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오는 23일 4월 경매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110점, 총 104억 원어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 도록의 표지는 국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야코 록카쿠의 ‘무제(Untitled)’(2억 2500만~6억원)가 차지했다. 아야코 록카쿠는 손으로 직접 그린 선과 생생한 색채로, 유년기의 감성과 상상을 감각적으로 펼쳐내는 작가다.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끈 거장들의 주요 작품들이 대거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선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등 한국 미술사의 정점에 선 작가들의 대표작들과 단순한 색을 넘어선 정신성의 예술인 단색화의 미학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의 작품 그리고 그 이후를 이어가고 있는 이건용, 이강소, 이배, 전광영의 작품을 눈여겨볼만한다.
김환기의 1967년 뉴욕 시기 작품 ‘무제’(6~9억원)를 선두로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4억 9000만~6억 5000만원)와 ‘조응’(3억 2000만~6억원) 그리고 김창열의 작품 ‘물방울’(1~2억원)과 ‘회귀’(1~2억원)는 각기 다른 조형적 언어를 펼쳐낸다.
경매에 출품되는 김환기의 ‘무제’는 뉴욕시대 중반 작품으로, 구상에서 점차 멀어지며 본격적인 추상의 세계로 진입하던 시기의 대표작이다. 반복되는 타원형 색면을 구조적으로 배열한 구성 위에 시적인 리듬과 색채의 울림이 담겨 있다. 곡선과 직선이 혼합된 타원과 직사각형들이 층층이 쌓이듯 화면을 채우며, 푸른색 바탕과 노란 색면의 강렬한 대비, 그리고 붉은색, 파란색, 녹색 선들은 시각적 긴장감을 자아낸다.
박서보의 ‘묘법 No. 971021’(3억 2000만~7억 8000만원)부터 하종현의 ‘접합 19-25’(3억 3000만~6억 2000만원), 정상화의 ‘무제 80-3-10’(5000만~1억원), 윤형근의 ‘무제’(2억~3억 5000만원)까지, 이들 작품은 각 작가들의 조형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작들로 한국 현대미술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또 박서보 ‘묘법 No. 990127’(4~11억원), 하종현 ‘접합 18-23’(3억 3000만~6억 9000만원), 이건용 ‘바디스케이프(Bodyscape) 76-1-2019’(2~5억원), 전광영 ‘집합 15-NV075(Star 8)’(1억 6000만~2억 5000만원), 이강소 ‘허(虛)-10109’(1억 2000만~2억 8000만원)는 모두 대형 작품으로 작품 그 자체가 공간을 장악하는 힘을 발휘한다. 물리적 크기 너머로 전해지는 작가의 호흡과 정신성은 수장가들에게 더욱 깊은 예술적 경험을 전한다.
해외 미술 부문에는 앤디 워홀, 아야코 록카쿠, 하비에르 카예하, A.R. 펭크, 유이치 히라코, 제임스 진, 우고 론디노네, 필립 콜버트, 피터 핼리, 장 미셀 오토니엘 등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주요 작품이 출품된다. 이들은 팝아트 캐릭터 중심의 내러티브, 정체성과 감정의 시각화 등 다양한 주제 아래 회화, 조각,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어온 작가들이다.
앤디 워홀로부터 시작된 팝아트의 시각적 언어는 조지 콘도의 왜곡된 인물, 조나스 우드의 평면적 풍경, 하비에르 카예하와 아야코 록카쿠의 캐릭터적 변주로 이어지며 오늘날의 시각 언어로 재탄생했다. 또 유이치 히라코, 우고 론디노네, 장 미셀 오토니엘은 자연과 감각, 감정을 조형적으로 풀어내며 시적이고 감성적인 조각적 세계를 제시한다.
경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경매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12일부터 경매가 열리는 23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프리뷰 기간 중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 없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경매가 열리는 23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