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가 인공지능(AI)을 단순한 리서치 보조 수단에서 벗어나 ‘투자자의 수익률 극대화’와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목표로 하는 핵심 서비스 엔진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은행권이 AI를 주로 대중적 상담과 내부 업무 효율화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증권사들은 ‘초개인화된 실전 투자 전략 지원’과 ‘실시간 시장 데이터 분석’에 AI 역량을 집중하며 뚜렷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AI를 통해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개인투자자에게 보편화하고, 글로벌 투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AI 네이티브 증권사’로의 대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투자 컨시어지 및 대화형 AI 비서, 복잡한 전략을 일상 언어로
증권업계는 복잡한 투자 용어와 조건 검색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금융 비서’를 전면 도입하고 있다. 투자자가 “배당을 많이 주는 저평가 종목”, “반도체 테마에서 최근 52주 신고가를 달성한 종목”처럼 일상적인 언어로 질문하면, AI가 이를 전문적인 조건식으로 변환하여 실시간으로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유진AI’는 회사 자체의 방대한 조건검색 데이터와 생성형 AI 기능을 결합한 서비스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조건검색 프로세스와 연동하여 투자 경험이 적은 고객도 쉽게 매매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한투자증권의 ‘AI PB’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질문하지 않아도 관심 종목과 보유 자산을 바탕으로 주요 정보를 선별, 요약해 제공하는 능동적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GPT 기반 생성형 AI를 적용해 복잡한 투자 이슈를 자연어로 쉽게 설명한다.
미래에셋증권은 MTS(M-STOCK)에 ‘AI추천검색’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며, 오타나 ‘엔디비아’처럼 모호한 표현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메뉴와 연관 키워드를 제시해 정보 탐색을 돕고 있다.
초개인화된 AI 자산관리 및 로보어드바이저 (RA)의 보편화
AI 로보어드바이저(RA)는 이제 단순히 ETF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생애주기별 자산(IRP, ISA, 연금)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적 자문 및 일임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PB(프라이빗뱅커)의 정교한 자산관리 경험을 AI 기술로 대중화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KB증권은 ‘AI가 골라주는 투자’ 서비스를 ISA 및 IRP 계좌에 도입하며, 국내주식, 글로벌 ETF, 채권형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AI 기반으로 제공한다. 이로써 KB증권은 모든 주요 계좌 유형에서 AI 기반 전략 투자가 가능한 구조를 완성했다.
유진투자증권은 AI콴텍과의 협업을 통해 ‘AI 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오픈하며, PB 고객관리 노하우와 RA 기술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NH투자증권은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연금 고객을 위해 AI 로보어드바이저와 전문 상담인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특히 NH투자증권의 로보어드바이저는 코스콤 테스트베드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업라이즈투자자문 등과의 제휴를 통해 AI 기반 퇴직연금 RA 상품을 확대하며, 고객의 다양한 투자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출시해 맞춤형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가입 시점, 리밸런싱 이력, 자산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고객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서비스 이용 수수료 없이 모바일 앱 ‘M-STOCK’만 있으면 간단한 조작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ISA 고객자산은 최근 약 3개월 만에 1조 원 이상 증가하며 지난 8월 기준 6조 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AI 모델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투자 매력이 있는 종목을 선별하는 그룹 최초의 AI 기반 상품 ‘Global X Investment Grade Corporate Bond ETF(GXIG)’를 출시하며, AI를 실제 상품 운용의 핵심 전략으로 도입했다.
실시간 정보 민주화와 시장 예측으로 정보 비대칭 해소
글로벌 투자 시대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와 월가 및 기관투자자 간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 뉴스, 기업 공시, 실적 발표 등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요약하여 투자 판단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즉시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MTS(mPOP)에 AI 번역/요약 서비스를 도입하여 미국 상장사들의 정기보고서(10K, 10Q)와 수시보고서(8K)를 신속하게 번역 및 요약 제공하며, 해외주식투자 정보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미래에셋증권은 ‘AI이슈체크’ 서비스를 통해 전날 미국 증시에서 장중 변동성이 큰 종목의 원인을 자동으로 선별하고 관련 해외 뉴스를 요약 제공하여,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돕는다.
NH투자증권은 미국 AI 스타트업과의 협력으로 AI 투자 에이전트 ‘터미널 엑스(Terminal X)’를 출시했다. 이는 월가 전문가 수준의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실적, 목표주가, 리스크 요인 등을 제공하여 고객이 자기 주도적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진일보한 에이전트로 평가받는다. NH투자증권은 또한 해외 투자 정보 서비스 ‘월가 라이브’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한 한국어 더빙 및 텍스트 요약 기능을 추가해 해외 투자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투자 심리 및 전략 지원...AI 기반 리서치 고도화와 전략화
증권업계 AI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을 넘어 투자 심리 분석이나 고도화된 리서치 자동화를 통해 투자자의 매매 타이밍과 전략 수립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하나증권은 증권사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종목별 공포지수를 개발한 ‘공포탐욕시그널’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종목 및 업종별 투자심리를 5단계(매우 공포~매우 탐욕)로 구분하고 정량적 지표로 제공하여, 투자자들이 감정적 판단을 피하고 객관적인 매매 타이밍을 판단하도록 돕는다.
신한투자증권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 2건에 대해 특허출원을 완료했는데, 특히 ‘계층적 산업 분류와 매출 구조 임베딩을 이용한 유사 기업 검색’ 및 ‘기업 연구개발 방향의 유사 검색’ 기술은 기존 통계 기반 분석보다 정교한 구조적 학습을 통해 기업 간 관계성과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여 리서치 자동화 역량을 강화한다.
AI 기반 리스크 관리 및 인프라 혁신
증권업은 투자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와 IT 인프라 혁신에서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금융 보안을 강화하고 미래 지향적인 AI 기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다.
미래에셋증권은 금융권 최초로 AI 기반 신분증 사본 판별 시스템을 오프라인 전 지점에 도입했다. AI가 신분증 이미지, 노이즈 패턴, 해상도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하여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신분증까지 식별하며 금융사기 예방 역할을 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존 IT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AWS의 생성형 AI 혁신센터(Gen AI Innovation Center)와 협력하여 주식 종목 선별, 대화형 챗봇 등 차세대 금융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AI 기반의 초개인화 서비스 제공과 글로벌 디지털 증권사로의 전환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 전략이다. 또한 미국 소셜 투자 플랫폼 스톡트윗츠(Stocktwits)와 MOU를 체결하며 AI 기반 트렌드 분석 정보 및 글로벌 투자자 간 실시간 소통 기반을 확보했다.
결론적으로, 국내 증권업계의 AI 전략은 ‘투자 전략의 개인화 자동비서’ 역할을 주축으로 강화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종목 탐색,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 배분 자동화, 그리고 해외 시장 정보의 실시간 번역 및 심리 분석 지원은 투자자들의 수익률 극대화와 정보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AI 기술의 전방위적 도입은 증권업의 플랫폼 경쟁력을 넘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