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4.30 16:45:32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5월 1일 가정의 달을 맞아 디지털 실감 영상관 1관에서 새로운 실감콘텐츠 <화조영모, 어느 고양이의 하루>와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를 공개한다.
<강산에 펼친 풍요로운 세상, 강산무진도>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2종의 콘텐츠는 전통문화 속 다양한 소재를 디지털 기술로 생생하고 친근하게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그림 속 꽃과 풀벌레, 고양이, 물고기를 눈앞에서 만나고, 춤추는 호랑이를 보며 어깨를 들썩이는 색다른 경험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화조영모 회화 속 작은 생명들을 <화조영모, 어느 고양이의 하루>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원화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3D 모델링 애셋과 모션그래픽 소스를 제작하였다.
변상벽 그림 속 고양이는 지금의 삼청동 북악산 백련봉 일대를 누비며 하루를 보낸다. 옥호정의 사랑채 앞마당에서 한가로이 놀던 고양이는 남계우가 그린 나비를 따라 집 밖의 버드나무숲으로 향한다. 전 신사임당 그림 속 가지밭과 오이밭을 지나 수박밭에서 쥐를 쫓고, 신명연이 그린 꽃밭에서 향기에 취하며, 어해도를 감상하듯 냇가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며 여유를 즐긴다. 해가 다 질 때쯤에야 아쉬운 듯 지친 듯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느 고양이의 하루는 마무리된다.
카메라의 시선은 고양이와 나비, 새를 따라 이동하며 우리 곁의 작은 생명들을 밀착하여 담아낸다. 높이 5m, 폭 60m 화면 가득 펼쳐진 꽃과 나무, 풀벌레, 새, 고양이, 물고기는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입체로 실감나게 구현했다. 국악과 현악을 넘나드는 멜로디에 자연의 소리로 채운 이지수 감독의 음악이 더해져 고양이의 여정을 즐겁고 경쾌하게 이끈다.
고양이가 하루를 보내는 동안 어디서 본 듯하지만 다소 낯선 입체 그림이 장면마다 등장한다. 영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원화 정보를 통해 비로소 ‘아, 이 그림이구나’를 깨닫게 된다. 영상을 보면서 관람객은 전통 회화 속 자연이 먼 옛날의 장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이야기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어흥, 호랑이 - 용맹하게, 신통하게, 유쾌하게>는 조선시대 회화, 흉배, 나전칠기 속 호랑이를 소재로 원형의 질감과 특징을 돋보이게 만든 실감콘텐츠이다. 회화 속 호랑이는 터럭 하나까지 정밀하게 복원한 3D 모델링으로 사실감을 살린 반면, 흉배와 나전칠기 속 호랑이는 해학적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관절을 분리하여 스톱모션 느낌을 더했다. 이지수 감독의 음악 또한 각 재질의 특성에 따라 분위기를 완전히 달리하여, 마치 세 편의 단편영화를 연달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첫 번째 이야기: 조선시대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을 자세히 본 적이 있을까? 웅장한 음악과 함께 까만 화면에서 호랑이가 눈을 끔뻑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으로 구입한 소장품이자, 40대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으로 꼽히는 맹호도 속 호랑이의 눈은 사실 고양이의 눈이다. 그럼에도 호랑이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터럭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용맹한 아우라를 화면 가득 뿜어낸다.
두 번째 이야기: 조선시대 무관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호랑이 흉배에는 구름, 산, 물, 바위 등 가장 좋은 것들의 한가운데에 호랑이가 자리잡고 있다. 신통한 호랑이는 경쾌한 사물놀이 장단에 구름 위를 날아다니고 춤을 추며 해학과 재치가 가득한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준다. 화면을 가득 채운 자수 문양은 한 땀 한 땀 수놓은 실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전한다.
세 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 화면은 조개껍데기 가루가 반짝이는 나전으로 바뀐다. 나전칠기의 영롱하고 화려한 매력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나전 칠 베갯모와 상자, 탁자 속 문양은 화면 가득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놓고, 화려하게 빛나는 숲속 호랑이의 모습은 유쾌하게 다가온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재홍 관장은 “새롭게 선보이는 실감콘텐츠는 한국의 미감을 담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관람객이 박물관과 문화유산을 더욱 가깝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전 세계에서 오는 관람객은 물론 앞으로 열릴 다양한 국제행사와 해외문화원 등에 공유하여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