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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총리’에서‘대선 후보’로 변모한 이해찬

정동영·손학규와 함께 ‘범여권 빅3’…DJ와의 ‘사전 교감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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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호 ⁄ 2007.07.02 12:56:35

헌정 사상 가장 강력한 ‘실세 총리’로 불린 이해찬 전 총리가 지난 6월 19일 마침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이른바 ‘범여권’의 대선 구도는 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그리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3파전으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오랫동안 생각하고 깊이 성찰한 끝에 결단을 내렸다”며 “다가오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해 대한민국이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는데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수구·냉전 세력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이 전 총리는 출마선언문에서, “수구·냉전세력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적자임을 자임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통해 축적된 능력과 단호한 추진력에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그는 특히 “나는 철학과 신념, 국정운영 능력과 추진력, 그리고 도덕성이 검증된 사람”이라고 강조하고 “검증된 후보로서 검증된 대통령이 되어 국민의 정부가 씨를 뿌렸고 참여정부가 잘 가꾼 위대한 대한민국을 세계일류국가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진실한 마음으로 하겠다”, “성실한 자세로 하겠다”, “절실한 심정으로 하겠다”, “나 이해찬이 책임지겠다” 는 등의 표현으로 자신의 대선 출마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총리가 내놓은 핵심 공약은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정립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와 사회 대통합 △민주주의 성숙과 공정한 사회 실현 등 4가지다. 그는 또한 자신의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최대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이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야 한다. 풍부한 국정경험을 토대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야 한다. 깨끗하고 투명하며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가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이 전 총리는, “‘여러 정치세력이 대통합을 이뤄서 현 상황을 극복하지 않으면 부패한 수구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수 있다. 잘 다듬은 이 국가를 흐트러 버릴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통합을 해 경선을 하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해,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역사적 소임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시 말해, 범여권의 난맥상을 돌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대통합’이며, 그 적임자가 자신이라는 뜻이다. 이 전 총리는 “국민들을 믿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6개월 동안 대장정을 마치면 반드시 선택하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일단은 대통합 작업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특정 인물 배제론’에 대해서도 이 전 총리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정치인들끼리의 이합집산으로 되는 선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통합을 해야 하고 ‘배제론’을 주장하는 분들까지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소위 ‘친노 후보’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서도, “나는 참여정부에서 총리로서 내각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친노’라는 표현은 물론이고 이 정부의 공과를 나의 공과로 생각한다”며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3만 불이 넘는 일류국가를 만드는 일에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여의도에 캠프 차려…대중성 확보가 선결 과제 사실, 이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제기돼 왔던 것이다. ‘둘이 합쳐 지지율 3%’라는 처참한 지경에 이른 정동영·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들의 성적표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도 등은 그간 친노 그룹을 비롯한 범여권의 고민거리였기 때문이다. 또 범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직격탄에 맞아 낙마하면서, 이들을 대신할만한 인물로 유일한 이가 바로 이 전 총리였던 탓이다. 물론 친노 그룹 일각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출마설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유 전 장관이 당으로 복귀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에게 쏟아질 ‘당 분열 책임론’을 유 전 장관이 쉽사리 돌파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전 총리의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여의도에 선거캠프를 차렸다. 건물의 한 개 층을 거의 다 쓸 정도의 대규다. 이 전 총리의 대선 캠프와 엇비슷한 규모는 한명숙 전 총리의 캠프 외에는 없다. 현재 ‘이해찬 캠프’를 움직이는 이들로는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에서 일해 온 정태호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기획담당)과, 이 전 총리 등 재야파가 88년에 만든 ‘평화민주통일연구회’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홍보담당) 등이 있다. 또 이 전 총리의 재임 시절 공보수석을 역임한 이강진 보좌관이 비서실장을, 한상익 전 총리실 보좌관은 정책·메시지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과 ‘이해찬의 남자’로 통하는 이기우 전 교육부 차관도 이 전 총리와 손발을 맞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내에서는 윤호중·유기홍·서갑원·한병도 열린우리당 의원 등 이른바 ‘친노 그룹’ 의원들이 이 전 총리를 돕고 있다. 현재의 친노 그룹은 일종의 ‘역할론’의 기치 아래, 한명숙 전 총리와 이해찬 전 총리 측으로 분산돼 있다. 이들은 향후 범여권의 대선 주자 경쟁이 마무리되고 이 전 총리와 한 전 총리 중 한 명으로 후보가 단일화 되면 그 캠프로 합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측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국정장악력, 그리고 확고한 ‘반한나라당 노선’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는 그간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 전 총리 측은 일단은 대중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측 대표주자로 인식되어 있는 점 역시 그에게는 부담이다. 이 전 총리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공과를 자신의 공과로 인정하면서 정면 돌파를 다짐했지만, 이 일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 출마선언하자마자 단숨에 지지율 2위 최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 전 총리의 ‘파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범여권 후보군 중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6.8%)에 이어 지지율 순위 2위(2%)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수년간 대선주자로 뛰어온 정동영 전 의장의 성적(1.8%)을 뛰어넘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 전 총리가 자신의 두터운 정치적 기반과 지역적 기반(충남 청양 출신)을 잘 활용할 경우 이 같은 잠재력이 ‘제대로’ 나올 수 있다고들 말한다. 특히 그가 ‘충청-호남’을 잇는 이른바 ‘서부벨트’를 복원할 경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 전 총리를 풍부한 국정수행 경험이 부각된다면 그의 본선 진출 가능성은 극대화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5선 의원인 그는 국민의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거쳤고, 참여정부에 와서는 실세형 국무총리를 거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범여권 내 후보부재 상황으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유권자들이 이 전 총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친노 성향의 유권자들을 비롯해 재야세력의 일부가 이 전 총리의 지원군이 되기 위해 결심을 굳히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해 이해찬 캠프 측 인사들은 “결국 개혁적·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은 우리쪽으로 옮겨오지 않겠느냐”며 “20~30대와 화이트칼라, 그리고 호남의 지지층을 놓고 여타 후보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결국 대세는 이해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과 사전 교감설 이 전 총리가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가에서는 ‘이 전 총리가 자신이 모셨던 두 명의 대통령, 즉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종의 재가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같은 관측은 이 전 총리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에 의해 지난 6월 20일 확인됐다. 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잇는 가교적 위치에 있다”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어 “이 전 총리의 결심에 전·현직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권유와 의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 전 총리야말로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 사이의 정치적 연대를 가능하게 할 가장 적격의 위치에 있다”는 게 유 의원의 말이다. 유 의원은 또 민주당의 ‘특정인사 배제론’에 대해 “이번 대선은 ‘배제 없는 대통합’만이 유일한 승리의 방향”이라며 “‘소통합’구도로는 대선승리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의 낮은 지지율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늦게 시작한데 비해 공식 출마 기자회견 전 범여권후보로는 2위를 차지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폭넓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넓은 기반을 가지고 있어 지지율 극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에 관해서도 유 의원은 “적합성의 문제에 관해 본격적 토론이 이루어지면 계승성, 정통성의 측면에서 이 전 총리가 대단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결같이 한 길을 걸어온 이 전 총리의 역사성이 높이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친노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의 역할로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겨서 그런데, ‘국민의 정부’에서도 교육부장관을 지내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해왔다”며 “역사성과 행정적 기반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비해,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온 이해찬 전 총리. 후보 상호 간의 ‘막가파 식 폭로전’에 휩싸인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라는 ‘빅2’를 넘어, 이 전 총리가 범여권만이 아닌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가 여타의 다른 범여권 후보에 비해 극히 선명한 정치인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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