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4.30 15:18:41
국제갤러리는 오는 5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아트부산 2025’에 참가한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하는 아트부산은 전 세계 17개국 108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특히 세계 미술계가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행사에는 각 참여 갤러리의 대표 작품을 보여주는 ‘메인(Main)’을 필두로, 유망 신진 갤러리와 젊은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퓨처(Future)’ 섹션, 기존 아트페어의 물리적 한계에서 벗어나 전시의 다양성을 전달하며 작가와 관람객을 더욱 긴밀하게 이어주는 특별 전시 플랫폼 ‘커넥트(Connect),’ 미술계 현장의 전문가들이 동시대 미술의 주요 담론을 다루는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등 다방면으로 미술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기획, 준비되어 있다.
올해 아트부산에서 국제갤러리는 국내외 현대미술가들의 작업을 폭넓은 구성으로 선보인다. 먼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2015-18〉(2015)이 눈길을 끈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작품명처럼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작가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풍경화와 산수화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나들며 산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터전과 역사를 다루어 온 작가 민정기의 〈벗고개〉(2024)도 부스에 설치된다. 민정기는 전원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재사유하고 그 공간에서 형성되는 우리네 삶의 시공간을 회화적으로 포착해낸다.
한국 사진예술 분야의 개척자이자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번안해 세계에 알려온 작가 구본창의 〈Vessel (OSK 02 BW)〉(2005) 또한 소개된다. 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전 세계의 백자 컬렉션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백자〉 연작 중 한 작품으로, 인물 사진을 촬영하듯 접근해 기록하면서 한국적 미의 정수인 비움의 미학, 과거에 대한 기억과 상처, 세월의 흔적 등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표현하였다.
아울러 일련의 자수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함경아의 〈유령 그리고 지도 / “너는 사진으로 왔니 아니면 기차 타고 왔니?” 2408S03〉(2024)가 관람객들을 만난다. 디지털 화면, 혹은 기계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는 본 작품은 거대한 매트릭스 같은 배경에 다채로운 색채의 구불구불한 선을 올림으로써 가상과 실재라는 두 가지의 다른 차원이 따로 또 같이 존재하는 것 같은 모습을 그려낸다. 영상, 사진, 조각,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아우르며 이질적인 대상들을 횡단하고 접합해온 정연두의 〈낮잠〉(2004)도 선보인다. 어린이의 꿈이 담긴 드로잉을 현실로 옮겨 사진으로 실현시킨 〈원더랜드〉 시리즈(2004)의 일환으로, 피사체가 되는 인물의 시각에 공감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작가의 작업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국의 전통을 동시대 예술언어와 사회문화적 문맥으로 재해석한 강서경의 조각 작품 〈산 #24-10〉(2023–2024)도 소개된다. 산의 능선을 담아낸 듯한 조각의 형상 아래로 늘어진 금속 체인은 비에 젖은 암석이나 빼곡한 숲을, 하늘하늘한 비단천들은 안개를 머금은 산의 기류를 연상시킨다.
해외 작가의 작품으로는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오목 디스크 연작의 일환인 〈Cobalt Blue and Oriental Blue mix to clear〉(2024)가 출품된다. 다양한 색상으로 변주되어온 작가의 디스크 작업은 거울처럼 그 앞에 존재하는 근경을 비추면서도 반사되는 원경의 왜곡 또한 담아내는데, 작가는 이러한 양면적 현상이 야기할 수 있는 일종의 혼돈에 큰 관심을 두며 물성에 대한 탐구를 끊임없이 이어오고 있다.
이어 부스에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레인보우 페인팅 연작에 속하는 〈siebzehnterseptemberzweitausendundvierundzwanzig〉(2024)도 자리한다. 작가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의 첫 기관 개인전 《terrone》를 밀라노 현대미술관(GAM)에서 선보이고 있다.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Elmgreen & Dragset)의 작품 〈Couple, Fig. 4〉(2025)도 설치될 예정이다.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 듀오는 조각, 퍼포먼스, 디자인, 건축, 연극 등을 활용, 유머와 철학으로 현대사회의 문제를 짚어낸다.
아트부산 2025가 열리는 기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정연두의 개인전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을 개최한다. 7월 20일까지 진행되는 본 전시에서 정연두 작가는 삶의 역동을 담아내는 블루스 음악과 경이로운 발효의 이미지를 한데 모아 유머와 염원이 공존하는 태도를 특유의 화법으로 펼쳐낸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5월 11일까지 한국적 모더니즘의 개척자인 하종현의 개인전 《Ha Chong-Hyun》을 서울점 K1과 한옥에서 개최 중이다. 기존의 〈접합〉 연작과 여기서 비롯된 다채색의 〈접합〉, 제스처의 자유분방함과 기법의 자연미를 강조하는 최근의 〈접합〉,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이후 접합〉 연작 등 최근까지 진화해온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같은 시기, 서울점의 K2와 K3 공간에서는 자연의 주권을 회복하고 DMZ 생태계 복원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최재은의 개인전 《자연국가》가 진행된다. 전시는 생명의 근원과 시간, 존재의 탄생과 소멸,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한 작가의 작품과 DMZ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