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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을 화나게 한 선관위의 ‘D-180일 결정’

[인터뷰] 함태식 무브온21 편집장, “이런 선거법은 ‘저항’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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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호 ⁄ 2007.07.02 12:56:11

네티즌들이 화났다. 이유는 “6월 22일부터 인터넷 상의 게시판이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릴 때는 반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봐야 한다”는 것 때문이다. 이는 중선관위가 대통령 선거 180일 전인 22일부터“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히면서부터 촉발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정당이나 후보자가 설립 및 운영하는 기관·단체, 시설의 활동내용 등을 방송·신문·통신·잡지 또는 인쇄물을 이용해 선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즉 누구라도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추천 또는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제한·금지기간 중 각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독재체제의 흉내를 내고 있다”며 격분한 상태다. 정치 웹진 등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진보·개혁 성향의 정치웹진인 ‘MOVEON21’의 함태식 편집장은 이에 대해 “제대로 말하자면 이런 선거법은 ‘저항’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함 편집장은 선관위의 감시활동이 개시된 날인 22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관위에서 고지한대로 선거 180일 전이 되니 선거법에 따른 규제가 강화되었다”며, “일단 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을 자세히 따져보기 위하여 선관위에 문의했으나 답은 현재 발표한 내용에 다름이 아니다”고 중선관위를 비판했다. 함 편집장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중선관위가 내보낸 보도자료 내용이다. 질문-응답 형식의 선관위의 자료는 다음과 같이 돼 있다. ○ 선거운동성이거나 후보자 등의 이름이 포함된 인쇄물, 광고 등이 제한됩니다. ○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문서·도화)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는 금지됩니다. ○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재된 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문서에 해당됩니다. 함 편집장은 이에 대해, “말하자면, ‘비방’을 목적으로 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려는 의도가 없어도 금지된다는 것”이라며 “그 판단은 글쓴이가 하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서 한다”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함 편집장은 “예를 들어 ‘박근혜’라는 후보가 ‘감세 정책’을 내놓았을 때, ‘박근혜의 감세정책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말도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선거법위반이 되는 것”이라며, “똑같은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은 ‘경부운하를 반대한다’고 했다가 경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도 화가 나서 동창들에게 ‘저 후보 지지하지 말라’고 술 취한 김에 ‘문자’를 보내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 선거법 해석은 민주주의 기본정신과 헌법에 나온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요건들을 따져볼 이유도 없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함 편집장은, “선거에 관련해 일반 유권자들이 얻을 수 없는 정보는 후보자나 정당 혹은 언론에서 전해주는 것이 전부가 된다”며 “그러니 다른 말로 하면 ‘알아서 결정해 줄 테니 선거나 해라’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비판적 토론을 통한 공론의 형성이 없는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라는 말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게다가 대통령 선거는 직선제다.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에 대하여 토론하고 판단하여 주체적인 정치적 선택을 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고 선관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함 편집장은 “인터넷은 이러한 공론의 장의 하나이며 가장 대중적인 토론의 장”이라며 “인터넷만한 대안적 공론의 장이 없는 한 인터넷을 막는다는 것은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이외에 다른 뜻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관위가 발표한 위와 같은 선거법 해석은 2007년 1월 개정 선거법 내용과도 상치한다”고도 했다. 개정 선거법 82조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제82조의4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①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자는 선거운동기간중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제1항제1호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선거운동을 위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개정 2005.8.4> ②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서는 아니되며,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이들을 비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각급선거관리위원회(읍·면·동선거관리위원회를 제외한다)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정보가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그 게시판·대화방 등에 게시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전송되는 사실을 발견한 때에는 당해 정보가 게시된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운영하는 자에게 해당 정보의 삭제를 요청하거나, 전송되는 정보를 취급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관리·운영자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이하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라 한다)에게 그 취급의 거부·정지·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 <개정 2005.8.4> ④제3항의 규정에 의한 요청을 받은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운영자 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지체없이 이에 따라야 한다. ⑤제3항의 규정에 의한 요청을 받은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운영자 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그 요청을 받은 날부터, 해당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송한 자는 당해 정보가 삭제되거나 그 취급이 거부·정지 또는 제한된 날부터 3일 이내에 그 요청을 한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⑥위법한 정보의 게시에 대한 삭제 등의 요청, 이의신청 기타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 [전문개정 2004.3.12][제82조의3에서 이동 <2004.3.12>] 함 편집장은 “‘무브온21’은 현재 선관위에서 발표한 180일 선거법 해석이 ‘무효’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게시판에 게시된 글을 내리고 안 내리는 것에 따른 처벌 혹은 경고 등은 ‘무브온21’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지만, 선거법은 이와 별도로 게시물을 올린 개인 하나하나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묻게 된다”며 “그러므로 ‘무브온21’로서는 선관위로부터 삭제 요청이나 경고 등의 경우 글쓴이에게 전해 주기 위하여 선관위의 공문을 적절한 시간 내에 공개할 예정이고, 이에 따라 본인이 삭제 혹은 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거법 위반 결정으로 선관위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방침에 누리꾼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상 게시물의 의도와 목적이 계획된 것인지 또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정당 및 후보의 지지·반대 글을 제한 금지하는 조치는 누리꾼들이 적법한 테두리에서 정치적 의견을 밝힐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함 편집장 이외에도 변희재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 역시 “선관위가 금지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금주 중에 협회차원의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인터넷정보관리부장도 “이번 방침은 선거법을 기초로 한 것이기 때문에 선관위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은 옳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또 “네티즌들은 선관위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오히려 공직선거법 개정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며 “선관위가 수많은 개인 블로그 및 게시판을 일일이 감시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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