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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차베스

차베스의 비교 대상은 노무현이 아닌, 한국의 좌파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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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2호 ⁄ 2007.07.03 10:45:33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나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라 말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아닐까 한다. 현재 남미는 반미를 기본적으로 하는 좌파 벨트(베네수엘라·볼리비아·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에콰도르 등)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있으며 중남미의 좌파 벨트 확대에 위기감을 느끼는 부시의 입장에서는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을 넘어 중남미를 좌파적 연대의 틀로 묶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실천의 방법으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대안(ALBA: Alternativa Bolivariana de las Americas)’을 주창하고 있으며 카리브 주변국에 싼값으로 석유제품도 공급을 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 남미공동시장의 5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을 하면서 중도좌파 성향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관계도 만들고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의 경제적 규모나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진다면 중남미 좌파 벨트의 중심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오히려 차베스의 발언(미국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에 의해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베네수엘라와 적극적으로 연대를 하는 국가는 쿠바와 볼리비아 정도이고, 페루의 경우처럼 차베스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것처럼 남미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차베스에 대한 호감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다. 실제 중남미 좌파 벨트의 중심은 브라질이나 칠레를 비롯한 온건좌파의 형태를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들 국가들은 무조건적인 신자유주의 반대도 아니며 좌파정권이라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실용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미의 좌파 벨트는 굳건한 연대의 틀로 묶이기는 힘들다. 비록 좌파정권이라고 해도 그 형태들이 다들 다르며 굉장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좌파 벨트의 한 국가인 칠레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며 무조건적인 반자유주의 정책도 펼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개혁 우고 차베스의 경우 정치적으로 엄청난 길을 걸어왔다. 1992년 쿠데타를 주도하지만 실패로 끝나고 구속이 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겠다는 차베스의 모습은 오히려 그의 인기를 더욱 높였다.

1993년 대선에서 당선된 칼데라의 사면으로 석방이 되었으며 1998년 직접 대선에 출마하여 당선이 된다. 당선된 이후 제헌의회를 열어 새 헌법을 통과시키고 무상의료·무상교육 그리고 식료품을 50% 가격으로 판매하는 국영식품점도 만드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기존의 기득권층은 2004년 쿠데타를 통해 차베스를 몰아내려 했고 국민들에 의해 실패를 하자 8월에는 대통령 소환투표를 주도 했지만 역시 실패로 끝이 난다. 기득권들의 차베스 몰아내기가 실패로 끝이 나자 차베스는 개혁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차베스가 펼치는 개혁의 핵심은 토지·주택 공개념을 도입, 토지의 재분배에 있다. 소수가 독점하는 토지를 막대한 세금이나 수용을 통해 농민들에게 분배를 하는 것이다. 한편 세계 원유생산 5위를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차베스의 개혁에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전 세계 자원 중에 거의 유일하게 생산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석유는 미국도 차베스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기업들은 반 차베스의 선봉에 있었으며 총파업을 통해 차베스를 가장 괴롭힌 기득권 수호의 상징이었다. 그런 석유기업들을 전격적으로 국유화(해외자본들이 국유화에 반대를 하면서도 여전히 투자를 회수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하면서 차베스의 권력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석유를 장악한 차베스는 원유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막대한 자금을 사회복지에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남미의 일부 국가에 싼값의 난방유를 공급함으로 외교적 성과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석유의존도가 너무 높고 그것이 미래 경제발전을 위한 투자와 어떻게 연결을 시켜나갈지는 아직도 우려의 눈으로 보는 시각들이 많다. 정치적 개혁은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낼 정도로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 기득권층을 누르는 힘은 결국 국민대다수의 목소리를 끌어내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걸 잘 아는 차베스는 신헌법에 모든 국민이 주된 역할을 하는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하여 삼권분립에서 나아가 선거부와 시민부를 추가한 오권분립을 명시하였다. 입법발의도 기존의 대통령과 의회에 더하여 대법원·공화국윤리위원회 및 0.1%이상의 유권자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그 외에도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어 직접명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긴급명령권이 추가되었고 임기도 5년 단임제에서 6년 중임제로 늘렸다. 이는 자신의 권력을 안정적 기반에 놓기 위해 비민주적인 개혁을 단행했음을 잘 알 수 있다. ■차베스와 비교되는 노무현 한국의 좌파들이 참여정부를 비판하며 많이 드는 예가 바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이다. 