHENG MAHLER이다.

미라클 가든 전시 전경 (2024) ©뮤지엄 원

‘신화 : 시작하는 이야기’는 소모하고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살아나가는 우리들의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역사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전 전시 <치유의 기술>과 <상실의 징후들>을 잇는 트릴로지 성격의 전시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세상과 시스템의 구조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 대하여 기성 세대, 혹은 예술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고자 기획됐다.

현대 신화는 대중들에게 가치를 증명해 보이길 요구한다. 오늘날 사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고 인정 받기 위해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드러내야 하는 강박과 조급을 종용한다. 다시 말해 집단에서 정의 내리는 개인의 가치 규정과 체제가 설정해 놓은 인간의 계급 등이 신화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볼 수 있다.

미라클 가든 전시 전경 (2024) ©뮤지엄 원

이번 전시는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사회적 기준에 강요받기를 거부하는 심정으로 사회나 집단이 통제와 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어 낸 허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본질과 자아의 주체성을 회복하자는 취지가 전시의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 운명이다.

내일은 또 우리에게 어떤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치게 될지 모르지만 반환점을 향해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야한다. 그렇기에 부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달게 된 이유이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행위는 없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답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기획자 윤상훈 뮤지엄 원 부관장 “대중과 현대미술 간극 좁히는 것이 최우선 과제”

전시 공간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식에는 주체들의 다양한 목적과 이유가 있을 테지만 뮤지엄원이 지향하는 공간과 전시의 성격은 전통적인 미술관들의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뮤지엄원은 온전히 관람객과 작품의 소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거대한 시대적 담론이나 미학적 형식을 갖추기보다는 일반 대중과 현대미술의 간극을 좁히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는 대체로 상당히 미시적인 방식으로 젊은 세대들의 삶을 추적하고 대화하며 함께 호흡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접근으로 전시를 만들어내는 활동이 기존의 미술 현장에서 바라볼 때는 다소 생소하게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뮤지엄원은 우리가 시각예술을 다루고 선보이는 방식으로 인해 언젠가는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대중들의 눈높이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하고 결국 그것이 우리나라 미술 현장 전체의 저변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으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치유의 기술(2022)과 상실의 징후들(2023)을 잇는 트릴로지 성격의 전시이다.

이태수, 스로잉 스톤 030, 2023. 혼합재료, 가변설치. 사진=뮤지엄 원

동시대를 살아가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세상과 시스템의 구조를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에 대하여 기성의 세대, 혹은 예술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상훈 뮤지엄 원 부관장은 “신화는 특정 민족이나 문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주술적 색채가 강했던 고대의 이야기를 말한다. 비슷한 의미로서의 전설이나 설화와는 사실 그 결이 매우 다른데 신화는 해당 역사적 공동체가 직접 체험하거나 목격한 것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당대의 입장에서 각색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생각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체계적이고 독립적인 경전이 남아있지 않은 탓에 점차 영향력을 잃게 되었고 현재에 와서는 종교로서의 성격은 완전히 상실한 채 그저 민담 정도로 가치가 격하되었다.

전시에서 ‘신화’는 현대사회에 만연한 디스토피아적 징후들을 감추는 코드로 은유 된다. 과거의 신화가 가진 서사는 다분히 계몽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반면에 인간 개개인의 사고를 몰수하여 획일화시키고 일방적으로 설정해 놓은 가치의 기준에 대중이 부합하도록 종용했다. 나아가 그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카프카적인 야만성을 삽입시켰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신화에서 절대자의 이미지를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이기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신화의
핵심이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당시의 집단이나 통치자의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정치적 도구였다고 본다. 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는 내세의 저주가 두려운 대중들을 통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지은, 견인된 땅, 2024. 혼합재료, 300X300X1800cm. 사진=뮤지엄 원

신화는 비단 고대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이후에는 전쟁 영웅이나 위대한 성군의 이야기가 과장되고 각색되어, 또 다른 형태의 신화로서 인류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로 지속되어 왔다. 신이 사라진 자리에 인간이 삽입되었다는 차이는 있겠으나 여전히 보편적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대상을 내세워 대중들에게 추앙과 부러움을 사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 열등감을 부여하는 방식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신화라는 것이 실체가 없으면서도 대중을 선동하고 자유의지를 침해하며 반면에 그것의 진위를 동시대에 확인할 수 없다는 특성을 지닌 것이라고 규정 내렸을 때 신화의 실증주의적 인간성의 부정은 현대에 와서 더욱 광범위해졌다.

이를테면 SNS, 미디어, 인공지능, 자본주의, 포스트 콜로니얼 따위가 그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집단에서 정의 내리는 개인의 가치 규정과 체제가 설정해 놓은 인간의 계급 등이 신화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것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유례없이 강력한 주술적 성격으로 쓰이고 있다. 현대 신화는 대중들에게 가치를 증명해 보이기를 요구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승리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드러내야 하는 강박과 조급을 종용한다.

그 결과 시스템이 만들어 낸 괴물 같은 영웅들과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중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인생이라는 마라톤의 출발선에 서는 필요성 자체를 거부한다. 우리의 삶은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을 앗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것이 운명이다. 내일 또 우리에게 어떤 예상치도 못한 시련이 닥치게 될지 모르지만 반환점을 향해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현대 신화가 만들어낸 거대하고 과장된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필요한 요소가 된다. 오히려 우리의 완주 의지를 앗아간다. 

테라피 가든 전시 전경 (2024) ©뮤지엄 원

관객 각자가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신화

전시는 카테고리를 전시의 제목으로 내걸고 역설적이게도 ‘시작하는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 종료된 가상의 이야깃거리로서의 신화가 아니라 우리들 각자가 새롭게 써 내려가는 신화가 될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자는 의미이다.

윤 부관장은 “소모하고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살아내는 우리들의 삶이야말로 가치 있는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사회나 집단이 통제와 소비를 목적으로 만들어 낸 허상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본질과 자아의 주체성을 회복하자는 취지가 이 전시의 본질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사회적 기준에 강요받기를 거부하는 심정으로 마련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건전하고 건강한 사고를 지닌 인류가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뜻으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예술이 개인의 각박한 현실에 조언하고 밝은 미래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예술을 통해, 그리고 작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삶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가치 있는 서사가 될 수 있을지 되뇌어 본다면 이번 전시는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자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이, 삶의 수단과 과정에 집착하지 않고 삶 자체를 동경하기 원한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행위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동시에 답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만약 그리된다면 이 시간을 통해 개인의 삶은 신화가 되고 역사가 될 것이다.

메인포스터. 이미지=뮤지엄 원

뮤지엄 원, 국내 최대 규모 미디어 아트 전문 현대미술관

한편, (주)쿤스트원은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 공헌의 역할 확대 및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제공하고자 2019년 뮤지엄 원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다. 뮤지엄 원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미디어 아트 전문 현대미술관으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디자이너+기획자+엔지니어들과 함께 현재의 시대정신과 트렌드를 바탕으로 예술, 철학, 미학의 이론을 더한 새로운 장르의 뮤지엄+콘텐츠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뮤지엄원은 약 700여평 복층 형태의 구조로 8000만개의 LED 디스플레이를 갖추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아트 전문 현대미술관이다. 뮤지엄 원은 앞으로도 대중을 위한 예술, 대중이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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