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영업이익 1조2040억원.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조원대 달성.
공정자산. 2022년 26조2700억원, 2023년 29조4910억원, 지난해 31조9650억원, 올해 35조9520억원. 4년 새 10조원가량 증가.
지주사 ㈜LS. 지난해 매출 27조5447억원, 영업이익 1조729억원. 전년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19% 증가.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2022년 3대 회장으로 취임
구자은 회장은 2022년 1월 3일 LS그룹의 회장직에 올랐다. 구자홍 초대회장, 구자열 2대 회장에 이은 3대 회장이다.
그는 당시 취임사를 통해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 전환은 결국 ‘전기화(電氣化)’ 시대를 더욱 가속화 할 것이고, 이는 우리 LS에겐 지속 가능 성장의 토대를 구축할 크나큰 기회”라며, “앞으로 직원·고객·시장 등 우리를 둘러싼 여러 이해 관계자에게 ‘LS와 함께하면 성장할 수 있다’라는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자은 회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양손잡이 경영을 통한 사업 시너지 극대화 △데이터 자산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글로벌화 △ESG를 통한 사회와 함께하는 성장 등 세 가지 중점 추진과제를 강조했다.
여기서 ‘양손잡이 경영’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손으론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사업 분야의 앞선 기술들을, 다른 한 손으론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들을 균형 있게 준비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고객 중심 가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구자은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경영 방침이다.
앞서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함께 참관한 임직원들에게 “양손잡이 경영 전략의 핵심인 LS의 원천 기술과 AI로 대변되는 신기술을 개발해 우리 LS만의 미래혁신기술을 창조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구자은 회장은 이어 “우리 LS는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다양한 협업과 기술 혁신으로 짧게는 10년 또는 그 이후의 장기적 관점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한 사업 체계를 갖추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 50조 그룹으로 거듭날 것”
구자은 회장은 취임 후 꼭 1년 만인 2023년 1월 ‘비전(Vision)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그룹 자산을 5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구자은 회장의 임기는 2030년까지. 본인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LS그룹을 자산 5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비전 2030’을 통해선 LS그룹이 앞으로 8년간 달성해야 할 목표이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핵심은 ‘CFE(Carbon Free Electricity·탄소 배출 없는 전력)’다. 구자은 회장은 “전 세계의 향후 30년 공통 과제는 ‘넷제로(Net-Zero)’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고, 이의 핵심이 바로 CFE”라며, “CFE 시대로의 대전환은 전력과 에너지 산업을 주력으로 한 우리 LS에 다시 없을 성장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산 규모를 현재 25조원에서 2030년에는 두 배 성장한 50조원의 글로벌 선도 그룹으로 거듭나자”며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8년간 총 20조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구자은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래사업 분야도 제시했다.
우선, CFE 선도를 위한 신성장 사업으로 △CFE 발전 사업(풍력·태양광·ESS) △수소 가치사슬 사업(인프라·저장·유통) △송·배전 솔루션 사업(해저·초고압 케이블) △CFE 배전 사업(가상발전소·전력수요관리·RE100)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사업(전력 인프라 최적 관리) △통신 솔루션 사업(통신케이블)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그다음으로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 관련 산업에 가장 큰 성장 기회가 있음을 언급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황산니켈·전구체·리사이클링) △전기차 부품·솔루션 사업 △제조 자동화와 사출 솔루션 사업 △Charging·Battery·Mobility-as-a-Service 사업 등 네 분야에서 고객에게 핵심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자고 했다.
구자은 회장은 ‘비전 2030’ 달성을 위해선 특히 LS그룹의 인재상인 ‘LS Futurist(퓨처리스트·미래 선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그룹은 미래의 신사업·신시장 개척을 선도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퓨처리스트로 삼아, 차세대 사업가 육성 등으로 인재를 확보·육성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취임 4년 차를 눈앞에 둔 구자은 회장의 행보는 ‘청신호’에 가깝다. ‘양손잡이 경영’은 빛을 발하고 ‘비전 2030’은 순항 중이며, 그 결과는 각 계열사의 실적이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한두 기업에 편중된 게 아니라 고른 성과여서 더욱 기대가 크다.
