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5.07.01 16:06:43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어 국내 컨템퍼러리 공연예술의 독보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브랜드 ‘싱크 넥스트’가 오는 7월 4일부터 9월 6일까지 10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올해로 4년 차를 맞는 싱크 넥스트는 2022년 세종문화회관의 제작극장 전환 선언과 함께 성장해온 기획으로 ‘극장 제작 역량’의 진화를 본격적으로 드러내온 공연 브랜드다. 총 11개 프로그램, 32회 공연으로 구성된 올해 시즌은 80% 이상을 창작 및 초연 작품으로 채우며 새로운 창작자 발굴과 실험적 시도라는 싱크 넥스트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특히 이번 시즌 싱크 넥스트 25는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그간 구축해온 무경계의 철학과 함께, 장르와 매체의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대 경험을 제안한다.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관객의 감각과 인식의 경계까지 확장하는 것, 이것이 이번 시즌 싱크 넥스트가 지향하는 ‘무경계’의 방향이다.
이번 시즌, 그 무경계의 실험을 가장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음악 장르이다. 테크노와 앰비언트의 몽환적 사운드부터 전통연희의 해체, 전위적 현대음악, 감각적인 무대 미장센과 결합된 힙합, 네오소울 공연까지, 각기 다른 결의 음악 작업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여기에 현대 무용, 1인극, 관객참여극, 스케치 코미디, 퍼포먼스 아트까지 더해져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프로그램 라인업이 완성되었다. 기존 공연예술의 틀을 넘어서는 작품들이 관객 각자의 감각으로 해석되고 연결될 다층적 무대 경험을 예고한다.
참여 아티스트는 루시드폴·정마리·부지현을 시작으로, 수민&슬롬, 제이통, 문상훈과 빠더너스 등 총 18팀에 이른다. 장르와 세대, 무대 형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작업은 싱크 넥스트가 지향해온 ‘무경계’의 방향성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무대가 될 것이다. 또한 올해는 아티스트 토크 세션도 한층 풍성하게 마련되어, 창작자들의 목소리와 창작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번 시즌, 관객들은 공연장을 넘어서는 무대,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가들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수민&슬롬, 문상훈과 빠더너스, 코끼리들이 웃는다 등 일부 공연은 벌써 전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싱크 넥스트의 공연이 믿고 보는 무대로 관객들에게 자리 잡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원하는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바로 예매가 필수다.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이 참여한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on Sync Next 25(7월 4일~6일)는 무대라는 형식의 틀을 벗어나, 관객으로 하여금 듣고, 보고, 온몸으로 감각하는 새로운 무대 경험을 제안한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은 자연과 악기 소리를 활용한 앰비언트 음악을, 보컬리스트 정마리는 한국의 전통 소리 정가(正歌), 부지현 작가는 빛과 공간을 활용한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세 사람은 서로 구애받지 않고 각자 무대에 오르고 퇴장하기를 반복하며, 공연의 흐름을 자유롭게 이끌어 간다.
관객 역시 베개를 들고 무대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앉거나, 기대며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공연을 감상한다. 이 공연은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으로 공감각적 몰입을 통해 ‘무경계’의 의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앙상블블랭크, 주정현 on Sync Next 25(7월 18일~19일)는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 최재혁이 이끄는 앙상블블랭크와, 2024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연주자 겸 작곡가 주정현이 창작 초연 《원초적 기쁨》을 공연한다. 《원초적 기쁨》은 지금, 이 시대의 서울형 현대음악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조명·일렉트로닉 사운드·동서양 악기가 만들어내는 실험적 충돌이, 두 개의 무대를 오가며 펼쳐진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전통성과 모던함의 공존을 사운드로 형상화하여 무대 자체가 하나의 감각적 퍼포먼스가 된다. 관객들은 온몸으로 소리를 경험할 수 있다.
벌트vurt., 업체eobchae on Sync Next 25(9월 5일~6일)는 서울의 테크노와 ‘멱등설’*이라는 미학 퍼포먼스를 결합, 《멱등마리아》를 공연한다. 10년 넘게 서울의 테크노 씬을 이끌어온 벌트vurt.가 큐레이션을 맡고, 2017년 활동을 시작한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eobchae가 공간을 구성한다.
《멱등마리아》는 도시의 정신·기술·종교를 테크노 음악과 ‘멱등설’이라는 세계관으로 해석한다. 2024년, 테크노가 독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베를린 테크노 문화의 정신을 이어 서울의 테크노를 비디오 퍼포먼스와 함께 재구성한다. 유럽의 젊은이들이 테크노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시대적 불안을 표현하였듯 《멱등마리아》로 서울의 테크노를 재현, 도시적 불확실성과 감정의 균열을 담아낸다.
《멱등마리아》는 업체eobchae가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展에서 선보인 세계관 ‘멱등설’을 확장한 작품이다. 도발적 몸짓으로 미술계를 사로잡은 퍼포머 불잠지의 벌레스크(burlesque)댄스·영상·합창 등이 교차하는 다층적 무대가 총 5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테크노 음악 아래 관객의 ‘트랜스(집중, 이완) 상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환하는 이 무대는 기존 싱크 넥스트 관객은 물론 테크노 애호가들에게도 새로운 차원의 감각적 실험을 제안한다. 테크노는 이제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시대의 공기를 대변하는 또 하나의 문화 흐름이 된다.
수민&슬롬 on Sync Next 25(7월 11일~12일)은 지난 공연 의 연장선에서 사랑과 연애, 관계 속 감정의 복잡함을 다룬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상을 수상하며 서로의 강점을 깊이 이해하는 팀워크를 입증한 수민&슬롬. 두 아티스트가 무대 위에서 교감하고 조율하는 과정은 곧 사랑이라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법과 닮아있다. 사운드, 영상, 무대가 연결되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관객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관계와 감각의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공연 이후 영상으로 재구성되어 관객에게 되돌아오는 이 작업은 기억과 감정의 잔상을 다시 엮어 결국 내면의 나를 마주하게 만든다.
