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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개최 및 LA 필하모닉과 특별 협업 프로그램 '엇갈린 랑데부' 공개

작곡가 윤이상의 생애와 작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양혜규 작가의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개인전 및 LA 필하모닉의 '이중 협주곡'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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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용호⁄ 2026.02.25 17:21:53

양혜규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Kyungmok Seok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이하 MOCA),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Los Angeles Philharmonic’(이하 LA 필하모닉)과 함께 협업 프로그램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그랜드 애비뉴 문화 지구Grand Avenue Cultural District를 대표하는 두 기관의 협업으로 기획된 특별 프로그램으로, 작곡가 故 윤이상(1917–1995)의 음악 작품 「오보에, 하프와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 for Oboe, Harp, and Small Orchestra」(1977, 이하 「이중 협주곡」)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 2024 Aluminum venetian blinds, powder-coated aluminum hanging structure, steel wire rope, moving spotlights, DMX controller, speakers, and tripods, with sound 400 x 530 x 1,274 cm
Courtesy of the artist
사진: Mark Blower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 2024 (detail)
《양혜규: 윤년》 전시전경 네덜란드 쿤스트할 로테르담, 2025
사진: Marco De Swart Courtesy of the artist

《엇갈린 랑데부》는 오는 3월 10일 화요일, 두 개의 프로그램에 걸쳐 진행된다. 그 일환으로 이 날 하루 동안 윤이상의 「이중 협주곡」이 각기 다른 장소와 맥락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우선 미술관 본관인 ‘MOCA 그랜드 애비뉴MOCA Grand Avenue’에서 양혜규 작가의 대규모 블라인드 설치작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Star-Crossed Rendezvous after Yun〉(2024)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북미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본 작품은 지난 2024년 10월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의 대규모 서베이전 《양혜규: 윤년Haegue Yang: Leap Year》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격변기를 살아낸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 「이중 협주곡」에서 영감을 받았다. 일반적인 협주곡은 하나의 독주 악기가 이끌어가는 반면 「이중 협주곡」은 제목이 암시하듯 오보에와 하프가 선율을 주고받으며 연주를 구성하는데, 작가는 이에 맞춰 두 개의 조명이 기하학적 구조물 사이를 부유하도록 안무를 구성했다. 한국의 설화인 ‘견우와 직녀’를 모티브로 삼은 협주곡은 남북 분단의 현실을 은유하며 이별의 애틋함, 더 나아가 만남과 화합을 다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작품 역시 각기 다른 색상과 구조적 형태를 가진 베네치안 블라인드가 여러 층위를 구성하면서 마치 반쪽뿐인 오작교처럼 상승하는 사선의 형태를 띠는데, 이는 윤이상의 음악에서처럼 헤어진 연인, 분단된 한반도, 그리고 유럽을 음악적 기반으로 삼았던 윤이상의 삶과 한국적 뿌리 사이에 놓인 비대칭적인 유산을 동시에 환기시킨다.

전시 관람 이후 관객들은 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로 이동하여 윤이상의 음악을 직접 감상하게 된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은 한국계 캐나다인 지휘자 이얼Earl Lee의 지휘 아래 진행되며, LA 필하모닉 수석 오보이스트 라이언 로버츠Ryan Roberts 및 수석 하피스트 엠마누엘 세이송Emmanuel Ceysson,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LA 필하모닉과 MOCA의 특별한 협업은 지난 2025년 11월 22일 두 기관이 공동주최한 심포지엄 《엇갈린 랑데부: 윤이상의 음악적 유산Star-Crossed Rendezvous: The Musical Legacy of Isang Yun》을 통해 이미 예고된 바 있다. 북미에서 최초로 윤이상의 생애와 음악적 유산을 조명하고 현대음악사의 맥락 안에서의 업적을 탐구한 자리로, 저명한 음악학자, 역사학자, 작곡가 및 연주자들이 대거 함께 했다. 음악학자 라이언 도허니Ryan Dohoney와 미나 리Mina Lee가 윤이상과 양혜규의 작업세계에 대한 기조발표로 본 심포지엄의 문을 열었다. 도허니는 '압축'의 개념을 바탕으로 윤이상의 음악과 양혜규의 방법론을 연결 지으며, 분산과 이동이라는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서 탄생한 예술적 목소리를 탐구했다.

 

한편 미나 리는 양혜규의 설치작과 윤이상의 작업을 교차 시키며 이들의 추상적 만남이 어떻게 현재의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이어 UCLA 음악학 교수 조이 칼리코Joy Calico, 라이언 도허니, 미나 리, 앤 C. 슈레플러Anne C. Shreffler, 작곡가 김택수Texu Kim가 참여한 패널 토크, 그리고 콜번 스쿨Colburn School 학생들의 무대, 윤이상의 실내악 및 독주곡 연주가 진행되었다.

