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 중순이다. 푸른 뱀의 해라고 떠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올 한 해, 세 가지 소원을 빌어보려 했다. 건강도, 돈도 좋지만 좀 더 현실적인 가치를 소망하고 싶었다. 한 가지를 떠올리고 나머지 두 가지를 채우려다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다. 작심삼일은 뭔가를 시도라도 한 실패지만, 이건 시작조차 하지도 못하고 사그라진 실패다. 해서,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설이 지났으면 어떠랴, 소원 한 가지만이라도 새로운 마음으로 빌어보겠다.” 마침, 그러기 좋은 장소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직 새해 소원 못 빌었다면 이곳에서
래미안갤러리에선 올 첫 시즌 전시가 한창이다. 이름은 ‘RAEMIAN WISH.ZIP’(래미안 위시.집).
래미안갤러리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번 전시를 두고 “보름달이 뜬 밤에 풍등(風燈)을 띄우는 것처럼, 신년 소망을 생각해보고 희망찬 앞날을 기원하도록 (전시장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먼저, 래미안갤러리에 들어서면 LED(발광다이오드) 풍등이 둥둥 떠 있는 ‘위시 라이트(Wish Light)’ 공간과 마주한다. 다른 건 몰라도 주렁주렁 매달린 등 색깔이 참 예쁘다. 바닥에는 동그란 은색 발판이 마련돼 있는데, 이곳에 올라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풍등과 함께 사진 찍으면 좋다. 혹시 새해 소원 비는 일을 깜빡했다면 잠깐이라도 풍등을 바라보며 기원해보길 추천한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아주 넓은 메인 공간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은 모두 ‘위시 빌리지(Village)’다. 이 ‘소원 마을’엔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여기저기 마련돼 있다.
한쪽 벽면에는 ‘RAEMIAN WISH.ZIP’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가 끊임없이 상영되고 있다. 웬만한 소극장 스크린 크기여서 이 넓은 공간 어디에서든 잘 보인다. 공간 중앙엔 조약돌 모양의 쿠션 소파가 크기별로 여러 개 놓여 있다. 이곳에 앉아서 미디어아트를 보거나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집 모양의 커다란 칠판도 준비돼 있다. 여기엔 한글 자음·모음과 영어알파벳 모양의 자석들이 이곳저곳 붙어있다. 이것으로 자신의 소원을 한 단어로 만드는 것이다. 방문 날에는 근처 중학교 학생 두 명이 찾아 본인들의 별명을 만들고 있었다. 한참을 구경하다 이 친구들이 가고 없을 때 한글 자석으로 ‘문화경제’를 조합해봤다. 그리고선 사진 한 컷.
여기서 몇 발자국 움직이면 고풍스럽게 꾸민 서재와 만난다. 책상 위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깃털만년필, 잉크, 두껍고 오래된 책, 비문(祕文) 그리고 타자기 등이 제법 멋스럽게 올려져 있다. 책상 옆에는 우체통까지 놓여 있어 은밀한 느낌마저 준다.
그 옆에는 커다란 둥근 달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마침 정월대보름(12일) 날이어선지 신비한 느낌이 배가됐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애들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한 연인은 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쑥스러워 풍등에서 소원을 빌지 못한 이라면 이곳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보름달 옆에는 럭키 메시지 9개 중 하나를 고르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손으로 보드 커버를 들어 올리면 그 안에 올해 기대해봐도 좋을 나만의 럭키 메시지가 쓰여있다. ‘매일해피!’ 당첨. 매일매일 기쁜 일이 한 가지씩 생길 거라는 기분 좋은 글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친구나 연인끼리 왔다면 그 옆에 있는 ‘네컷 사진’ 부스를 이용하면 좋겠다. 한 팀당 한 차례씩 무료로 찍을 수 있다. 간단한 촬영 소품도 준비됐다.
주말 방문객은 새해 소원 팔찌 만들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만든 팔찌를 소아암 환우에게 기부할 수도 있는 뜻깊은 이벤트다.
연간 학기제로 운영하는 ‘래미안 건축스쿨’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건축이나 건설 쪽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펼치는 무료 교육이다. 미래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이 시간에 삼성물산이 지은 나라별 랜드마크 건축물을 직접 만들어보고 건축 용어와 원리도 배울 수 있다.
이번 시즌 전시는 3월 23일까지 열린다.
2년 연속 14만 명 이상 방문
래미안갤러리는 2023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연간 시즌 전시를 시작했다. 매 시즌 모든 세대가 참여하기 좋은 브랜드 체험형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문객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다. 덕분에 꾸준히 소문나 2년 연속 14만 명 방문을 돌파했다.
정수연 래미안갤러리 소장은 “래미안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자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 체험관으로서, 방문객의 경험을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잘 전달하도록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