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아듀 2008] 4.9 제18대 총선, 여대야소 구축

의회 주도세력 이념, 4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가

  •  

cnbnews 제98호 심원섭⁄ 2008.12.23 15:24:06

‘안정론’과 ‘견제론’으로 거세게 맞부딪혔던 4.9 제18대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행정권력을 장악한데 이어, 이번 총선을 통해 의회권력까지 차지함에 따라,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일단 탄력을 받게 해주었다. 지역구 개표 결과 총 의석 299석 가운데 한나라당 153석(비례 22석), 민주당 81석(15석), 자유선진당 18석(4석), 친박연대 14석(8석), 민노당 5석(3석), 창조한국당 3석(2석), 무소속 25석을 얻었으며, 따라서 87년 민주화 이후 17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여대야소(與大野小) 의회 구도가 재연되면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보수에서 진보로 넘어갔던 의회 주도세력 이념이 4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민심의 선택은 절묘했다.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선택은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에 힘은 실어주지만 일방 독주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이 얻었던 153석은 과반 의석을 가까스로 넘기긴 했지만, 당초 국회의 모든 상임위에서 단독 과반을 달성할 수 있는 158석을 목표최저치로 잡았던 것에 비하면 기대치를 밑도는 의석이었다.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48석 중 40석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으나, 그 같은 압승 분위기는 충청과 영남으로 내려오면서 제동이 걸려, 68석의 영남권에서 친박연대나 친박 성향 무소속 후보들에게 대거 의석을 내주는 바람에 46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한나라당 지지층에 속해 있던 박근혜 전 대표 지지 그룹이 강하게 반이명박 정서를 표출하면서 견제론으로 돌아섰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충청권 민심, MB 정부에 상당한 부담 충청권에서도 24석 중에 한나라당은 고작 제천-단양의 송광호 후보 한 명을 건지는 최악의 성적을 올렸으나, 자유선진당은 충남·대전 16석 중 13석을 차지했고, 민주당은 충북 8석 중 6석을 얻었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 논란 때부터 뿌리 깊게 반이명박 정서가 잠재돼 있던 충청권 민심은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듯 한나라당은 국회의 전체 상임위에서 과반 의석을 점하는 이른바 ‘안정과반’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고, 당내 친박(親朴: 친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친박연대 소속 의원들까지 합하면 50여명 가량이 친박 성향 의원들이 당선돼 당내 큰 계파로 자리매김하여, 각종 핵심사안 추진시 친이(親李: 친이명박)계와 충돌하는 등 논란이 예상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 목표였던 개헌저지선인 100석 이상 확보에 크게 미치지 못함에 따라 지도부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선거 후유증을 겪었으며,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 선전했으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고,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 당시 의석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민노당에서 떨어져 나온 진보신당은 전멸 상태인 반면, 친박연대는 당초 목표 의석을 초과 달성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당 대표급 중진 후보들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던 서울 종로에서는 한나라당 박진 후보가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동작을에서는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가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은평을에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를 각각 꺾었으며, 경남 사천에서 민노당 강기갑 후보가 한나라당 이방호 후보에 신승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더구나 친이 세력이 4.9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의 주류로 부상했으나 핵심인 이재오·이방호·박형준 의원이 낙선했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겨우 넘긴 데다, 당 안팎의 친박 세력 당선자가 50명가량 되는 만큼 한나라당 내 ‘친이 대 친박’ 세력 간의 분열이 노골화되면서 새로운 권력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지난 11월 한일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하는 등 여권 전반의 거중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반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총선 낙선과 함께 미국에서 암중모색의 시기를 보내고 있고,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우며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정두언 의원도 이 전 부의장 등과의 마찰로 뒤로 물러서 있는 상태다. 하지만 여당 내에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가운데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이른바 ‘신주류’가 부상했으며,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권을 향해 약진하고 있다. ■ 한나라당, 절반 이상이 초선 이런 와중에 박근혜 전 대표를 둘러싼 친박 진영의 경우 당내 비주류로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 대통령의 급격한 국정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복박’ ‘월박’ ‘주이야박’ 등 신조어가 나돌 정도로 무시 못할 세를 과시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한때 열린우리당을 양분했던 정동영계와 김근태계가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면서 재편이 시작됐으며, 7.6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정세균 대표 체제 출범을 계기로 정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 등으로 대표되는 ‘합리적 온건파’가 신주류로 급부상하는 등 당내 계파별 부침이 엇갈렸다. 