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을 맞은 한국화랑협회는 앞으로의 50년을 향해 간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회장 이성훈)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28일 미디어 데이를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미술 생태계의 성장과 함께해온 협회의 발자취와 향후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이날 미디어 데이엔 한국화랑협회 제22대 이성훈 회장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한국화랑협회 제5대, 8대 회장을 역임한 고(故) 김창실 회장의 장남으로, 2대째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창립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가슴이 벅차다. 협회는 미술의 ▲대중화 ▲제도화 ▲국제화의 사명을 구현해 문화강국의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특히 미술이 모든 시민이 향유하는 일상문화가 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혀 왔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협회 회원, 작가, 미술 애호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화랑협회는 1976년 5월, ‘건전한 미술시장 형성’을 목표로 국내 5개 화랑(동산방, 명동, 양지, 조선, 현대)의 대표들이 뜻을 모아 설립됐다. 창립 이후 협회는 미술시장 활성화를 통해 문화강국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으며, 현재는 전국 185개 회원 화랑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화랑 연합체로 성장했다.
부산·대구 등 지역 화랑들의 활동을 지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화랑미술제 인(in) 수원’을 여는 등 지역 문화 활성화에도 힘썼다. 이를 통해 중앙에 집중된 구조를 넘어, 전국 단위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미술 생태계를 강화해왔다.
한국화랑협회 안수연 홍보이사는 “협회의 시작은 작지만 선명했다. 설립 당시 제도화돼 있지 않은 화랑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문화강국 근간’, ‘한국미술 국제화 진출 주도’, ‘제도 개선을 통한 미술시장 활성화’, ‘국내 최초의 아트페어’, ‘컬렉터, 미술 유통인력을 위한 전문교육 기여’ 등 5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미술 시장의 신뢰와 지속성을 위해 근본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받은 성과는 국제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손잡고 키아프와의 공동 주최를 이끌어낸 것이다. 한국화랑협회는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를 비롯해, 국내 첫 국제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을 열어 왔다. 2022년부터는 키아프, 프리즈 서울의 공동 개최를 통해 한국 미술의 글로벌 도약을 본격화했다. 성과에 힘입어 지난달 협력 관계를 5년 연장하는 합의도 체결했다.
이성훈 회장은 “처음엔 프리즈의 국제적 명성에 자칫 ‘키아프가 2류 시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던 프리즈의 수준에 걸맞게 키아프도 5년 동안 많이 성장했다. 프리즈의 저명성 덕분에 키아프도 세계의 큰 관심을 받고 집중도도 높아지는 결과를 냈다”며 “5년 전과 비교해 격차도 많이 좁혀졌다고 생각한다. 단순 경쟁이 아니라 상생하는 파트너이고, 그렇기에 앞으로 키아프가 더 성장해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프리즈와 함께한 뒤 키아프의 티켓 판매량은 5배로 늘어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다. 협회는 올해 키아프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초대한 연주회를 여는 등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술품 물납제’가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2023년 도입된 미술품 물납제에 따라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고 상속재산 중 금융재산 가액보다 많을 때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납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현금자산이 없을 경우에만 물납을 받도록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미술품을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제도권 금융에서 담보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속세뿐 아니라 미술품을 자산가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진흥법’ 시행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오는 7월 미술진흥법이 본격 시행되면 화랑업·감정업·자문업 등 ‘미술 서비스업’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 회장은 “신고 요건화 기준, 감정서 양식 등 핵심 세부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협회 차원에서 이 제도가 현실에 맞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화랑의 주요 기능, 본질에 대패서도 짚었다. 이 회장은 “단순히 그림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작가를 발굴, 육성해 미술문화에 족적을 남기는 게 화랑의 본질”이라며 “전국에 1000여 개 화랑이 영업 중인데, 비싼 작품을 잘 팔고 큰 건물을 보유하고 직원 수가 많아도 대관이 위주라면 회원으로 받지 않는다. 기획전, 작가와의 연고 등을 살펴 이사회가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해 신규, 정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래 50년을 위한 ‘한국 미술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국제화를 선도하는 협회’라는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이 회장은 “미술시장 기반을 더욱 강화하고 미술품 유통의 고도화를 위해 화랑협회 차원에서 신뢰도 제고에 더욱 힘쓸 계획”이라며, “키아프 서울을 중심으로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컬렉터와 미술시장 전문가 교육을 확대하는 등 한국 미술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며 다가오는 50년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올해 미술 시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은 “최근 코스피가 5000을 돌파하는 등 자산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분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자산축적이 이뤄져야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이에 따라 미술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올해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이 되면 미술품 시장도 좋아지지 않을까 낙관한다. 열정이 멈추지 않는한 한국 미술의 미래는 언제나 밝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화랑협회는 올해 4월 ‘화랑미술제’, 6월 ‘화랑미술제 인 수원’, 9월 ‘키아프 서울’까지 국내 주요 미술 행사를 순차적으로 열 예정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