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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마주하는 한국 희곡의 다양한 목소리...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선정작 낭독공연

오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낭독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수상작 3편 만난다... 김연민, 윤미현, 박정희 연출이 선보이는 3작(作)-3색(色) 한국 희곡의 출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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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6.01.29 09:00:28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시상식(2025) 수상자 김정윤, 이용훈, 윤미현 작가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이 오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선정작을 낭독공연으로 선보인다.

1957년에 시작된 국립극단의 창작희곡 현상 공모는 <딸들, 연애 자유를 구가하다>(1957), <만선>(1964), <가족>(1957) 등 국립극단의 주요 레퍼토리 작품을 발굴하고, 동시에 한국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이용찬, 천승세, 하유상 등 당시 연극계에서 거의 유일한 신인 극작가 등용문으로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후 국립극단은 지난 2024년에 대상 1편 3천만원, 우수상 2편 1천만원씩 총 5천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15년 만에 국내 현존하는 미발표 희곡 중 최대 상금 규모로 현상 희곡 신작 공모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첫해 수상작으로는 김주희 작가의 <역행기>가 대상을, 배해률 작가의 <야견들>과 윤지영 작가의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가 각각 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던 바 있다. 특히 대상작인 <역행기>는 2026 국립극단 시즌 라인업에 편성돼 오는 9월 3일부터 13일까지 정식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처럼 국립극단은 창작희곡 현상 공모 사업을 통해 단순히 희곡공모 발표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작품개발을 거쳐 낭독공연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의 정식 공연까지 연계함으로써 앞으로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신인 극작가와 희곡 발굴에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에는 총 175편이 접수되었으며, 이용훈 작가의 <모노텔>이 대상을, 윤미현 작가의 <옥수수밭 땡볕이지>와 김정윤 작가의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가 각각 우수상을 수상했다. 58.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수상작들에 대해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심사위원회는 “세상과 마주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태도와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세상을 딛고 서 있어도 작가마다 질문과 대답은 다르게 드러난다. 다채로운 가능성들을 함께 할 수 있었던 소중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3편의 수상작은 오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루 한 작품씩 낭독공연으로 관객 앞에 첫선을 보인다. 낭독공연의 첫 문을 여는 2월 26일에는 김정윤 극작, 김연민 연출의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가 무대에 오른다.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는 한 요리 복원 연구가가 실종된 옛 연인이 개발한 콘솔 게임을 손에 넣게 되면서 기억의 저편을 깨우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기억을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수상 당시 “타인에게 다가가는 여정이 또 다른 타인을 경유하는 가운데 이뤄질 수 있음을 독창적인 서사로 구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선정작 낭독공연(2026) 포스터. 이미지=국립극단

게임과 현실을 넘나드는 희곡은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서사 전개로 기억과 감각의 복원을 주제로 한 편의 미스터리이자 깊은 내면의 탐구 과정을 그려낸다. 김정윤 작가는 2024년 [창작공감: 희곡] 공모 당선작인 <웨이 투 와이키키> 이후 2년 만에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낭독공연으로 국립극단 무대를 다시 밟는다. 오롯이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만을 위해 본 희곡을 집필한 김정윤 작가는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으로 향하는 길은 세계 각지의 요리가 즐비하다. 세계 각지의 음식이 강력한 냄새를 지나 연극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큰 기쁨이다. 낭독공연을 찾아올 관객들도 새로운 맛과 세계를 마주하는 감각을 느끼며 희곡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극동아시아 요리 연구> 낭독공연의 연출은 김연민이 맡았다.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 한국연출가협회 젊은 연출가상 등을 받은 김연민 연출은 한국 연극계를 이끄는 신진 연출가이다. <아르카디아>, <전기 없는 마을>, <안톤 체홉 4대 희곡 번안 프로젝트>, <아카이노의 눈>, <염전 이야기> 등 섬세하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탁월하다. 김연민 연출은 오직 기억에 관한 이야기로 쓰여진 희곡의 집필 의도에 집중해 2인극의 낭독공연으로 생경한 감각을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이어 윤미현 작·연출의 <옥수수밭 땡볕이지>가 2월 27일 낭독공연을 이어간다. <옥수수밭 땡볕이지>는 부조리한 한국 노동사를 그린 작품으로, ‘옥수수밭 땡볕’은 숨 쉴 구멍조차 없이 고된 노동만이 계속되는 삶의 현실을 의미한다. 작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소시민의 삶과 그 대물림의 비극을 깊이 있게 파고듦으로써 개인의 서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노동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에 수상 당시 “과거의 고통을 토로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그 고통이 세대를 건너 오늘의 현실에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환기하는 희곡”이라는 평을 받았다.

희곡을 집필한 윤미현 작가는 <옥수수밭 땡볕이지> 낭독공연의 연출로도 참여한다. 윤미현 작·연출은 두산연강예술상, 동아연극상 희곡상, 벽산희곡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부터 <양갈래 머리와 아이엠에프>, <우리 멧돼지가 나오는 집으로 갈까요?>, <텃밭 킬러> 등 연출 활동을 병행해 왔다. 윤미현 작·연출은 “<옥수수밭 땡볕이지>를 통해 노동에 지쳐만 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 보고 싶었다. 열심히 일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소시민의 노동과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놓인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마주해 보고자 한다”라고 낭독공연을 준비하는 소감을 전했다.

2월 28일에는 대상작인 이용훈 작가의 <모노텔> 낭독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모노텔>은 2027년 국립극단 시즌 라인업에 정식 공연으로 편성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며, 관객은 이번 낭독공연을 통해 가장 먼저 희곡을 만남으로써 본 공연까지 작품개발 과정을 함께 시작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노텔>을 집필한 이용훈 작가는 수상 당시 “매력적인 언어와 작가의 과감한 선택이 돋보이는 희곡으로, 동시대의 극단적 고독을 본 희곡만이 가진 고유한 양식과 함축적인 장면들로 적절히 녹여낸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용훈 작가는 2023년 국립극단 [창작공감: 희곡] 공모에서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으로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당시 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오함마백씨행장 완판본>을 통해 극작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던 만큼,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대상작인 <모노텔>에서 선보일 새로운 이야기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작품은 변두리의 낡은 모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사회적 경계에 놓인 인물들의 고독과 단절된 삶을 파편적으로 펼쳐 보인다. ‘홀로(Mono)’와 ‘말하다(Tell)’가 합쳐진 <모노텔>은 비선형적인 구조와 인물들의 고독한 독백을 통해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둡고 소외된 공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사회 지층 아래 묻혀버린 단절된 존재들의 쓸쓸한 연대를 그려낸다. 이용훈 작가는 “이번 희곡은 내 기억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간을 무대로 옮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쓰기 시작했다. 낭독공연 무대에서 비록 나의 말들이 작은 중얼거림에 그치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삶의 진동이 누군가에게 닿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모노텔> 연출은 특유의 세심한 연출력과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더해 자신만의 미학 세계를 구축해 온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인 박정희가 맡았다. 박정희 연출은 지난해 <태풍>, <헤다 가블러>로 무대 위에 색다른 감각을 펼쳐 보였으며, 이번 낭독공연을 통해 고립된 사람들이 각자의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내적 절규와도 같은 속삭임을 섬세하게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2025 국립극단 창작희곡공모] 선정작 낭독공연은 오는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각 공연 종료 후에는 작가와 연출이 함께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3편의 낭독공연을 모두 유료로 관람한 관객에게는 유료티켓을 실물로 제시하면 낭독공연의 희곡이 담긴 희곡선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준비돼 있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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