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이 23일 올해 마지막 경매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114점, 약 160억 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의 표지작은 유영국의 작품 ‘워크(Work)’가 장식했다. 1984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작가의 후기 미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으로,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 구조 위에 타원형의 분화구와 완만한 능선으로 단순화된 거대한 산이 하나의 색면처럼 자리하며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 또 산 아래 반복되는 아치형 구조와 하단의 색면은 풍경에 구조적 리듬과 장식적인 요소를 더한다.
또 다른 대표작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정물화 ‘Nature morte aux fraises(딸기가 있는 풍경)’는 르누아르 예술의 완숙기인 1905년경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풍요로운 색채 감각과 더불어 20세기 미술 시장을 주도했던 전설적인 거상 앙부르아즈 볼라르가 작가로부터 직접 구입해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작품에 가치를 더한다. 추정가는 별도문의이나 경매는 8억 5000만 원에 시작할 예정이다.
르누아르 작품 외에도 마르크 샤갈, 알렉스 카츠, 탐 웨슬만, 니콜라스 파티 등 서양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함께 출품되어 글로벌 블루칩 작품군에 대한 수요 확대를 반영한다.
한국 근현대 미술 부문에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의 단색화 그리고 현대 추상에 이르기까지 김환기, 유영국,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등 한국 추상의 핵심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돼 한국 추상 70년의 흐름을 조망한다.
특히 홍익대 교수였던 김환기에게 1961년부터 1962년까지 직접 지도를 받으며 함께 시절을 지낸 한 제자가 60여 년 소중히 간직해온 드로잉 11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이번 출품작은 작가의 손에서 제자의 손으로 직접 전해져 60여 년간 간직돼 온 것으로, 김환기의 대형 캔버스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인간적인 면모와 따뜻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국내외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야요이 쿠사마의 회화와 판화를 포함해 한국 여성 작가 천경자, 최욱경의 주요 작품이 출품된다. 두 작가 모두 한국 근현대 여성미술의 핵심 축을 이루는 인물로, 최근 재평가 흐름과 시장 수요의 증가가 두드러진 분야다. 여성작가 비중의 확대는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강화되는 다양성·포용성 흐름과 맞물려 있으며, 국내 컬렉터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경매는 23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다. 경매 출품작을 경매 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는 13~23일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