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무한한 상상력을 무대 위에서 현실로 만날 수 있다.”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라운지에서는 공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오리지널 투어 미디어콜이 진행됐다.
작품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작으로 꼽히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우연히 금지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 ‘치히로’에게 펼쳐지는 미션과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다.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치히로는 조력자 ‘하쿠’를 만나 온천에서 일하며 점차 자신의 이름, 정체성을 찾게 된다. 원작은 2001년 개봉과 동시에 흥행에 성공했고,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기도 했다.
공연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연출가이자 토니상 수상자인 존 케어드, 원작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담당한 히사이시 조가 의기투합했다.
2022년 도쿄 초연을 시작으로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를 돌았고, 이후 2023년과 지난해 앙코르 투어와 더불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은 높은 관심 속 공연 기간이 5주 연장되며 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 유일한 투어 공연이 진행됐던 중국 상하이 공연 역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엔 한국이 무대다. 국내 공연은 토호가 제작, CJ ENM이 주최한다. 국내 공연 또한 1차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무대엔 2022년 도쿄 제국극장의 월드 프리미어를 시작으로 지난해 런던 초연 개막까지 작품을 이끈 치히로 역의 카미시라이시 모네, 그리고 지난해 합류한 후 일본 전국 투어 공연과 런던 공연에서 활약한 카와에이 리나 등 오리지널 투어의 핵심 배우들이 오른다.
“관객 상상력 끌어내는 정교한 무대 연출”
이날 미디어콜 현장엔 연출 존 케어드, 공동 번안 이마이 마오코를 비롯해 치히로 역의 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 카와에이 리나, 유바바·제니바 역의 나츠키 마리가 참석했다.
존 케어드 연출은 “뮤지컬 제작을 위해 미야자키 감독을 찾아갔을 때 흔쾌히 좋다고 했다”며 “영화 속 환상적인 세계를 어떻게 무대 위에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첨단 효과에 기대기보다는 일본 전통 가면극을 기반으로 한 회전 장치에 거대 인형(퍼펫)을 준비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요소에 주안점을 둔다. 이를 통해 극 중 주요 배경인 온천도 무대 위에 선보인다. 또한 가부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스모 선수의 무게감을 연출 요소로 도입했다.
존 케어드 연출은 “정교한 장치과 많은 퍼펫을 사용해 관객의 상상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게 하기 위해 신경 썼다”며 “영화 속 마법 같은 순간들을 무대에서 현실감 있게 만나볼 수 있다. 퍼펫과 배우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무대 위 상황을 실제라고 믿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번안을 맡은 이마이 마오코는 존 케어드 감독의 아내기도 하다. 부부는 아이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을 많이 보여줬고, 공연의 원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그 중 하나였다고.
이마이 마오코는 “일본 원작이기에 일본에서, 일본인이 만들어 일본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남편이 서구적 이야기를 분석했다면, 저는 일본 문화의 맥락과 언어의 뉘앙스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덕분에 공연에서 동양과 서양의 감성이 적절히 균형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 또한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특히 극 중 온천의 주인인 ‘유바바’ 그리고 쌍둥이 언니 ‘제니바’ 역을 맡은 나츠키 마리는 2001년 원작 영화에서 해당 캐릭터의 목소리를 연기했던 성우이기도 하다.
나츠키 라미는 “약 20년도 전에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미야자키 감독이 내 목소리를 들으며 유바바 캐릭터를 만들었다. 본래 제니바는 다른 캐릭터였는데, 감독이 내 목소리를 듣고 쌍둥이 캐릭터로 설정을 바꿨다”며 “이젠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무대에 오르게 됐다. 목소리 연기에만 집중했던 영화와 달리, 무대에선 몸으로도 연기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초연 당시엔 영화와 가깝게 연기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대 연기에 맞게 진화시켜왔다”고 말했다.
치히로를 연기하는 카미시라이시 모네, 카와에이 리나는 치히로를 연기하며 배운 점과 공연의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치히로는 벽에 기대거나, 삐뚤게 서지 않고 항상 두 다리로 똑바로 서서 결단을 내린다. 그 모습에서 자신의 마음의 힘을 믿는 법을 배웠다”며 “또한 처음엔 겁도 많고 나약해 보이지만, 누군가를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엄청난 용기를 내는 모습을 통해 매 공연마다 저 또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카와에이 리나는 “치히로는 어떤 곳에 있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잊지 않는다. 또 자신이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법도 안다. 이 어린 아이에게 살아가는 힘을 배웠다”며 “공연을 보러 어린이 관객도 많이 올 텐데 치히로의 모습을 보고 일하는 것의 중요함과 그에 대한 대가의 소중함도 느꼈으면 한다. 또 공연의 중심에서 넘치는 사랑도 한껏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이달 7일부터 3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