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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11월 결론, 세종시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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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41호 심원섭⁄ 2009.10.27 14:03:09

지난 9월 초에 정운찬 총리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론에 대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본격적으로 수정론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수정불가론을 제기하면서 세종시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세종시법을 개정하려면 박 전 대표의 협조가 필요한 입장이며, 원안 추진을 주장하는 야당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이는 지난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통과 때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선, 세종시 수정론의 진앙지이면서도 그간 적극 개입을 자제하던 이 대통령은 11월 초 세종시 수정 문제와 관련해 ‘국민과의 대화’를 추진하는 등 논란 종식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월 19일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세종시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면서 국론 분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세종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르면 11월 초에 ‘대통령과의 대화’ 생중계 방송 등을 통해 세종시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를 밝히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10월 17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세종시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그는 모두 발언을 통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는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에는 도움이 안 될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된다면 한때 오해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정략적 계산 없이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정책을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당당하게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MB, 행정수도 개발 부정적 입장 명백히 밝혀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개발하는 데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즉, 9부 2처 2청의 정부 기관을 이전하는 원안을 대폭 수정해 세종시를 대학·기업·연구시설 등이 어우러진 과학비즈니스도시나 녹색도시로 개발하는 방안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양심상 세종시는 그대로 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했다”며 “원안이 옳다면 그대로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바꾸는 게 지도자의 자세”라고 전했다. 세종시 계획에 대한 수정을 노골적으로 밝힌 이 대통령의 ‘백년대계’ 발언이 있던 다음날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 들끓었다. 민주당·자유선진당 등 야권은 “정부가 마침내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발끈했고, 한나라당은 10·28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민주당은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이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이던 2005년에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0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행복도시건설법을 만들 때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의원”이라며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 시점이 됐다”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과거 자신과의 면담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한 사실을 상기하며 “자신이 누차 약속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권은 부도덕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행정도시의 중심은 행정기관 이전이고, 다른 자족기능을 갖추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9부 2처 2청의 이전 없는 행정도시는 백지화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그리고 법제화해 추진한 행정도시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능이 이 대통령에게는 없다. 일국의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해선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근혜 “지도자는 약속 지켜야 한다” 반면, 한나라당은 재보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세종시 논란이 가열되자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0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 자리에서 당 지도부는 세종시 논란이 악재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 재보선 이전까지는 세종시 원안 고수를 당론으로 유지한 채 공론화를 막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원안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충청도민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것은 충청도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그분들이 원하는 게 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혀 충청 민심 잡기에 공을 들였다. 한편, 여권 주류인 친이계는 “세종시법 개정으로 가려면 연말에 예산과 함께 강행 처리해야 하고, 박 전 대표가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라며 이미 친박계와 물밑 접촉을 벌이는 등 박 전 대표를 향해 압력을 넣는 양상이다. 친박계 의원 60여 명을 거느린 박 전 대표의 동의 없이는 세종시법 개정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여권 중심부는 논란을 무릅쓰고 꺼낸 ‘세종시 수정’ 카드가 자칫 실패할 경우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추락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물론, 친박계 의원 중에도 2005년 법안 표결 당시 찬성한 사람은 김성조·김학송·유승민 의원 정도뿐이며 “행정 비효율 때문에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당시 법안에 반대한 의원도 “국민과의 신뢰를 깨는 비용이 더 큰 게 아니냐”고 할 만큼, 개인적 소신과 별개로 박 전 대표의 ‘소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론 문제와 관련하여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선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한 “지도자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행복도시법 통과 때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발언에 따른 것이라고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전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보수 진영의 요구 등 정치적 부담이 없지 않지만, 지난 7월 몽골 방문 당시에도 “엄연한 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생긴다”며 원칙론을 주장했었다. 물론, 세종시 문제로 이 대통령과 선명한 각을 세우기엔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기 때문에, “이미 (원안 추진) 입장을 밝혔다”는 기존 발언 선에서 말을 아끼는 ‘침묵’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이 풀어야” 친박계는 세종시 수정 문제를 공공연하게 제기하고 있는 여권에 대해 “장장 1년 2개월 동안 14차례 특위 토론을 거쳐 한나라당이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해 통과시킨 세종시법을 하루아침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며 “정치 소용돌이에 박 전 대표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입장에 따라 친박계는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분산정책 등을 고려해 적절한 절차를 거쳐 충청권이 만족할 만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박근혜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여권의 세종시법 개정에 ‘열쇠’를 쥔 것으로 비치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로부터 입장 표명을 요구받는 등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되자, “(여야 정쟁에) 박근혜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친박계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먼저 대안을 내놓고 여론을 설득하는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은 10월 22일 기자와 만나 “역사적 백년대계를 보고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해야지 박 전 대표와 연관지어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행정수도보다는 수정안이 더 낫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하고 당당하게 충청도민을 설득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열쇠를 쥔 쪽은 정부이지 박 전 대표나 친박계가 아니다”라며 “이 대통령이 우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수정안을 내놓은 뒤 국민과 충청권 주민을 설득하는 게 순서이지 지금은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원안고수’라는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며 “대안이 나오거나 혹은 구체적인 수정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박 전 대표가 의견을 밝힐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발언 수위 높아지는 여당의 ‘수정론’ 그동안 세종시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처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 점점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관찰된다. 처음 운을 띄운 사람은 정정길 대통령 실장이다. 그는 10월 8일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정치부장 세미나’에서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아주 고심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확고한 생각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리가 말을 하면서 온갖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축소 검토는 전혀 없으며, 더 충실하게, 더 좋게 한다는 그 생각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종시 문제는 원안대로 가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행정능률을 생각해보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도 있고, 한마디도 자세히 답변하기 어렵다”며 “충청도민이 섭섭지 않게, 어떻게 해서든 괜찮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론’을 반박하는 듯하면서도 세종시를 경제특구·과학비즈니스벨트 같은 다른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청와대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여당 지도부가 ‘세종시 원안 처리’ 입장을 수 차례 천명하면서 당청 간에 엇박자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그동안 일관되게 ‘세종시 원안 처리’를 강조해온 안 원내대표도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정 실장 발언에 힘을 보태는 등 한나라당도 보조를 맞춰가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안 원내대표는 10월 8일 BBS 라디오 ‘김재원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우리는 원안을 고수하고 있고, 정부가 수정 의견을 낸다면 의원총회를 열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묻고 당내 여론을 듣겠다는 것이지만, 당초 ‘원안 처리’라는 강경한 입장에서 상당폭 후퇴한 것이어서, 사실상 수정론을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심지어 안 원내대표는 “(정 실장의 발언은) 공식적 수정 발표라기보다는, 더 잘사는, 자족기능을 갖춘 시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정 실장의 발언을 옹호하기도 했다. 앞서 10월 6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도 관훈토론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정 총리가 수정해야 한다는 것은 수정 보완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을 통해 세종시 법적 지위를 특별자치시로 만들어 세종시 원안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더구나 정 대표는 행정기관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은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고 (행정부 이전은) 행정부에서 하는 것이므로 행정부가 원안을 많이 반영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의중을 얼마나 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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