전략적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먼저, LS전선은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 속도에 맞춰 해저케이블·초전도케이블·초고압케이블 기술 등을 앞세워 미래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 AI 데이터센터에 대용량 전력분배시스템인 ‘버스덕트(Busduct)’를 3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200억원 규모의 공급을 시작으로 향후 3년간 5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버스덕트는 금속 케이스 내부에 판형 도체를 배치해 대용량 전력을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일반 전선보다 손실과 발열, 화재 위험이 낮아 데이터센터 등 고전력 시설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LS전선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한국~북미~베트남을 잇는 글로벌 버스덕트 생산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북미 고객 대상의 공급 효율성과 납기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LS전선은 또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市)에 들어서는 미 최대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이 사업에만 약 1조원을 투자한다. 연면적 7만㎡(약 2만평) 규모의 체서피크 공장은 2027년 준공 예정이다. 생산설비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1m 높이의 전력 케이블 생산 타워, 피복을 씌우기 위한 공장, 전선을 감아 최종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장, 전용 항만시설 등이 포함된다. 회사는 향후 10년간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선제 투자를 결정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LS마린솔루션은 지난 6월 튀르키예의 테르산(Tersan) 조선소와 해저케이블 포설선 건조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케이블 적재 중량 1만3000t(톤), 총 중량 1만8800t의 초대형 고전압직류송전(HVDC) 포설선 건조에 착수했다.
이 선박은 아시아 최대, 세계 톱5 규모로, HVDC 해저케이블과 광케이블을 동시에 포설하는 고사양 장비를 탑재할 예정이다. LS마린솔루션은 신규 포설선을 앞세워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등 국내 전략사업은 물론, 유럽·북미 해상풍력과 초창거리 해저망 구축 수용에 본격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기업 LS일렉트릭은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구성요소인 전력변화장치(PCS) 최신 제품과 관련, 보험협회 시험소(UL) 인증을 획득했다. 미국 수출을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인증받은 제품은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산업용 ESS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MSSP의 2.0세대 PCS로, 고출력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이 가능한 제품이다. 회사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2014년부터 UL 인증을 본격 확보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300건에 달하는 인증을 획득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약 1008억원을 투자해 2생산동을 증설하고 있다. 1만3223㎡ 부지에 들어서며 연내 준공과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은 연간 2000억원 규모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주문이 증가함에 따라 현지 생산 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텍사스주에 준공한 ‘LS일렉트릭 배스트럽 캠퍼스’는 4만6000㎡ 부지에 건물 연면적 3300㎡ 규모로 조성돼 생산·기술·서비스를 아우르는 북미 사업 복합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배스트럽 캠퍼스에선 현지 빅테크 기업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중·저압 전력기기와 배전시스템 등을 생산한다. 회사는 배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 시더시티의 배전시스템 생산 자회사 MCM엔지니어링 제2공장을 양대 거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비철금속소재기업 LS MnM은 새로운 비즈니스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작년 3월 출자사인 토리컴에 황산니켈 공장을 준공하며 전기차(EV) 배터리 소재 사업의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1조8000억원대의 투자로 울산과 새만금에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2027년 울산 공장을 시작으로 2029년 새만금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6만2000t 규모의 황산니켈 생산이 기대된다. 이는 전기차 약 125만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회사는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과 함께 ‘황산니켈→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산업 밸루체인’을 순수 국내 기술로 실현하고, LS그룹의 2차전지 소재 사업 생태계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LS MnM은 특히 지난해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BHP와 173만t 규모의 동정광을 공급받는 초대형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5년간 매년 약 35만t씩 공급받는다. 이는 연간 사용하는 전체 동정광 물량의 20%로, LS MnM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며, 온산제련소의 생산 안정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LS엔트론의 미국 자회사 LS트랙터는 지난해 8월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틀보로에 9334㎡(약 2800평) 면적의 부품창고를 개장했다. 이 창고는 사후 관리용 부품과 IT, 제품 보증, 사내 서비스, 트랙터 추가 조립 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에서 취미 농사꾼인 하비파머(hobby farmer)의 증가로 인한 트랙터 시장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E1은 에너지 시장 변화에 따른 수소,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2년부터 경기도 과천·고양과 서울 강서의 LPG 충전소 3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 운영 중이다. 특히, 과천 복합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시설도 있어 LPG·수소·전기차 충전이 모두 가능하다.
미국·유럽 등 글로벌 권선(捲線)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LS그룹의 미국 계열사 에식스솔루션즈는 전기차 구동모터용 고출력 특수 권선을 생산하고 있다. 테슬라·토요타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권선은 전기 모터나 변압기 등에 전기를 흐르게 하고자 코일 형태로 감아 사용하는 전선이다.
에식스솔루션즈가 제조 중인 변압기용 특수 권선(CTC)은 최근 AI 데이터센터 증가와 미국 내 변압기의 약 70%가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주문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북미 공장의 CTC 제조시설에 생산 라인 2기를 추가로 설치해, 현재 3500t 수준의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1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