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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아이 연기하니 얼굴도 어려 보인대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서 늦깎이 초등학생 연기하는 최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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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1호 이우인⁄ 2011.07.18 14:42:06

“예전의 제 (개구쟁이) 모습을 끄집어내려니 쑥스러워 죽겠어요. 헤헤.” 7월 16일부터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에서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16세 소녀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뮤지컬 배우 최주리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상큼했다. 호암아트홀 분장실에서 만난 최주리에게서는 그녀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김종욱 찾기’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입만 열면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오고, 웃을 때 반달 모양이 되는 눈매는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우리 공연 팀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연습이 끝나면 우르르 모여 놀고먹다 보니 이렇게 살만 쪘어요. 그런데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니까 어려 보인다는 말을 갑자기 많이 들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롯데 역을 맡았을 땐 나이 들어 보인다는 소릴 들어서 속상했거든요.” ‘내 마음의 풍금’은 이병헌·전도연 주연의 영화를 원작으로 2008년에 초연된 무비컬이다. 시골학교로 막 부임한 새내기 교사 강동수를 좋아하는 늦깎이 초등학생 최홍연의 아픈 첫사랑과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태권도 사범님을 좋아했어요” 최주리가 이 작품에 캐스팅됐을 때 가장 신경 쓰인 부분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천생 여자처럼 조신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골을 누비던 개구쟁이였다. “저도 홍연이 처럼 시골에서 개구리 잡고 피부를 새까맣게 태우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그러다 주위에서 ‘여성스럽게 굴어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예고를 다니면서 워낙 예쁜 친구들을 많이 보다 보니 성격과 행동을 여성스럽게 고쳤죠.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다시 저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니 너무 조심스러운 거예요. 쑥스럽기도 하고요.” 최주리는 홍연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도 홍연과 판박이다. 뒤에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과 절망을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닮았다. 홍연이처럼 학창시절 선생님을 좋아한 적은 없지만 초등학생 때 태권도 체육관 사범을 좋아한 경험은 있다. “저 나름대론 (사범님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안 들키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분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 뒤로 그분을 본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여자 친구와 걸어가는 모습이었는데 예전과 많이 다르더군요. 원랜 되게 멋있었는데…. 추억은 추억으로 기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극 중 홍연은 동수의 ‘아가씨’란 말에 설레 ‘동수 앓이’를 시작하는데, 최주리도 자신을 설레게 하는 말이 있다며 “내 이름 ‘주리야~’를 불러줄 때”라고 말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제 이름을 불러주면 기분이 색달라요. 상대방과 급격히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은 거 있죠.”

짝사랑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홍연처럼 최주리도 세 번의 짝사랑을 경험했다. 대학생 때 좋아하던 친구에게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고백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며 “정말 창피하고 한동안 혼자 가슴앓이를 했지만 그래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짝사랑과 둘이 함께하는 사랑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는 질문에는 “물론 남녀가 연인이 되면 짝사랑할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성격차이 같은 트러블도 생기고 그로 인해 상처도 받지만 당연히 나는 함께하는 사랑이 좋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팀 오빠는 순수 그 자체예요” 올해 네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내 마음의 풍금’의 연출은 뮤지컬 배우 오만석이 맡는다. 최주리는 오만석과 대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관계다. 