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3.18 09:26:07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소장품 기획전 《수채: 물을 그리다》를 오는 3월 21일(금)부터 9월 7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수채화만 모아 단독 장르로 구성한 이 전시는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인 수채화가 여전히 습작 또는 드로잉과 같이 유화 작품을 위한 전 단계이거나 아직 숙련되지 않은 시기의 창작물로 여겨져 왔음에 주목하고, 수채화만이 지닌 특성을 조망하여 독립적이고 완전성 있는 장르로서 정립하고자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이중섭, 장욱진, 박수근 등 잘 알려진 우리나라 대표 미술가의 수채 작품뿐만 아니라 수채화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이인성, 서동진, 서진달, 배동신의 작품도 소개된다. 아울러 수채화를 방법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주력 매체적 특성을 그대로 발현하고 있는 류인, 문신 등 우리나라 미술가 34인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명 《수채: 물을 그리다》에서 보여주듯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수채의 용법적 설명보다는 수채화의 가장 특징적인 속성인 물의 특징에 근거한 스며들기, 번지기, 투명성 같은 수채화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둔다.
전시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수채화는 근대기 초 서양화의 도입으로부터 그 출발을 알렸고 새로운 매체와 함께 새로운 시각성의 도입이 발현되었다. 하지만 수채화를 구성하는 종이, 붓, 물이라는 재료의 친연성은 수묵화의 전통과 직간접적인 영향 안에서 활발하게 꽃피우게 된다. 수채화의 1세대로 일컬어지는 대표 작가들과 그 전통을 통해 이어 온 근대기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두 번째는 사생을 중점에 둔 자연환경의 묘사뿐만 아니라 내적 성찰과 정신적 상태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수채화 매체를 사용한 작가들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표현주의,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같은 미술사적 형태와 형상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보이면서도 수채의 투명하고 번지는 형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추상적 형태이다. 우리 화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던 단색화 경향의 작품군은 수채화의 영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추상주의와 유럽 대륙에서 활발하게 이행됐던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 그리고 물성을 강조하는 모노하 형식의 작품은 단색의 화면을 구성하면서 명상적이고 수행적인 태도를 선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전시장 도입부에는 전체 공간을 아우르는 윤종숙 작가의 현장 제작 벽화가 설치된다. 이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기도 한 환경과 재생에 관한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되새기는 것으로, 기존의 전시장 구조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시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방법으로 기획되었다. 밑그림 없이 순간의 생각을 필선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내면 풍경은 전시장 전반에서 압도적인 풍경을 이룬다.
한편,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수채 소장품 중 최근 작품으로 수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대표 현대 미술가 전현선의 작품 <나란히 걷는 낮과 밤>이 전시된다. 총 15폭으로 구성된 이 대형 회화는 관람자에 따라 조합을 바꾸어 가며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치 이상의 시처럼 수수께끼 같은 작가노트와 함께 회화 속 다양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길 희망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수채: 물을 그리다》 전시는 우리 미술관이 최초로 수채화 장르만으로 단독 구성한 전시”라며 “근대기에 도입된 수채화의 특징은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온 과거와 단절되지 않는 영속된 지점에 있었고, 오늘까지도 그 맑음의 정신은 이어오고 있다. 수채화가 지닌 포용과 어울림의 특성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적용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