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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줌마 부대 ‘위기의 대한민국’ 구출한다

아줌마, 행주치마 졸라메고 경제위기 탈출…아줌마 치맛바람, 국채보상운동으로 외채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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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93호 김진의⁄ 2008.11.18 22:51:15

“선조 25년(1692)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라도 순찰사로 있던 권율 장군은 이 터에서 3만 왜군을 막아내고 그 여세를 몰아 수원 독산성에 포진하여 서울을 탈환하고자 경기·충청·전라 3도의 총 지휘관이 되어 선조 26년(1593) 2월 11일 승장 처영이 이끄는 승군을 포함한 장병 만여 명을 거느리고 행주산성에 진주하였다. 이 싸움에서는 우리나라의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재주머니 던지기’라는 전법이 쓰였다. 아낙네들은 긴 치마를 잘라 짧게 덧치마를 만들어 입고는 치마폭에 돌을 주워 담아 싸움을 거들었다.” 덕양산 정상에 축조된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명을 포함한 2300명으로 왜군 3만여 명을 크게 물리친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 바로 행주치마의 주인공 아줌마=어머니. ■ 행주치마로 한국 위기 탈출 우리 선조들은 현모양처란 말을 즐겨 썼다. 좋은 엄마는 반드시 좋은 아이를 길러내고 또 양처가 되어 남편을 올바로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역사상 만명부인은 김유신 장군을 잘 길러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했고, 신사임당은 이율곡을 대학자로 키워 유학의 최고봉이 되게 했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그 연약한 여인의 몸에서 나온 모성애, 어머니의 힘이 천하를 움직이는 것을 우리는 무수히 봤다. “세계적인 할인점이 한국 아줌마들의 마음을 잡지 못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이는 2006년 월마트·까르푸 등 세계적인 할인점이 한국을 떠나면서 내던진 말이다.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 점과 규모의 경제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왜 나왔을까?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남편이 돈을 벌어 오지만, 아줌마들은 이 돈으로 가계경제를 이끌고, 더 나아가 한국경제의 원동력이 된다. 즉, 아줌마들은 돈을 모아 부동산·주식 투자를 해 치맛바람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이들은 또 다른 경제원동력에 힘을 주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출발한 한국경제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시대에 아줌마들의 힘이 다시 솟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아줌마들은 다시 행주치마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우선 修身齊家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고사성어처럼 우리 아줌마들은 가정경제부터 살리고, 나아가 나라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대한제국(1907) 때, 일본으로부터 빌려 쓴 1,300만 원을 갚기 위하여 벌인 거족적인 애국운동이었던 국채보상운동이 다시 살아날 움직이다. 우리 아줌마의 힘은 지난 98년 IMF 때도 발휘돼 IMF 신탁통치에서 해방됐다. 그 당시 아줌마들은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해 왔던 아이의 돌 반지를 스스로 내놓으며 금모으기에 동참, IMF 졸업을 제일 빨리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아줌마 핸드볼 팀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세계 아줌마의 파워가 다시 각 분야에서 거세다. 지난 촛불집회에서도 아줌마 부대는 위력을 발휘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열과 알뜰한 가사 활동으로 대변되던 대한민국 엄마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나 자신을 위하고 가꾸는 마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높은 교육을 받고, 직장 생활을 경험하면서 경제력을 확보한 점도 주요한 원인이다. 자녀들의 교육비에다 남편의 실직위기가 빨라지면서 가정경제에만 치중했던 아줌마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이 불안정하고 경제환경이 불확실한 시대에 살다 보니 맞벌이가 보편화되고 ‘직장맘’도 증가하고 있다. 힘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직장을 쉽게 그만두지 않는 여성 직장인들이 느는가 하면, 어느 정도 육아 부담을 덜고 나서 다시 직장을 찾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직장맘이 느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가 크지만, 자아실현이나 존재 이유, 나름의 보람을 찾기 위한 목적도 크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회 이슈들에 대한 엄마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 ‘아줌마 뿔났다’, 경제 살리기 이와 같이 정치·경제·사회 곳곳에서 엄마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기업들은 소비 주체로서 엄마 소비자에게 주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불황 속에서도 각종 유행이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한 싱글 여성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도 이에 못지 않은 독특한 소비 성향과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줌마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선, 엄마는 가계 소비의 주요한 의사 결정자다. 