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5.09.22 09:43:29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19일 강남구 재단 컨퍼런스홀에서 ‘AI 스타트업 토크’ 강연을 공동 개최했다고 21일 밝혔다.
강연에는 김한준 퓨리오사AI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조강원 모레 대표(CEO), 이주형 마크비전 AI 총괄이 연사로 참여해 창업 배경, 핵심 기술과 사업 모델, 인재 전략을 공유했다. 무대에 오른 세 명의 연사는 모두 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현재 AI 반도체·소프트웨어·브랜드 보호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겸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는 환영사에서 “51주년을 맞은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이제 훌륭한 학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넘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인재상을 고민하고 있다”며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능동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 재단의 새로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조직을 이끌어온 경험은 후배 세대에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준 CTO는 “AI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전력 소모와 컴퓨팅 파워 문제가 새로운 패권 경쟁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자사의 저전력 반도체 칩을 소개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세계 1위 기업이지만, 퓨리오사AI는 추론 영역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 지원성, 성능,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17년 설립된 퓨리오사AI는 국내 대표 AI 유니콘으로, 최근에는 LG AI연구원·OpenAI와 파트너십을 맺고 실제 모델 실행 데모를 선보였다.
조강원 CEO는 “AI는 알고리즘의 승부가 아니라 초거대 컴퓨팅 인프라와 이를 쥐어짜는 소프트웨어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GPU만 파는 회사로 보이지만, 이미 수천억 원대 데이터센터 장비를 공급하며 AI 생태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CEO는 엔비디아가 풀지 못하는 문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전략을 택했다. AMD 등 다양한 반도체 기업과 협업해 특정 칩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하드웨어에서 최적화된 성능과 비용 효율을 구현하는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사례를 언급하며 “딥시크가 공개하지 않은 것은 모델이 아니라 학습과 추론을 빠르고 저렴하게 구현한 소프트웨어였다”며 “결국 진짜 경쟁력은 모델 자체보다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말했다.
이주형 AI 총괄은 위조상품·불법 콘텐츠 확산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조상품 시장 규모가 전 세계 500조원에 달하고, 국내 피해만 연간 13조원에 이른다”며 “루이비통·티파니 등 글로벌 브랜드를 고객으로 둔 마크비전은 AI 기반 탐지·차단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지식재산권 보호 생태계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이 창업하기 좋은 시기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김한준 CTO는 “창업은 본질적으로 힘든 길이기에 기본적으로는 말리는 편”이라면서도 “AI 에이전트의 활용으로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기회비용은 과거보다 낮아졌다. 지금이야말로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조강원 CEO는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은 전 세계에 수천 명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고, 무엇보다 끝까지 버티는 끈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힘듦을 없애기보다, 과도한 들뜸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타트업의 일상은 80~90%가 난관이기 때문에 오히려 힘든 일을 나의 평소의 상태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일에 과도하게 도취되지 않는 것이 결국 지속성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의 문제 해결 방식과 관련해 김 CTO는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늘 ‘날것의 문제’를 다루는 조직”이라며 “시장이 성숙하면 그 문제는 대기업으로 넘어가고, 스타트업에는 다시 새로운 날것의 과제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성격이 아니라, 이를 조직적으로 수용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AI 기업들은 실제 업무에서 어떻게 AI를 활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조강원 CEO는 “AI 업계에 있다고 해서 AI를 잘 쓰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우리 분야는 코드 생성 품질이 아직 낮아 직접적인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협업 과정에서 번역 등 언어 장벽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형 AI 총괄은 “AI를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며 “정확도가 떨어질 경우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 다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화하는 용도로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프롬프트를 주고받으며 회의나 문서 작업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한준 CTO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능력은 교육·조직 관리 이론과도 비슷하다”며 “대인관계와 설명력이 좋은 사람들이 보통 프롬프트도 잘 다룬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툴의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조직 차원에서도 주 단위로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다”며 “정보 유통과 협업 과정이 점점 더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