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거주하는 68세 박근화(남·가명) 씨는 1986년 군 전역 직후 갑작스럽게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한의학 치료, 민간요법, 대학병원 진료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통증은 오히려 심해져 40년 동안 바닥에 앉지도 못하며 생활해야 했다.
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양진서 교수는 그의 증상을 확인한 후 통증의 원인이 음부신경 압박에 의한 ‘음부신경병증’임을 진단했다. 이후 ‘음부신경 감압술’을 시행했고 수술 일주일 만에 박 씨는 통증이 크게 줄어 바닥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음부신경병증은 좌골신경 안쪽에서 나오는 음부신경이 천골인대와 천골결절인대 사이에서 눌리며 발생한다. 특히 앉아 있는 자세에서 심하게 압박돼 음부, 회음부, 항문 주변에 극심한 통증과 운동 기능 장애가 나타난다. 증상이 척추질환과 유사한 점이 많아 다수의 환자가 척추 추간판(수핵) 탈출증이나 협착증, 퇴행성 디스크증으로 오진 받기도 한다.
음부신경 감압술은 신경외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방법으로 수술 시간은 1시간 내외로 소요된다. 아픈 부위의 엉덩이에 5cm 정도의 피부 절개를 하고, 음부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인대를 찾아 제거·박리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경우 중간중간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탈 때 안장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골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되지 않도록 규칙적인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진서 교수는 “환자들이 허리가 아프거나 엉덩이가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척추 문제가 아닐 수 있으며 다른 원인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도 있다"며 “진료를 받았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악화된다면 말초신경 질환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화경제 한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