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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만들면 ‘패가망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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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호 최계식⁄ 2008.03.31 17:48:27

요즘 식당에 가면 매운 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청양고추’를 찾는다. 그렇다면, 충남 청양은 고추의 본고장인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그러면 어째서 ‘청양고추’인가? 경북의 청송과 영양 땅은 예부터 물이 맑고 볕이 좋아 여기서 자란 고추는 향이 강하고 맛이 달다 하여 조선시대에는 그 고추를 대궐에 진상했었다. 그때부터 청송의 ‘청’과 영양의 ‘양’을 따서 ‘청양고추’라 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그 청양 고추의 본고장이 충남의 청양으로 둔갑한 데에는 식품파동에 얽힌 사연이 있다. 1970년대 중반, 한때 고추파동이 전국을 휩쓸었다. 고추 작황이 대흉이어서 고추 값이 그야말로 금값이었다. 그 와중에 고추씨를 갈아 붉은 색소로 물들이는 유사고추가 횡행했다. 나중에는 ‘톱밥고추’까지 등장했다. 고춧가루 반 톱밥 반인 이 가짜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근 식당에서 김치를 먹으면 톱밥이 질근질근 씹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이때 다급해진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들여온 것이 동남아에서 수입한 꽈리고추였다. 베트남·태국·파키스탄 등지에서 들여온 꽈리처럼 생긴 고추는 맵기가 국산 고추의 몇 배였다. 그 씨가 국산 토종과 교배하여 혼혈잡종으로 거듭나고, 종국에는 충남 청양 땅에 눌러앉아 ‘청양고추’로 행세하게 된 것이다. 왜 고추 장황설을 늘어놓느냐 하면, 요즘 이물질이 들어간 불량식품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2월 말에 페트병 녹차에서 발견된 녹조류 이물질을 시작으로, 3월로 넘어가면서 이물질 행진이 줄을 잇는다. 곰팡이 즉석 밥을 비롯하여 생쥐머리 새우깡, 벨트 조각 쌀새우깡, 애벌레 컵라면, 칼날 참치캔, 파리 참치캔이 하필이면 아침저녁 밥상을 받을 때마다 뉴스 화면에 보란 듯이 떴다. 그러나 불량식품 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른 기억나는 것만도 색소 단무지 파동, 중금속 콩나물 파동, 석회 두부 파동, 유지 라면 파동, 가짜 한우 파동, 불량 만두 파동 등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숨이 벅찰 정도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놈은 다 때려 죽여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다가도, 며칠 지나면 찬물을 끼얹은 듯 이내 잠잠해졌다. 아니, 이번에도 한동안 지나면 잠잠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로 그래서는 안 된다. 불량식품이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할 대책을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첫째로, 국민이 의식을 바꿔야 한다. 세상의 어떤 식품이든 내가, 내 아이가, 내 가족이 먹는다는 의식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먹는 사람 모두가 철석같이 다져야 한다. 오늘 불량식품을 성토하는 소비자가 내일 식품점을 열었을 때 불량식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과연 장담할 수 있을까? 둘째로, 정부가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의로 불량식품을 만든 자는 이 땅에서 머리를 들고 살 수 없다는 사법적 공감대를 서둘러 정비하라는 뜻이다. 불량식품이 근절되지 않는 궁극적 원인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부에 있다 한들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셋째로,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번에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정갈한 식품을 만든다는 확고한 철학적 신념을 가다듬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식품이든 만들 때마다 ‘내 아이가 먹을 식품’이라고 다짐할 때 불량식품이 발붙일 여지가 없다. 이제 정부, 기관·단체, 기업·업체, 소비자 모두가 나서야 한다. 불량식품 파동도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최계식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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