 

한편 MOCA에서 열리는 양혜규의 개인전 《양혜규: 엇갈린 랑데부》는 약 1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구현된 대규모 설치작 두 점,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와 〈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복제하여 다시 돌려 놓은 K123456 Sol LeWitt Upside Down – K123456, Expanded 1078 Times, Doubled and Mirrored〉(2015)을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베네치안 블라인드라는 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현저히 다른 두 작품은 비대칭성asymmetry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한다. 이 한 쌍의 작품은 카타르시스적 해소를 지양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관계를 시각화하는데 주력하며, 완결되지 않은 불완전한 전체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상이한 방식으로 병렬 배치된 두 점의 작품은 작가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모티프 중 하나인 이중화doubling에 대한 탐구를 구체화하고 서로 간의 주요한 상호맥락성intercontextuality을 형성한다.

 

〈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복제하여 다시 돌려 놓은 K123456 Sol LeWitt Upside Down – K123456, Expanded 1078 Times, Doubled and Mirrored〉 2015 Aluminum venetian blinds, powder-coated aluminum hanging structure, steel wire rope, fluorescent tubes, cable 
Dimensions variable 
《장식과 추상Ornament and Abstraction》 전시전경 멕시코 멕시코시티 쿠리만주토, 2017
사진: Omar Luis Olguín Courtesy of the artis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솔 르윗 뒤집기 – 1078배로 확장·복제하여 다시 돌려 놓은 K123456〉은 미국의 미니멀리스트이자 개념미술의 거장인 솔 르윗Sol LeWitt(1928–2007)의 상징적인 정육면체 구조물을 직접적으로 참조한 대규모 모듈식 설치작이다. 솔 르윗의 전면이 열린 형태의 정육면체는 양혜규의 작품에서 수평의 백색 블라인드로 대체 및 중첩된다. 원작의 스케일을 1,078배로 확대하고 확장해서 거꾸로 거는 방식은 명료한 기하학적 구조를 강조하는 동시에 공간에 따라 밀도와 투명성을 자유자재로 변형한다.

 

양혜규는 지난 2006년부터 블라인드 설치작을 주요 작품군으로 발전시키며 색, 빛, 소리 등의 다감각적 경험으로 공간을 활성화했다. 특히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식을 “배양된 추상incubated abstraction”이라고 표현하는데, 그 안에서 역사적 내러티브와 인물들이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는 작품을 잉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솔 르윗 뒤집기〉 연작에서 블라인드는 새로운 대상을 창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방식을 고증하는 재료로 활용되며, 이로써 미니멀리즘적 혹은 모노크롬적인 작업 방식을 보편적인 현상이 아닌 서구의 규범적 고전으로만 국한해 거론해온 미술사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으로 재해석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블라인드 작업과 차별화된다. 추상적 형태와 체계적 반복을 탐구하는 〈솔 르윗 뒤집기〉는 양혜규의 기존 추상 언어에서 한 발 물러서, 역사적 인물과 그에 따른 내러티브의 구체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작업이다. 이러한 접근은 역사와 서사를 전면에 다루는 〈윤에 따른 엇갈린 랑데부〉와 대비를 이루며, 전시 전반에 긴장과 구조적인 균형을 부여한다.

이얼 지휘자 프로필 이미지 
사진: Lim Hak Hyun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전시와 공연이 협업하는 《엇갈린 랑데부》 프로젝트에 관하여 LA 필하모닉의 대표 겸 최고 경영자인 킴 놀테미Kim Noltemy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전했다. “그랜드 애비뉴 문화 지구의 이웃이자 동시대 현대미술의 비전을 널리 공유해온 MOCA와 함께 윤이상의 업적과 양혜규의 작업을 집중 조명하게 되어 영광이다. LA 필하모닉의 ‘바디 앤 사운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인 이번 협업은 음악을 콘서트 홀이라는 공간에 국한하지 않고 전시장이라는 맥락까지 확장해 사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한편 MOCA의 모리스 마르시아노 임시 관장인 앤 골드스타인Ann Goldstein은 “LA 필하모닉과의 협업은 다학제간 교류와 다양한 기관, 분야 및 관객을 관통하는 경험을 창출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 양혜규의 작품과 윤이상의 음악간 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관객이 그랜드 애비뉴를 가로질러 예술과 음악을 상호 연결된 형태로 마주하게 하고, 이를 통해 역사와 이주, 그리고 공동의 문화적 기억에 대한 이해를 더욱 심화시킬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MOCA의 수석 큐레이터이자 큐레토리얼 총괄 디렉터인 클라라 김Clara Kim은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일괄한다. “우리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삶과 작업을 이어온, 디아스포라적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명의 비범한 인물을 한 자리에 소환한다. 이들의 예술과 음악은 잊힌 역사를 다시 일깨우는 예술적 표현의 힘, 그리고 감각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공존의 방식을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작업을 로스앤젤레스의 관객에게 선보이게 되어 감격스럽다.” 전시 《양혜규: 엇갈린 랑데부》는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폴라 크롤Paula Kroll과 클라라 김이 함께 기획하였다.

《엇갈린 랑데부》 프로젝트는 MOCA 글로벌 위원회와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코리아 포커스 지원 프로그램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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