뿐만 아니라 386그룹은 이인영·오영식·임종석·우상호 전 의원 등 전대협 출신의 소위 ‘스타군단’의 낙마로 크게 위축되는 듯했으나, 살아남은 인사들이 정 대표 체제를 떠받치는 주축이 되면서 새로운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친노 그룹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나름대로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제18대 총선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70%가 넘는 초선 당선자를 냈던 민주당은 완연한 ‘중진정당’으로 변모한 반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은 ‘초선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등 당 이미지 역전 현상이 발생하여 국회의 정당별 선수(選手) 분포 지형까지 바꿔 놓았다. 이 같은 현상은, 한나라당은 물갈이 공천과 높은 정당지지도에 힘입어 정치 신인들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반면, 민주당은 중진들도 줄줄이 탈락하는 상황에서 새 인물이 국민적 관심을 받기란 지극히 어려웠다는 정치 현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전체 당선자 153명 가운데 초선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조금 넘는 82명으로 53.6%에 이른다. 이는 지난 17대 총선 때의 초선비율(58.7%)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치 신인이 대거 원내로 진출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의 초선 비율이 높은 것은, 17대 총선의 경우 ‘탄핵역풍’으로 당이 궤멸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바꿔야 산다’는 절박함 때문에 최병렬 당 대표가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 쇄신공천의 결과였다면, 이번에도 `친이(親李)·친박(親朴) 간 극심한 공천 갈등에서 보듯 대규모 물갈이 공천이 이뤄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당선자 81명 중 초선 의원은 25.9%인 21명에 불과해, 17대 국회에 비해 초선 비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주당의 전신이었던 열린우리당은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풍’에 힘입어 당선된 소위 ‘탄돌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함으로써, 소속 의원 152명 중 71.7%인 108명이 초선이었으며, 이들은 강한 개성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108번뇌’라는 신조어까지 창조했지만, 이후 당내 불협화음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열린우리당이 국민적 외면을 받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 지역구 여성 의원 14명, 사상최다 더구나 민주당이 극심한 당 지지율 정체 현상 때문에 후보로 나온 정치 신인들이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한 것으로 풀이돼, 비호남권에서 인물론을 내건 현역 의원들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았을 뿐, 정치 신인은 그만큼 원내 진입의 벽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영남권·호남권에서 무소속 돌풍이 거세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싹쓸이’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과, 충청권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얻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구체적인 정치적 이슈나 정책 공방도 부각되지 않은 채 각 당의 내홍 속에 ‘안정 대 견제’라는 공허한 구호만 난무했고, 공천작업이 선거에 임박해서야 끝나는 바람에 인물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한편, 여성 의원의 경우 14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으나, 전체 지역구 의원 245명의 5.7%에 불과해 여전히 여성 의원 비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대구 달성)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돼 4선 고지를 밟았고, 김영선 의원(고양 일산서) 역시 4선 반열에 올랐으며, 또 현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입각한 전재희 의원(경기 광명을)도 3선에 성공해 여성 중견 정치인이 됐다. 또한, 나경원(서울 중구)·박순자(안산 단원을)·진수희(서울 성동갑)·전여옥(서울 영등포갑)·이혜훈(서울 서초갑) 의원은 나란히 재선에 성공했고, 박영아(서울 송파을)·정미경(수원 권선) 후보도 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민주당에서는 이미경(서울 은평갑) 의원이 4선, 조배숙(전북 익산을)·추미애(서울 광진갑) 의원이 3선에 올랐으며,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대선에 출마했던 5명의 후보 중 민주당 정동영 후보를 제외하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창조한국당 문국현, 민주노동당 권영길, 무소속 이인제(당시 구 민주당) 후보 등 4명이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렇듯 한나라당이 비록 ‘턱걸이 과반’인 153석에서 출발했으나 무소속 친박계와 친박연대 소속 지역구 의원 등을 영입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각종 입법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며, 더구나 지난 10년 간 진보개혁세력에 의해 축적돼 온 각종 개혁입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간 대북정책의 핵심 골자였던 ‘햇볕정책’에 대한 수정이 가해지는 바람에, 지난 10년 간 열렸었던 북한이 또다시 문을 닫았으며, 또한 사립학교법과 언론개혁법 등에 대한 손질과 함께, 감세와 규제혁파 및 민영화로 상징되는 ‘MB노믹스’의 실천도 가속화되는 가운데 야당과의 적지 않은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의 화두는 ‘경제 살리기’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절묘하게 선택한 메시지를 어떻게 이행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