가전 제품이나 식료품, 일반 소비재는 물론, 자동차와 같이 남성 중심적인 제품의 구매에서도 엄마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하는 아줌마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경제력과 소비 구매력이 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에 관대할 뿐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 요즘 아줌마들이다. 또, 기존의 아줌마에 대한 가치관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남편과 자녀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하고 알뜰살뜰 살림하는 아줌마보다는, 능력 있고 당당하게 멋도 부리며 세련된 외모의 아줌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줌마렐라(Zoomarella)가 한국 아줌마 시대의 중추에 서고 있다.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로 가정 생활과 육아 경험이 풍부한 30~40대 여성을 ‘줌마렐라’라고 한다. 신데렐라처럼 예쁘고 적극적으로 삶을 가꾸는 아줌마라는 의미다. 가족을 위해 몸 바치던 아줌마가 아니라, 살림과 자녀 교육을 똑 소리 나게 하면서도 취미 생활, 다이어트 등 자기관리에도 열심인 아줌마다. 요즘 줌마렐라를 겨냥한 사업들이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개최하는 뷰티 클래스나 셀프 다이어트 강좌들이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겉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 인터넷 동호회 활동을 통해서 관심 분야의 지식과 실력을 쌓고 있는 줌마렐라들도 많다. 이처럼 내적·외적으로 자신을 가꾸는 노력이 줌마렐라들의 삶은 물론 가족들의 생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초중고 학생들을 자녀로 둔 엄마들이기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교육 정책은 물론, 사회·정치적 이슈에도 적극적인 참여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 줌마렐라, 사회 중심 떠올라 줌마렐라에 이어, 자녀 양육에서 벗어나 노후를 즐기는 50~60대 여성들을 ‘와인맘’으로 부를 수 있다. 와인맘이란 개인적·사회적으로 잘 통합되고 성숙한 어른인 WINE족(Well Integrated New Elder) 가운데 신중한 소비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꾸는데 관심이 큰 여성 중년층을 의미한다. 이들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자녀가 대학에 가거나 독립을 하면서 시간적·정신적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를 확보한 엄마들이다. 경제적 형편에 맞게 한두 가지 운동을 즐기면서 건강을 돌보는가 하면, 여행이나 문화 생활에도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1970년대 팝 그룹인 아바(ABBA)의 노래를 엮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인기 배경에는 와인맘이 있었다. 20~30대 여성 관객이 주류인 다른 뮤지컬과 달리, 맘마미아의 경우 관객 중 40~50대가 50% 이상이었다고 한다. 또한, 남편들도 퇴직 등으로 사회 생활의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가정 내 와인맘의 발언권이나 의사 결정권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제일기획의 ‘와인세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 내 의사결정 비율이 아내(46%)가 남편(7%)보다 월등히 높은가 하면, 소비와 관련된 최종 결정자는 아내(60%)인 경우가 남편(37%)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데 주력하는 점이 기존의 전통적인 중년 엄마와 차이점이다. 한편, 요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엄마를 ‘키티맘’이라고 부른다. 1974년에 출시된 일본의 캐릭터 상품 ‘헬로 키티(Hello Kitty)’와 함께 커 온 세대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육아도 함께 병행하는 직장맘이 대부분이지만, 육아를 위해 프리랜서나 파트타이머로 활동하기도 한다. 고도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고, 남자와 동등하게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결혼 후에도 독립적인 경제력 확보를 중시한다. 어학 연수나 해외 여행의 기회를 누린 세대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에 자녀들의 영재교육이나 조기 영어교육은 필수라고 여긴다. 또한, 키티맘은 디지털 1세대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과 활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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