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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옥의 ‘사랑의 정치학’ ⑬]생명나눔 2단계 : 장기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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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16호 박현준⁄ 2011.04.04 14:44:09

안명옥 차의과학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피를 나누는 생명나눔(헌혈)에 더해 내 몸의 장기를 기증하는 행동은 이 세상을 하직하며 다른 생명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이다. 예전에 고승들, 사막의 교부들은 죽을 때 자신의 몸 전체를 내어 놓아 자연의 생물들에게 보시했다고 한다. 아직 나는 그 경지에는 못 이르렀지만 장기기증은 할 계획이다. 고령화 등으로 장기이식 희망자는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장기 기증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장기 매매가 영화 주제가 되고, 중국 등 해외로의 원정 장기이식으로 합병증이 늘어나는 사태도 발발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00년 5343명에서 2005년 1만2127명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2010년에는 1만8189명, 2011년 2월말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8598명이다. 평균 대기일 수는 2008년 말 기준으로 1122일(3.1년)이다. 실제 장기이식은 2000년 1306건, 2005년 2086건이었고 가장 최근의 공식통계인 2009년에는 3188건이었다. 증가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길고도 긴 기다림의 시간을 안타깝게 보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뇌사기증 희망자가 적기 때문이다. 뇌사자의 장기이식 통계를 보면 1979년 신장이식으로 시작됐는데 2000년 뇌사자 52명으로부터 장기이식 233건이 시행됐고, 2005년 뇌사자 91명에서 400건이, 2010년에는 뇌사자 268명에서 1125건이 성사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뇌사 추정자는 5000여명이지만 역대 최고의 뇌사기증을 기록한 2010년에도 실제 기증은 268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 스페인 35.1%, 미국 25.5%, 프랑스 22.2%, 이태리 21%, 독일 14.8%이다. 한국은 역대 최고인 2010년도에도 5.4%였다. 그러나 희망의 변화가 보이고 있다. 2009년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시 장기기증을 한 이래 장기기증 희망자가 2009년 최대로 늘었다. 장기기증 희망자는 2000년 5431명에서 점차 늘어 2008년 9만3024명이었지만 2009년에는 20만6884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다시 14만1235명으로 줄었다. 부족한 장기를 찾아 해외로 떠나는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실태파악도 못하고 부작용 피해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대한이식학회에 따르면 중국 등 해외에서 장기이식을 한 경우 합병증 비율이 국내의 4배를 넘는다. 부작용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이식 장기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수술 전후 관리부실 한탓으로 분석된다. 근본적 해결책은 국내 장기기증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장기기증은 생명나눔을 통한 진정한 이웃 사랑이라는 의식을 확산시키는 범국민운동과 함께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 필자는 장기이식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17대 국회의원 시절인 2005년 2월에 ‘장기이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유족의 거부 의사와는 별개로 장기기증 희망자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한편, 신속한 뇌사 판정을 위해 뇌사판정위원회의 절차를 완화하고자 했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일부가 법 개정에 반영됐다. 아쉬운 점은 본인이 뇌사 또는 사망 전에 장기 적출에 동의한 경우에는 가족 또는 유족의 거부와 상관없이 장기 적출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점이다. 미국 등에선 본인의 장기기능 의사가 가장 우선적으로 존중되므로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의 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다른 여러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고 기쁠 수 있을까! 고귀한 생명나눔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부터 장기기증 의사를 바로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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