그녀와 오만석은 대학교 축제 때 처음 보고 이번 작품을 통해 두 번째로 만났다. “축제 때 (오만석) 선배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했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당시 학교에서 일하느라 선배와 같이 놀지는 못했죠. 선배는 아마 제가 어떻게 생긴 애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거예요(웃음).” 이 작품의 오디션에서 오만석으로부터 ‘네가 학교 후배이기 때문에 캐스팅할 때 더 조심스럽고 고민된다’는 말을 듣고 오디션에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는 최주리는 “막상 캐스팅이 된 다음엔 의아했다”며 “배우로 같이 서는 무대도 아니고, 연출자와 배우의 입장이면 더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오만석에 대해 그녀는 “연출과 배우에게 대화는 매우 중요한데 선배가 딱 그런(배우와 대화를 자주 하는) 연출”이라며 “직접 연기하는 분이어서 그런지 직접 몸으로 보여줄 때도 많다. 그래서 연기하기가 더 수월하다”고 평했다. 최주리의 짝사랑 상대인 강동수 선생은 가수 팀과 뮤지컬 배우 김승대가 번갈아 연기한다. ‘누가 더 강동수 같냐’는 질문에 최주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팀의 손을 들어줬다. 그녀는 “팀 오빠는 순수 그 자체다. 나와 주로 파트너를 이루는 승대 오빠도 팀 오빠의 순수함을 인정했다”며 “팀 오빠가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유분방하긴 하지만 사람 자체는 정말 순수하다. 남한테 쓴 말 할 줄 모르고 혼자서 끙끙대는 스타일인데 나랑 닮았다”고 극찬했다. 그런가 하면 라이벌 선우와 서영에게는 묘한 질투심을 드러내는 그녀다. KBS2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세를 탄 선우와 글래머 배우 서영은 강동수의 사랑을 받고 홍연에게 질투를 사는 양호선생 양수정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경쟁의식요? 전혀 없어요. 왜냐면 처음부터 경쟁이 안 되니까요. 그분들은 키와 몸매 모든 게 월등하잖아요. 사진 촬영하는 날 그들을 처음 만났는데, (정)운선 언니와 그만 주저앉아 버렸어요. 일어나면 우리 (작은) 키가 들통 나니까. 나중에 양수정과 홍연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에서 그들과 나란히 서는데, 그때 ‘정말 나는 홍연이가 될 수밖에 없구나’를 절감했죠. 하하.” “뮤지컬 배우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올해로 데뷔 3년 차 뮤지컬 배우 최주리는 첫 작품부터 주인공을 맡으며 안정적인 연기 인생을 살고 있다. ‘색즉시공’ ‘스페셜레터’ ‘김종욱 찾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적인 하룻밤’ 그리고 ‘내 마음의 풍금’까지 그녀는 앙상블 경험 한 번 없이 뮤지컬 스타의 길을 앞만 보고 달리는 중이다. “제가 생각해도 저는 진짜 대박 행운아예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때 김민정 연출님이 ‘너는 앙상블을 할 수가 없다’며 ‘앙상블을 하기엔 저질 체력이다. 앙상블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아냐’고 하시대요(웃음).” 연약해 보이지만 최주리의 어릴 적 꿈은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다. 5살 때부터 태권도를 접한 그녀는 학창시절 못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들을 지키던 정의의 여학생이었다. 태권도 선수가 아니면 경호원, 군인, 경찰이 되려고 했다는 그녀는 자신이 배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배운 춤의 매력에 빠지고, 친구의 추천으로 안양예고 시험을 치르면서 최주리의 인생은 180도 다른 길을 향했다. 예고 친구들과의 생활은 그동안 그녀가 접해오던 것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재능을 타고난 친구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습 벌레로 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춰 서보니 지금의 위치에 있었다. “하고 싶은 작품은 딱히 없어요. 우리나라 작품은 남자배우에 대한 폭은 넓지만 여배우 역할에 대한 폭은 좁아요. 그런 면에서 ‘김종욱 찾기’와 ‘내 마음의 풍금’은 여배우에게 정말 좋은 작품이죠. 수많은 작품 중에서 여배우가 끌어나가는 작품 두 개를 했다는 데 만족해요.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내 마음의 풍금’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어? 최주리한테 이런 느낌도 있네? 하는 거”라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롯데와 홍연이는 정말 다르지만 두 여자 모두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데 이에 앞서 내가 작년에 ‘내 마음의 풍금’을 처음 보고 느낀 작품 자체가 주는 감동과 매력을 관객에게 알리고 싶다. 보는 내내 편안하고 공연을 보고 난 뒤에는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관객들도 꼭 느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최주리는 ‘내 마음의 풍금’과 함께 연극 ‘극적인 하룻밤’ 앙코르 공연에도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개막일이 7월 16일로 같다. 그녀는 ‘극적인 하룻밤’에서 사랑에 저돌적인 여자를 연기한다. 두 작품의 병행에 대해 최주리는 “‘극밤’은 앙코르 공연 개념이라서 나는 무대에 몇 번밖에 서지 않는다”며 “참여도 후반부에나 하기 때문에 ‘내 마음의 풍금’과 겹칠 리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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