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5.16 13:24:17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과의 공동 기획 전시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를 5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아부다비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은 2024년, 3년 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전시 공동 기획과 더불어 작품 공동 커미션, 작가 레지던시 및 지식 교류 등을 진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옴니버스《끝없이 갈라지는 세계의 끝에서》에서 공동 커미션 작품으로 구기정〈미세기계생명배양장치〉(2024)와 권하윤〈구보, 경성방랑〉(2024)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그 흐름을 이어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여경환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의 마야 엘 칼릴 (Maya El Khalil)의 공동 기획 전시 두 건을 공동 주최한다. 5월 아부다비에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다룬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가, 12월 서울에서 아랍에미리트 동시대 미술을 다룬《Intense Proximities》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난 60여 년간 한국 동시대 미술의 고유한 전개 과정을 매체의 확장성과 연결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통해 아부다비 관객에게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김아영, 박현기, 백남준, 이불 등 작가 29인의 작품 48점을 전시하며, 역대 GCC(Gulf Cooperation Council) 지역에서 개최된 한국 동시대 미술 전시 중 최대 규모이다.
전시는 작가 개인의 경험과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세계적 맥락에 이르기까지, 다층적이고 교차적인 매체 환경에서 전개되어 온 한국 동시대 미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백남준 ‘열린회로’ 개념의 상호 연결성을 통해 4개의 섹션 속에서 제시한다.
첫 번째 섹션은 1960-70년대 한국 사회·문화적 전환기 속에서 전개되어 온 한국 실험 미술의 초기 흐름을 조망하고,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교차시키는 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이강소〈페인팅 78-1〉(1977), 박현기 〈무제(TV어항)〉(1979), 〈물 기울기〉(1979) 등은 신체의 물리적 위치가 시각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한편, 당대 예술가들에게 핵심적인 관심사로 부상한 ‘자기(Self)’를 위치 짓는 문제를 예술적 현전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적 작업인 백남준〈자화상〉(1998)과 같은 주요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두 번째 섹션은 예술가들이 신체를 통해 세계를 인지, 해석, 탐구하는 과정을 살핀다. 이건용〈신체 드로잉 76-2-07-02〉(2007)와 오민〈연습곡의 연습곡(음악 공연)〉(2018) 등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적 지각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고, 도구와 매체가 인간의 표현과 이해 능력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실험한다. 한편, 이불〈무제〉(2006)에서는 신체가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를 질문하며,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의미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제시된다.
세 번째 섹션은 문화적 기억들과 호흡하는 작품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조명한다. 전소정〈먼저 온 미래〉(2015),〈이클립스〉(2020), 〈그린 스크린〉(2021)은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예술적 교류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일제강점기 서울을 가상으로 재현한 권하윤〈구보, 경성방랑〉(2021)은 역사적 기억이 문학적, 시각적, 기술적 매개를 통해 전파되고 구성되는 방식을 살핀다.
네 번째 섹션은 개인의 내면적 신체 경험에서 출발해, 서로 연결된 도시 풍경과 네트워크라는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공간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임민욱〈S.O.S. - 채택된 불일치〉(2009)는 관객을 서울의 한강을 따라 항해하는 여정으로 이끌고, 김아영〈딜리버리 댄서 시뮬레이션〉(2022)은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는 가상의 서울을 배달 기사 시점으로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공동 큐레이터와 참여작가 권병준, 최고은의 패널 토론과 영상 스크리닝 등이 진행된다. 퍼블릭 프로그램 ‘Layered Dialogues’는 아랍에미리트 작가, 이론가들이 참여하여 양국 미술 현장 간의 담론을 한층 심화할 뿐만 아니라, 본 전시를 아부다비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는 틀을 제공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전시 개최지인 아부다비는 세계화와 동시에 급속한 도시화를 겪은 문화적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아부다비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가짐과 동시에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성을 갖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며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비롯한 작가 29인의 작품 4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GCC 지역에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재를 폭넓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역사적 깊이와 독창성,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선보이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설립자 후다 이브라힘 알 카미스-카누 (H.E. Huda Ibrahim Al Khamis-Kanoo)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반 국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인 이번 전시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GCC 지역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라며 “아부다비 페스티벌의 창립 명예 후원자이자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신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부총리 (Sheikh Abdullah bin Zayed Al Nahyan)님의 문화 외교를 증진하고 글로벌 문화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취지 하에, 서울시립미술관이 국제협력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여정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고, 글로벌 문화 허브로서 부상하고 있는 아부다비의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