이는 차베스가 대통령 소환을 극복했듯이 노 대통령도 탄핵을 겪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경우 자신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 강력한 역공을 펼치면서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 4대 개혁입법을 비롯한 많은 부분에서 국민적 실망을 안겼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으니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비교를 한다는 한국 좌파진영의 비판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한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비록 형식적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경우 민주적 정치제도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국민을 대상으로 포퓰리즘을 이용한,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가 어렵다. 모든 문제들을 헌법에 입각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에서 차베스의 경우처럼 극단적 방식을 동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한국의 좌파 진영은 그 절차의 비민주성을 비판하고 나왔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경우 경제적 토대와 환경이 전혀 다르다. 비록 양극화의 심화를 걱정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처럼 국민 대다수가 절대 빈곤층으로 몰락한 상황이 아니며 그 안정성 때문에 극단적 변화에 대해 거부감마저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마음은 있더라도 개혁독재의 방식을 취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실정이다. 늦더라도 돌아가더라도 절차의 민주적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내외적 경제 상황도 너무나 다르다. 한국의 경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경우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당당히 반미를 외칠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석유라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은 국가재정의 50%,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석유가 나라 전체를 먹여 살린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석유는 소비자 위주의 산업이 아니라 생산자 위주의 산업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땅 짚고 헤엄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만약 차베스에게 석유산업의 국유화를 통한 힘이 없었다면 지금의 차베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수출이 경제의 핵심이며 그 수출의 대부분이 소비자 중심의 상품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큰 목소리 내면서 물건을 팔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 흐름에 민감해야 하며 배짱을 부릴 처지도 아니다. 이런 현실에서 차베스와 노 대통령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조건 자체가 다른 비교라는 것은 결국 비판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차베스와의 비교 대상은 한국의 좌파 진영 차베스는 과거 구 소련과도 다른 독자적 사회주의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경우 기존의 질서를 존중하는 선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개혁의 모습으로 당선이 되었다. 시작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차베스와 비교대상이 되어야 할 세력은 비슷한 이념을 가진 한국의 좌파진영이다. 자신들과 비교를 해야 할 대상을 참여정부와 억지 비교를 하면서 자신들은 비판자의 입장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의 반미나 반신자유주의는 참여정부의 대안이 아니라 바로 한국 좌파의 대안이 될 뿐이라는 거다. 즉, 왜 참여정부는 차베스처럼 하지 못하느냐가 아니라 한국좌파는 왜 차베스처럼 못하는지를 스스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한국의 좌파는 차베스처럼 정권을 잡지 못하고 국민적 지지도 받지 못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마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하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그러한 한계점에 의해 참여정부도 차베스 정권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바로 차베스와 노대통령의 비교, 그리고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비교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같지만 다른 길 차베스나 노 대통령이나 자신이 가진 조건 속에서 중요한 결심과 실천을 하고 있다. 물론 그 방향은 뚜렷이 대비되고 있다. 확실한 건 둘 다 지금의 현실을 극복하는 대안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더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베네수엘라는 자원민족주의와 직접민주주의라는 힘으로 반신자유주의를 외치며 중남미의 좌파벨트에 의한 독자적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신자유주의의 큰 흐름에 동참을 하면서 그 결과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문에 대한 체계적 보상과 새로운 전환의 길을 만들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자신들이 가진 현실적 조건에 따라 선택을 한 것이며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2일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아직 국회비준을 비롯하여 국내의 동의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지금의 여론을 본다면 시간의 문제일 뿐 완전타결이 되리라 본다. 이번 한미FTA 협상 강행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 진영에게 ‘신자유주의 신봉자’로 완전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은 한국경제가 가진 조건에 따른 선택으로 보는 것이 옳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FTA만 추진하고 그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무관심 하다면 극단적 신자유주의자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산업이나 당사자들을 위한 장단기적 대책을 마련 중이고 이미 비전 2030이라는 장기적이고 실질적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측면에서 모든 경제·사회적 대비를 통한 과정으로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기존 사회에 대한 개혁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가진 조건과 철학에 의해 분명히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좌파 진영의 대안이 차베스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한국사회 전체의 대안으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어느 쪽도 선택에 대한 해답이 나오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과정만을 놓고 단순 비교를 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정성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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