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11월의 크리스마스’다.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일찍이 크리스마스 맞이에 들어갔다. ‘미리 크리스마스’ 축제의 현장들을 살펴본다.
손편지·수작업 선물·포장으로 전하는 아날로그 감성
모든 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는 크리스마스. 그런데 이를 앞두고 대형사고가 터졌다. 전 세계에 선물과 편지를 배달해야 할 산타와 엘프, 루돌프가 모두 감기에 걸린 것. 이에 해리가 대신 행복 배달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연말도 동화 같은 스토리로 꾸며졌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 ‘빨간열매’, 2022년 ‘곡물창고’, 2023년 ‘상점골목’, 2024년 ‘움직이는 대극장’ 등 매년 다양한 크리스마스 테마를 선보여 왔다.
올해의 테마는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이다. 산타와 엘프, 루돌프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해리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해리(Harry)는 현대백화점이 지향하는 가치인 행복(Happy)에서 이름을 따와 만들어진 아기곰 캐릭터다.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더현대 서울 등 백화점과 아울렛 전국 점포가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으로 변한다. 이 중 대표적인 인증샷 명소로 떠오른 더현대 서울 현장을 찾았다.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는 흰 눈이 뒤덮인 크리스마스 공방으로 변신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8m 높이의 나무 기둥을 중심으로 약 100여 그루의 겨울 숲이 조성돼 웅장함을 자랑한다. 이 공간은 ▲산타의 집 ▲편지공방 ▲선물공방 ▲포장공방 ▲루돌프의 집 등 연출 공간과 1개의 PB샵으로 구성됐다.
이 공간의 문을 여는 산타의 집은 아늑함 그 자체다. 산타가 루돌프와 함께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렸고, 산타가 평소 앉아서 독서를 하고, 업무를 보는 책상, 편히 쉴 수 있는 의자, 크리스마스트리가 배치됐다.
이어 오두막으로 지어진 다양한 공방들을 만난다. 나무 재질의 오두막은 공간에 포근한 느낌을 더한다. 편지공방엔 전 세계 아이들을 위한 편지들을 하나하나 직접 쓰고 있는 해리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편지들을 살펴보니 한국어를 비롯해 일본어, 영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들이 적혀 있었다. 여기엔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의 이름이 적힌 편지도 포함돼 있다.
선물공방에서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해리들이 재봉틀에 앉아 수를 놓고, 호두까기 인형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등 아이들이 받아볼 선물들을 만들고 있다. 이 공간엔 미니어처 기차, 디오라마 등 움직이는 오브제들이 함께 구성돼 생동감을 더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선물들은 포장공방에서 섬세하게 포장된다. 그리고 흰수리 부엉이 조형물이 각 공방들 위를 날아다니며 편지와 선물을 배달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루돌프의 집에선 감기에 걸려 휴식을 취하는 순록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중 1마리는 눈치 없이 혼자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9마리 중 감기에 걸리지 않은 4마리는 흰수리 부엉이와 함께 선물을 배달한다.
여기에 현대백화점이 이번 시즌을 맞아 자체 기획한 ‘2025 크리스마스 에디션 PB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대표 상품은 엘프 복장의 ‘해리 곰인형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머그컵·키링·엽서·오너먼트 등 약 60여 종의 소품을 선보인다. 특정 포토존을 추천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공간이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인상적으로 꾸며졌다.
“글로벌 이슈 담은 스토리텔링”
현대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연출 시 가장 주안점을 두는 건 ‘스토리텔링’이다. 특히 ‘고객의 행복’과 현재의 ‘글로벌 이슈’를 담은 스토리를 꾸리고자 한다.
연출을 총괄한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 디자이너는 “2021년부터 타 백화점과 다르게 현대백화점만의 고유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2021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심리적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소녀가 빨간 열매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치유와 행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엔 해리가 사람들 간 화해를 도모하는 내용을 담았다. 2023년엔 전쟁 실향민인 해리의 할아버지가 이산가족을 만나는 꿈을 그렸고, 지난해엔 파리올림픽을 모티브로 해리가 마을에 대극장을 가져와 파리올림픽과 같은 축제의 장을 만들며 기쁨을 나누는 이야기를 전개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손의 온기’에 집중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출에서도 중요시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 강화됐다.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클릭 한 번이면 선물이 도착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는 빠르고 간편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손의 온기와 진심 어린 교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며 “이에 해리가 직접 준비하는 손편지, 수공예 선물, 포장 등으로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과정을 시각화해 고객에게 따뜻한 진심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현대백화점 직원들도 수작업에 임했다.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편지공방의 약 1000장의 편지에 적힌 글과 도장은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임한 결과물”이라며 “포장공방에선 약 1000개의 선물상자와 리본을 직접 묶었다”고 설명했다.
이 스토리텔링은 현대백화점과도 이어진다. 성공적으로 산타의 임무를 대신 수행한 해리에게 ‘명예 산타 헬퍼’ 배지가 주어지는데, 이는 실제 현대백화점 직원이 착용하고 있는 배지와 같다. 결국 현대백화점의 모든 직원들이 고객에게 진심 어린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연결고리로 이어진다.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단순하게 예쁜 크리스마스 연출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행복을 전달하며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긍정적으로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연출이 불러온 효과
현대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연출은 실질적인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22년부터 선보인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는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지난해 누적 관람객 수가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외국인 방문객은 날로 증가해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22년 3.3%에서 지난해 14.6%로 5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올해 9월 기준 15.2%를 기록 중이다.
올해도 관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 방문 시 쾌적한 관람을 위해 예약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달 23일 진행된 1차 네이버 예약에 동시 접속자 4만 5000명이 몰렸고, 전석은 단 30분 만에 매진됐다.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 개장 첫 주말(1~2일)엔 2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매년 새로운 크리스마스 테마 연출을 통해 고객에게 현대백화점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철학을 전하고 있다”며 “매년 국내외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억 속에 남는 특별한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