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2025.12.29 08:45:28
202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일반 유저에게는 답변하지 않는 운영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결제·계정 문제를 제외한 일반 문의는 접수만 받을 뿐 회신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으며, 고액 과금 유저를 위한 프라임 전용 고객센터조차 실질적인 설명 없이 형식적인 응답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전제로 유지돼야 할 라이브 MMORPG에서, 게임 운영사가 유저를 질문에 응답할 가치조차 없는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 라이브 MMORPG에서 전례 찾기 힘든 ‘소통 거부’ 정책
29일 문화경제 취재 결과, 마비노기 모바일은 일반 유저의 문의나 건의사항에 대해 원칙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는 운영 방침을 현재까지도 명시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비노기 모바일 게임 내 고객센터는 결제 및 계정 문제에 한해서만 제한적인 응답이 이뤄진다. 버그 제보나 운영·밸런스 관련 문의, 각종 건의사항을 접수할 경우 “전용 창구를 이용하라”는 안내와 함께 공식 홈페이지 내 ‘건의 및 제보’ 링크가 전달된다.
그러나 ‘건의 및 제보’ 창구에서는 접수만 받을 뿐,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회신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문의는 가능하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일절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인게임 고객센터는 “전용 창구로 접수해주시는 내용은 별도 답변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반 유저는 결제나 계정 문제를 제외하면 게임 운영사로부터 어느 경로에서도 공식적인 응답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마비노기 모바일을 둘러싼 논란의 초점은 개별 사안이나 일시적인 소통 부실을 넘어섰다. 유저들이 문제 삼는 것은 단순한 운영 미숙이 아니라, “제보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를 들을 권리는 없다”를 게임사가 공식 운영 방침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온라인 MMORPG가 일반 유저와의 소통을 전면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넥슨이 “유저에게 응답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만 가능한 선택이다.
이 같은 정책은 리스크 계산 없이 선택될 수 없다. 넥슨은 이미 내부적으로 ▲불만이 커져도 이탈은 제한적일 것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일반 유저는 문제를 제기해도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판단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소통하지 않더라도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유저를 의사결정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겠다는 운영 철학은 무성의의 결과가 아니라, 냉정한 계산의 산물이다.
실제로 공식 답변이 이뤄지는 영역은 결제 문제와 계정 문제, 단 두 가지뿐이다. 결제 문제는 이미 돈을 썼거나 결제가 막힌 상태이고, 계정 문제는 접속 불가 등으로 인해 DAU·MAU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반면 버그, 밸런스, 운영 방향과 같은 질문은 당장 돈이 새지 않고 지표가 꺾이지 않으며, 설명해도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사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답변 대상에서 제외되고, 결제 오류나 계정 문제만이 즉각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응답이 이뤄진다.
즉, 답변의 기준은 유저의 권리나 게임의 완성도가 아니라 매출과 지표다. 이로 인해 “유저를 개돼지 취급한다”는 표현 역시 단순한 감정적 과장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유저를 고객으로 대하지 않으면, 고객에게 해야 할 설명 역시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일반 유저들도 공식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개설할 계획이 있는지” 질의했지만, 넥슨 측은 “보내주신 이용자분들의 의견을 포함해 서비스에 관한 추가 안내가 필요할 경우 공식 채널을 통해 안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무능의 결과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선택된 태도다. 서비스 출시 이후 9개월이 지났고, 누적 매출은 이미 수천억 원대를 넘어섰다. 돈이 없어서, 여력이 없어서 고객센터를 확충하지 못하는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다.
그럼에도 넥슨은 “일반 문의에는 답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그에 따른 반발과 불신이 어디까지 커질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그대로 밀어붙였다는 것은, 기존 방침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아무리 욕을 먹어도, 신뢰가 무너져도, 게임은 문제 없이 돌아간다”는 판단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판단을 실제 운영에 적용한 순간, 운영사는 유저를 더 이상 관계의 주체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공식화한 셈이 됐다.
◆ 유저들 “일반 유저는 NPC, 돈 쓴 유저는 ATM 취급” 자조
고액 과금러인 프라임 유저라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적극 검토하겠다”는 응답은 비교적 빠르게 달리지만, 실제 조치나 구체적인 설명은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패치 노트에서 ‘개선’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넥슨의 프라임 등급은 일정 기간 누적 결제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최상위 과금 유저에게만 부여되는 VIP 멤버십이다. 프라임 고객센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전용 문의 창구다.
그럼에도 이들 역시 버그 제보나 운영 문의에 대해 성의 없는 매크로식 응답에 그쳤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답변은 도착했지만, 그 안에는 구체적인 설명이나 처리 경과에 대한 공유가 없었다.
한 프라임 유저는 “버그 제보를 수차례 남겼지만 답변은 늘 같았고, 몇 달이 지나서야 ‘개선’이라는 표현으로 패치 노트에 묻혀 올라왔다”며 “그마저도 공식 홈페이지의 ‘확인 중인 현상’ 목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프라임 유저를 대상으로 한 고객센터조차, 실질적으로는 여타 게임들의 일반적인 고객센터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는 프라임 유저에 대한 ‘특별 대우’라기보다, 게임 서비스라면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고객 응대에 가깝다.
돈을 쓴 유저에게 ‘유저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고객센터’를 제공해 놓고, 이를 차별화된 서비스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프라임이 아닌 일반 유저에게는 그 최소한의 응대조차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결국 마비노기 모바일에서는 프라임 유저조차 ‘설명받는 주체’가 되지 못했다. 이는 일반 유저만을 배제한 소통 구조가 아니라, 과금 여부와 관계없이 유저 전체를 설명 대상에서 제외한 운영 방식임을 보여준다.
이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일반 유저는 NPC, 돈을 쓰면 ATM”이라는 자조적 표현까지 나온다. 일반 유저에게는 답변을 받을 권리조차 없고, 프라임 유저 역시 실질적인 소통을 제공받지 못하는 구조를 고려하면, 이를 단순한 과장이나 왜곡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라이브 MMORPG는 유저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피드백을 전제로 유지되는 장르다. 그럼에도 운영 전반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한 사례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태도다.
이제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과나 보상이 아니다. 질문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 창구다. 이미 유저들의 문제 제기는 감정적 항의를 넘어, 정제된 요구의 형태로 회사 측에 전달됐다.
하지만 넥슨 측은 “이용자분들과의 소통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지속적으로 이용자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다.
사과의 표현은 있었지만, 변화에 대한 약속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여러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넥슨의 선택은 명확했다. 유저는 여전히 소통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고, 존중해야 할 고객도 아니었다.
이 같은 태도는 유저들 사이에서 익숙한 냉소로 번지고 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래도 사주잖아ㅋㅋ” 밈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아무리 불만이 쌓이더라도 소비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자조적 반응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번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검증이다. 매출과 지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소통을 배제한 운영이 효율로 남을지, 아니면 “이래도 사준다”는 냉소가 무너지는 계기로 기록될지는 결국 마비노기 모바일의 매출 흐름과 유저 지표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문화경제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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