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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이슈] LS그룹, ‘중복상장 논란’에 “지금이 투자 골든타임” 주장

에식스솔루션즈 IPO 추진…“주주환원책 강화로 논란 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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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 2025.10.01 14:28:43

LS그룹이 미국 전력사업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Essex Solutions)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미 상장된 모회사 ㈜LS의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된 것. 이에 LS그룹은 기존에 논란이 된 ‘쪼개기 상장’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에식스솔루션즈 북미 공장 내 변압기용 특수 권선 설비. 사진=LS그룹
 

LS그룹은 1970년대부터 전력·에너지를 주력 사업으로 키운 대한민국의 대표 인프라 기업이다. 에식스솔루션즈는 2008년 LS그룹이 나스닥 상장사 ‘수페리어에식스(SPSX)’를 약 9억 달러(당시 1조 원 규모)에 인수하며 출범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용 특수 권선’과 ‘대용량 변압기용 특수 권선’이다. 특히 전기차용 특수 권선은 구동 모터의 핵심 소재로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에식스솔루션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에식스솔루션즈의 제품은 여러 전기차 메이커들은 물론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되고 있으며, 중국을 제외하고 전기차 생산이 가장 활발한 북미 지역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업장은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 두루 분포돼 있다.

 

에식스솔루션즈 로고. 사진=LS그룹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 5000억 원(약 11억 달러)을 기록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S그룹은 올초부터 에식스솔루션즈의 IPO 준비에 착수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목표 기업가치는 5조 원, 상장 시 1조 원 이상 자금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회사(시총 약 7조 원) 상장에 이어 자회사 IPO가 추진되자 ‘더블카운팅’ 논란이 불거졌고, 소액주주들은 “알짜 사업을 떼내 모회사 주가를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실제 발표 직후 ㈜LS 주가는 10% 하락했다. 9월로 예정됐던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 일정은 일단 10월로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쪼개기 아냐…M&A 통해 편입된 증손자회사”

이같은 논란에 대해 LS그룹은 이번 IPO가 기존의 ‘중복상장’ 논란을 일으켰던 물적분할 상장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라며 조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해외 M&A를 통해 인수한 미국 법인이어서, 국내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인위적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일명 ‘쪼개기 상장’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증권가도 대체로 같은 평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회사가 직접 분할한 케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중복상장 시비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에식스솔루션즈는 그룹 미국 사업의 플랫폼으로, 상장이 지배구조 왜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역시 모회사 주가에 이미 자회사 가치가 반영됐는지를 주로 검토한다. LS 측은 “에식스솔루션즈의 미국 사업 가치가 ㈜LS 주가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며 상장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제 LS그룹 매출의 40%가 글로벌 사업에서 발생하는 만큼,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CWIEME(코일 및 절연 박람회)에 참가한 에식스솔루션즈 부스. 사진=에식스솔루션즈
 

“IPO, 모회사 NAV 확대 효과”

LS그룹 측은 IPO가 오히려 모회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달 자금은 글로벌 확장에 투입되고, 일부는 모회사 투자 및 배당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규모 5조 원 중 20~30%가 환원될 경우 LS전선의 미국 공장 증설이나 재생에너지 케이블 등 다양한 신사업 투자에 활용 가능하다.

LS그룹은 “IPO는 모회사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결정”이라며 “그룹 전체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SK그룹의 SK바이오팜 상장 사례처럼 자회사 분리 상장이 그룹 전체 NAV를 높였던 전례는 충분히 많다. 

에식스솔루션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00억 원이다. 상장 후 지분법 이익과 배당 확대가 예상돼 ㈜LS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1월 진행된 프리IPO에서 2900억 원을 유치하며 투자자 신뢰를 확인했고, 이는 ‘미국 전력사업 성장성’을 시장이 높게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내 점유율은 10%로, 테슬라·GM 공급망 진입도 가시화되고 있다. 성공적 상장 시 기업가치는 최대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월 27일 용산LS타워에서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명노현 LS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명 부회장은 에식스솔루션즈 등 여러 계열사들이 전력 산업 슈퍼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IPO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LS그룹
 

주주환원책 강화…소액주주 달래기

LS그룹은 소액주주 반발을 의식해 주주환원책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물배당을 2배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을 추진해 자회사 성장의 과실을 모회사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에식스솔루션즈의 예상 배당금 500억 원이 모회사에 환원될 경우, ㈜LS의 주당 배당은 10% 증가할 수 있다.

다만 증손자회사 구조 탓에 배당이 곧바로 모회사 주주에게 전달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세무 전문가들은 ‘해외 계열사 배당금 익금 불산입 제도’를 활용하면 법인세 부담을 줄여 간접 환원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소수주주 권한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대규모 선행투자가 필수적인 제조업·인프라 산업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S그룹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 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충전기, 전력망,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이 과감한 투자의 골든타임”이라며 “B2B 중심 제조업은 영업이익률이 2% 안팎에 불과해 자체 자금 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IPO를 통한 자본 유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환원과 안전장치를 통해 모회사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정의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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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LS  IPO  에식스솔루션즈  중복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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