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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면 괴로운 연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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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01·102 편집팀⁄ 2009.01.20 15:34:21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온 후배. 물어볼 게 있다며 다소 급한 목소리다. 이번에 회사를 옮기게 됐는데 실수를 했단다. 내용인즉 면접에서 희망연봉을 묻기에 현재 연봉을 감안하여 조금 높게 불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보다 훨씬 연봉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더 받을 수 있는데 너무 낮게 부른 것 같아서, 어떻게 돌릴 방법이 없겠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다. 내가 그 회사 사장도 아니고, 연봉을 더 줄 수 있는 방법은 내게 없으니 그 고민은 내게 그대로 온다. 일단은 면접시에 대답한 것이고, 다시 한 번 최종 연봉협상을 할 기회가 있으니 그때 본인의 희망연봉에 대해 이야기할 것과, 연봉에 대한 너의 기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한마디 더, 어차피 회사마다 연봉에 대한 기준이 있으니 그 기준대로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네가 말한 것은 어찌되었던 희망연봉이니 회사가 회사 기준에 맞춰 다시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할 터이므로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조금 마음을 놓는 목소리로 통화를 마무리하는 후배. 사실은 더 많이 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내가 남들보다 덜 받는 상황이 기분이 안 좋을 뿐, 희망연봉 자체에는 큰 불만은 없단다. 연봉, 참 힘든 문제다. 직장인들에게 연봉은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내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성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자존심과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년 연봉협상을 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희망연봉이 얼마냐”는 물음에 “누구보다 많이 받으면 됩니다”라는 답변이다. 이거 참 곤란한 답변이다. 적게 받더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나보다 실력이 없다고 생각이 드는 그 누구보다만 더 많이 받으면 내 자존심이 살아난다는 대답이니, 연봉은 그 금액보다도 사실 자존심 문제가 더 클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그러던 차에 그 후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최종면접에서 통과했고, 연봉은 회사 기준에 맞춰 재조정되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 후배의 연봉 고민은 해결이 됐다. 남들보다 떨어지지 않는 연봉으로 조정되면서 내 후배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이제 2009년을 시작하면서 회사들은 연봉협상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회사와 직원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 될 것이고, 남과 비교해서 내 연봉은 어떠한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보이지는 않지만 꽤나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연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에 대한 나의 기준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얼마나 되고 지난해 회사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에 대한 기준을 갖는 것이 연봉협상의 시작이다. 그래서 당연히 내가 올려 받아야 할 연봉에 대한 협상을 하는 것이 연봉협상이다. 그런데 연봉협상에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결혼을 하게 돼서 이 연봉으로는 힘들어요.” “다른 경쟁사는 이보다 더 많이 주는데 우리 회사는 왜 이것밖에 안 주죠?” “이번에 집 분양을 받았어요. 이걸로는 생활하기 너무 힘들어요.” 이 사람아, 그건 댁 사정이지, 연봉협상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결혼을 했으니 연봉을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인가?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아직 연봉이란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서툴게 반응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이다. 연봉협상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성립해보자. 먼저, 연봉은 내가 미래에 일할 가치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내가 일한 부분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자. 그러니, 앞으로 열심히 일할 테니 연봉을 올려달라는 말은 하지 말 것이다. 내가 당연히 그렇게 올려 받아야 하는 이유를 3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연봉협상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남의 연봉에는 관심도 갖지 말고, 내 연봉도 직장동료들과 나누지 말라. “내가 그래도 회사에서는 많이 받는 편이구나”라는 기쁨을 누리려고도 하지 말고 “내가 왜 저 친구보다 적게 받아야 하지”라며 불만을 갖지도 마라. 그러려면 처음부터 아예 남의 연봉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이 심신이 편한 지름길이다. 연봉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 비밀이지 서로 나누는 공용정보는 아니다. 이런 생각이 정착되어야 연봉이란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정착될 것이다. 물론, 남의 집 숟가락 갯수까지 서로 공유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조금 힘들겠다 싶기도 하다. 비교하면 괴로운 것이 연봉이다. 그러니, 비교에서 벗어나라.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운데 올해 연봉이 오르기는 오르는 걸까? 걱정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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