코끼리들이 웃는다 on Sync Next 25(7월 20일~22일)는 신작 《마주하고 마주하니》를 공연한다. 지난 싱크 넥스트 23에서 ‘물질’로 깊은 여운을 남겼던 ‘코끼리들이 웃는다’. 신작 《마주하고 마주하니》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의 떨림,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의 감각이 깨어나는 찰나를 포착한다. 45명의 관객과 45명의 배우가 일대일(1:1)로 마주하는 구성 속에서 관객은 단순 참여자가 아닌, 함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협업자로 존재한다.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더 이상 ‘객석-무대’로 구분되지 않으며, 그 안에서 타인과 나, 그리고 내면의 인식적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는 특별한 경험이 펼쳐진다.
뮤지컬 《동네》에서 호흡을 맞췄던 작가 강남, 작곡가 김효은, 연출가 이준우가 강남, 김효은, 이준우 on Sync Next 25(7월 31일~8월 2일)에서 다시 뭉쳐 1인극 《문 속의 문》을 선보인다.
SF 거장 허버트 조지 웰즈의 1906년 단편 『벽 속의 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인간 욕망의 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인간 내면의 결핍, 질투, 자존감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1인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압도적 몰입감으로 풀어낸다. 관객에게 타인을 이해하고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선사할 이 무대는 싱크 넥스트가 라이브러리컴퍼니와 공동 개발한 ‘과정공유작’으로, 2026년 정식 공연을 거쳐 국내외 진출을 목표로 한다.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진행되는 본 작품의 출연진은 오는 7월 4일 세종문화회관과 연동 예매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해니, 미스터 크리스 on Sync Next 25(8월 14일~16일)에서는 싱크 넥스트 최초의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30인의 무용수와 함께 대규모 퍼포먼스 《우리 OO-LI》가 펼쳐진다. 메가크루 ‘팀 매그놀리아’ 디렉터로 활동하며 집단적 움직임 속 신체적 교감을 이끌어온 안무가 해니, 전세계를 오가며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해 온 미스터 크리스가 협업해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작품 제목 《우리 OO-LI》는 ‘우리(cage)’와 ‘우리(us)’라는 이중적 뜻을 품고 있으며, 집단적 움직임 안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 실험을 이어간다. 서울의 집단성을 ‘우리’라는 단어로 상징화하고, 무용수와 관객은 서로의 파장을 교환하며, 개성 있으면서도 일체화된 몸짓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가 탄생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리퀴드사운드 on Sync Next 25(7월 25일~26일)에서는 《OffOn 연희해체 프로젝트Ⅱ》를 선보인다. 리퀴드사운드는 2015년 창단되어 전위적 국악, 전자음악, 현대무용, 설치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 온 예술 단체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서 전통음악과 전자음악이 교차하고, 신체 움직임과 시각적 요소가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익숙한 전통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소리와 비트의 층위를 새롭게 조화시키는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독보적인 힙합 스웨그를 가진 래퍼 제이통이 오랜 시간 음악적 호흡을 맞춰온 밴드 로다운30, 래퍼 노스페이스갓 그리고 DJ 김나언과 함께 제이통 on Sync Next 25(8월 8일~9일)를 통해 싱크 넥스트 최초의 힙합 무대 《솔방울과 비트》를 연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제이통은 랩이라는 장치로 부산과 서울을 연결, 특유의 로컬리티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소중하다”라는 메시지를 무대를 통해 전달한다. 실제로도 쓰레기를 줍고 농사를 짓는 삶의 태도를 실천해 온 그는, 이번 공연에서 자연의 리듬으로 시작해 산업 문명과 충돌하며 고조되는 음악의 흐름을 펼쳐낸다. 특히 자연의 순수함과 산업의 강렬함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무대 구성으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넷플릭스 《D.P.》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자 코미디언, 작가로 활동 중인 문상훈은 문상훈과 빠더너스 on Sync Next 25(8월 22일~24일)를 통해 새롭게 무대 작업에 도전한다. 2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프론트맨이기도 한 그가 선보일 이번 무대는 라이브 방송의 리듬과 공연의 현장성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된다. 문상훈 특유의 유머와 즉흥성을 더해 ‘공연으로 확장된 스케치 코미디’라는 새로운 형식은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을 활용, 관객에게는 전례 없는 독특한 감각의 웃음을 경험하게 한다.
사회 이슈를 무대 위 감각적 신체 언어로 풀어내는 안무가 김성훈도 김성훈 on Sync Next 25(8월 28일~30일)에서 신작 《PINK》를 선보인다.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억압, 그리고 생존의 감각을 마주하는 냉혹한 무대를 연출하여, 우리가 무심코 아름답다고 여겨온 것들 속에 내재된 폭력성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들춰낸다. 아르토의 ‘잔혹극’ 개념을 바탕으로 현대무용의 관습적 틀을 깨는 새로운 무대 언어를 시도한다. 도살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 속 끊임없이 닦이고 씻겨 나가는 피, 지워지지 않는 흔적, 덩어리로서의 몸 등 섬찟함을 불러일으키는 미장센들은 불편하고 낯선 자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오히려 ‘살아있음’을 강렬히 자각하게 만든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 출연 고동훈 등 8인의 실력파 무용수들이 그려내는 세밀한 움직임은, 불편함 속 아름다움의 이중성을 관객의 의식 깊숙이 새겨 넣는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