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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코드] 현대카드 ‘톰 삭스 크레딧 카드’, 신용카드를 '작품'으로 정의하다

물성이 사라지는 디지털 시대, 손끝의 오브제가 된 현대카드 플레이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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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예은⁄ 2025.07.18 17:14:39

현대카드 ‘톰 삭스 크레딧 카드’ 메탈 플레이트 패키지, 사진=현대카드

 

“신용카드는 더 이상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카드 플레이트’라는 작고 얇은 사각형 위에 브랜드의 정체성, 사용자의 페르소나, 그리고 시대정신을 투영하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카드 플레이트라는 무대를 바탕으로 20년 넘게 지속해 온 전략은 이 같은 방향성을 분명하게 함의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카드는 지불 수단의 틀을 벗어나 디자인과 물성의 경계를 실험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최근 공개된 ‘톰 삭스 크레딧 카드’는 이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미술 작가 톰 삭스와 협업해 구멍이 뚫린 카드 플레이트를 내놓은 이 시도는 카드 디자인을 일종의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카드 플레이트에 대한 또 다른 차원 가능성을 부여하는 실험이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사용자가 끈을 매거나 손가락을 꿰는 방식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한 이 디자인은, 기능을 넘어서 신용카드를 ‘퍼스널 오브제’로 탈바꿈시키는 시도다.

 

현대카드는 2009년 국내 최초 메탈 카드인 ‘the Black’ 티타늄 플레이트를 시작으로 ‘메탈 플레이트’ 시대를 열었다. (왼쪽부터) ‘the Black’ 티타튬, 리퀴드 메탈, 코팔 플레이트. 사진=현대카드


미니멀한 일상에서 부활한 ‘물성(物性)’
아이러니다. 디지털이 삶을 평면화하는 시대에 현대카드는 오히려 물성(物性)을 강조한다. 플레이트에 두랄루민, 티타늄, 구리 합금 같은 물질을 입히고, 나무 합판의 질감을 플라스틱 위에 재현하며, 카드에 손끝 감각을 입힌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이를 ‘물성매력’이라 정의했다. 화면 너머의 소비에 익숙해진 세대일수록 촉각적 경험에 다시 끌린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가 메탈 플레이트 발급을 프리미엄 라인에서 일반 신용카드 ‘현대 오리지널스’까지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은 더 이상 특정 소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원하는 디자인을 ‘고른다’는 개념 자체가 브랜드 경험이 되는 시대다.


‘디자인을 발급받는 시대’의 개막
톰 삭스 크레딧 카드는 흥미로운 선례를 남긴다. 이 카드는 단독 상품이 아니다. 기본 카드 발급 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며 선택 가능한 ‘디자인 플레이트’다. 사용자는 기본 플레이트와 디자인 플레이트, 두 개의 카드 플레이트를 발급받아 취향과 상황에 따라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바꾸듯, 이제 카드를 바꾸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는 물리적 디자인을 ‘소장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해석하는 현대카드의 전략을 보여준다. 아트 토이와 리미티드 스니커즈처럼 카드 플레이트도 감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소비된다. 이는 “기능의 디자인화를 넘어, 디자인의 기능화를 시도한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현대카드의 이러한 방향성은 정태영 부회장의 디자인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브랜딩을 "페르소나 매니지먼트"라고 정의하며, 브랜드가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결정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신용카드는 고객 손끝에서 가장 자주 노출되는 브랜드의 접점이다. 따라서,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에 담긴 페르소나는 브랜드의 정체성일 뿐 아니라, 사용자의 취향과 성격을 반영하는 ‘페르소나 매니지먼트’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신용카드, 가장 개인적인 공공 오브제
오늘날 소비자에게 신용카드는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빈번한 공공적 상징이 되었다. 카운터, 택시, 테이블 위. 일상 곳곳에서 타인에게 노출되는 카드 플레이트는 결국 '소비자 정체성의 캔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미니 카드’부터 ‘세로형 카드’까지 카드업계에 최초의 디자인을 제안하며 ‘신용카드는 지불 수단’이라는 고정관념에 도전해왔다. 특히, 지폐의 패턴과 각도를 차용한 신용카드 디자인이나 동전의 기원인 구리 합금 신소재로 만든 코팔(Copal) 소재 등을 통해 ‘신용카드가 현 시대의 화폐’라는 상징성을 표현해왔다. 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이 작고 얇은 물건에 브랜드 철학, 예술, 기술, 감성을 오롯이 담아내며 디지털 시대의 ‘물리적 아이콘’으로 재정의했다. 결제라는 기능이 똑같다면, 차별은 결국 감각에서 시작된다. 소비자는 이제 카드를 꺼낼 때, 결제보다 자신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 새로운 감각의 시장에서, 현대카드는 가장 앞선 실험자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

 

관련태그
현대카드  톰 삭스  카드 플레이트  정태영 부회장  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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