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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 사진이 견인한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와 확장

김명희,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의 미발표작 최초 공개와 함께 김구림, 김용철, 김춘수, 서용선, 신학철, 안규철, 안창홍, 이인현, 한만영 등 주요 작가들이 40~50년 만에 공개하는 작품 대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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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5.11.25 20:12:09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2025년 11월 26일(수)부터 2026년 3월 1일(일)까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세 번째 개관특별전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36인의 사진과 사진 이미지를 창작의 매개로 활용한 작품, 그리고 자료 300여 점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전관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이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 미술사를 되돌아보는 개념으로 설정됐다. 1960년대 70년대부터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이끌어온 매체에 사진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많은 작가가 당시에 사진을 찍고 또 사진을 실험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이 나가야 할 실험성과 도전을 해왔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의 치열한 탐구와 실험을 통해 사진이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표현 언어로 자리매김해 온 여정을 폭넓게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한정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구축해 온 사진과 사진 활용 소장품을 중심으로 1980년대 이후에 동시대 미술 안에서 사진이 만들어온 변화와 그리고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표현 매체로의 사진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전시다. 특히 한 자리에 모으기 어려운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36명의 사진 그리고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집중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작가들이 해외 미술 사조를 굉장히 능동적으로 수용했지만 결국 한국의 특수한 정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그 과정에서 사진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실을 전달해 온 대중 매체 그 중에서도 신문이 작가들에게 제공한 문제 의식과 이미지의 원천이 전시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전시의 기획은 한희진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1950년대 후반은 전후의 혼란을 지나 한국 미술이 새로운 시대의 언어를 모색하기 시작한 전환점이었다. 1957년에는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현대미술가협회〉 등 새로운 그룹들이 잇따라 결성되며, 미술은 기존 제도에 도전하는 실험의 장으로 나아갔다. 같은 해 조선일보사가 마련한 《현대작가초대전》은 이러한 움직임을 하나의 조형운동으로 결집하며 전위적인 한국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현대미술가협회〉는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앵포르멜을 내세워 추상미술의 정착을 이끌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체제를 중심으로 굳어져 있던 기존의 관념적 질서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반면 〈모던아트협회〉는 신사실파 이후의 구조적이고 절제된 형식미를 추구하며 한국적 모더니즘의 기틀을 다졌다. 그러나 1960년대로 접어들며 앵포르멜의 열기는 점차 형식화되었고, 젊은 세대는 새로운 해법을 찾아 나섰다. 오브제, 팝, 옵아트, 공간 실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시도가 이어지던 가운데, 그 흐름은 1967년 개최된 《청년작가연립전》으로 집약되며 전후 추상미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전위적 국면을 열었다.

 

이 실험적 에너지는 1970년대의 《S.T. 전》, 《한국아방가르드협회전》, 《앙데팡당전》, 《대구현대미술제》 등으로 확장되며 제도적 권위와 형식적 관념에 도전하는 흐름을 형성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젊은 작가들은 관념적인 모노크롬 추상화에 대한 반발 속에서 새로운 시각 언어와 매체적 실험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사진을 전위적 수단으로 활용한 작가 이승택(1932)과 김구림(1936)을 시작으로, 이인현(1958)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명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인다.

이들은 국제 미술 사조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으면서도, 한국 사회의 현실과 시대적 정서를 반영하며 고유한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김명희, 이강소, 장화진, 정동석의 미발표작을 비롯해, 김구림, 김용철, 김춘수, 서용선, 신학철, 안규철, 안창홍, 이인현, 한만영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40, 50년 만에 다시 공개하는 귀중한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전시는 이승택 작가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환치(換置)’는 자연스럽지 않거나 ‘있을 수 없는 것’을 낯설게 드러내어 다른 의미로 전환하는 조형 방식이다. 익숙한 사물이나 장면을 전혀 다른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고정된 지각과 양식화된 사고를 벗어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승택에게 환치는 일상의 오브제와 이미지를 기존 맥락에서 분리해 다른 위치와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장면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그의 실험적 태도와 연결된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김구림 작가의 ‘불가해의 예술’은 라이프(LIFE)지에서 차용한 사진 이미지 위에 콜라주 한 작품을 ‘공간’지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이 실린 페이지에는 “미술작업은 종래의 손의 작업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하나의 관념으로서나 아이디어로서만 완성될 때가 있다.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스케일을 갖기 때문에 그것은 프로젝트로서 끝날 때가 많다. 이러한 조형의 확대는 예술가를 미술관이나 화랑에서부터 대지 속으로 끌어낸 동기가 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4페이지에 걸친 꼴라주 역시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관념의 예술이다. 작가 김구림은 조형의 장을 새로운 각 도에서 실험해 보이고 있다. (편집자 주)”라는 글이 있다. 출력물과 함께 공간지를 함께 전시한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김구림 작가는 만남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갈을 찍은 사진과 누드 작품은 돌과 내가 만났고, 모델이 된 여성과 내가 만났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2전시실은 1970년대 실험미술에서 사진이 수행한 역할에 집중한다. 〈S.T.〉의 김용철, 성능경, 이건용, 장화진, 최병소를 비롯해, 《대구현 대미술제》의 박현기, 이강소, 그리고 송번수, 한운성이 전개한 사진 기 반 판화 매체 실험 등을 통해 사진이 사유·구조·행위·매체를 넘나드는 실천으로 전개되던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3전시실은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사진 중심의 매체 실험을 탐구한다. 이교준, 문범, 이인현, 김춘수, 서용선, 안규철 등은 사진과, 당시 새롭게 도입되던 슬라이드 영사 작업을 활용해 지각과 경험, 관계의 문제를 탐구 하며 회화 중심의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조형 감각을 구축해 나갔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4전시실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비판적 미술 속에서, 사진 이미지가 현실을 해석하는 강력한 언어로 작동한 지점을 보여준다. 김건희,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손장섭, 신학철, 안창홍, 여운, 정동석, 그리고 김용익, 안상수에 이르기까지, 사진 이미지의 인용과 재배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감각을 재구성한 작업이 소개된다.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36인의 작품 가운데 미발표작과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주요 작업들을 대거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김명희가 1970년대 신체를 감광지에 직접 접촉해 햇빛으로 노출한 포토그램을 재촬영하여 구성한 신작 〈Liminal 1, 3〉, 이강소의 이중 포 토세리그래피 〈무제〉(1979), 정동석이 5·18 광주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서울에서〉(1982) 등이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전시 전경. 사진=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또한 김용철이 1977년 한국일보(9월 23일 자)를 활용해 유신체제의 정치·언론 통제를 퍼포먼스 형식으로 비판한 〈포토페인팅_신문 보기, 신문 버리기〉(1977) 비롯해, 서울’80의 김춘수, 서용선, 이인현의 슬라이드 작품, 문범, 안규철의 사진 작업, 안창홍의 포토콜라주, 한만영의 페이퍼워크 등이 40~50년 만에 다시 공개된다.

본 전시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 램도 마련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도쿄도현대미술관 권상해 큐레이터를 초청해 두 차례 특별강연을 개최한다. 강연은 12월 6일(토)과 7일(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교육실과 북서울미술관 다목적홀에서 개최되며, 1970년대 한국과 일본에서 전개된 실험적 경향을 살펴보고, 두 미술계의 교류와 상호 참조 속에서 형성된 현대미술의 지형을 고찰한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동시대 미술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위상을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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