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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가 충격적이라고? 현실은 더 잔인했다”

[인터뷰]공지영, 소설 ‘도가니’ 집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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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2호 김금영⁄ 2011.10.04 13:31:15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아이들입니다.” 영화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 배우 공유가 청각 장애인 아이 사진을 들고 울부짖으며 하는 말이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도가니’는 장애인 학교 교직원들이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5년 동안이나 벌인 성폭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못 본 척 하고 들리지 않는 척 하는 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이가 누군지 영화 ‘도가니’는 묻고 있다. 그렇다면 소설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 ‘도가니’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사람들을 분노와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9월 19일 용산 CGV에서 인터파크가 주최하고 진행한 시사회에서 공지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화 ‘도가니’의 원작 소설 작가로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요? “이번이 세 번째로 영화를 본 것인데 계속 마음이 아프네요.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에 영화를 볼 때는 배우 공유 씨를 보느라 바빴고요(웃음). 두 번째로 볼 때는 정유미 씨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에 눈이 많이 갔어요. 이번에는 악역들에게 눈이 가네요. 볼 때마다 새로운 것 같아요.” - 소설 ‘도가니’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제가 ‘도가니’를 쓰게 만들었던 기사의 한 문구에요. 3년 전 장애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던 학교로 취재를 갔을 때는 이미 가해자들은 가벼운 형량을 받고 성폭행을 당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망연자실한 상태였어요. 솔직히 저는 이 사건에 무심히 한 발을 디뎠는데 막상 발을 담그고 나니 너무 엄청난 사건이라 놀랐습니다. 제 소설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어요. 또한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겼기에 글을 쓰게 됐지요. 2년 전에는 민주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상류층 사람들의 잘못을 조금씩 봐주는 현실을 우려하며 소설을 썼어요. 그때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힌 것과 달리 지금은 영화로 만들어지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 작가로서는 행복하지만 시민으로서는 불행하네요.” - 영화 ‘도가니’의 수위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요. “아이들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에서 수위가 높지 않느냐는 말이 많은데 실제 사건은 폭력 수위가 더 잔인하고 야만적이어서 혐오감에 치를 떨 정도였어요. 그 실상을 고스란히 담기에는 너무 충격적이라 수위를 낮추고 피해자도 줄여 참혹한 실상의 반 정도만 소설에 담았지요.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질 때 황동혁 감독님께서 소설조차도 수위가 높다고 다시 수위를 반으로 낮췄어요. 영화 ‘도가니’가 불편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추하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을 이용해 약자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처절한 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우리가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도가니’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소설과 영화에서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이 문구는 소설 연재 당시에도 많이 회자됐는데요. 사회에서 소외받는 약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고 싶었어요. 제가 소설을 쓰고 가장 많이 받는 오해가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서 쓴 것’이라는 것과 ‘피해자들을 위해서 썼다’는 것인데 저는 제 자신을 위해 썼습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행복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글을 쓰는 저 나름의 방법으로 현실을 전달하고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자 한 것이죠. 많은 분들이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기를 바랍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영어 공부 등 스펙 관리에 힘을 쏟는 경향이 있는데 어떤 고시를 패스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까지 세편이나 영화로 제작됐는데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특히 어떤 영화가 가장 인상 깊었나요? “다 인상적이에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처음으로 만들어졌던 영화라 신기했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잘생긴 강동원 씨 덕분에 행복했습니다(웃음). ‘도가니’의 경우 감독님께서 제가 의도했던 점들을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모두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를 ‘도가니’에서 다룬 것 같습니다.” - 소설 ‘도가니’와 영화는 결말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소설에서 풀지 못한 일종의 사회적 약자의 복수를 보여주며 조금이나마 감정적 해소를 하고자 한 것인가요? “소설과 영화는 다른 장르의 매체입니다. 소설에서는 어떤 사건이 한 줄로 끝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 과정을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소설보다 많은 것을 풀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스토리 라인이 단순해질 수도 있지만 강렬하고 명쾌하다는 강점이 있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웃음). 결말의 경우 제가 감정적 해소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고 감독님의 바람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도가니’가 영화로 만들기 녹록한 작품은 아니거든요. 힘들다고 황동혁 감독님께 욕(?)을 들은 적도 있어요(웃음). 제가 소설로 이야기를 풀며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것처럼 영화도 사람들의 눈을 잡아끄는 요소가 있지요. 그것을 감독님께서 포착하셨고 나름 잘 풀어내셨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는 허용해 드려야죠(웃음).” - 새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은데 ‘도가니’ 이후 새 작품은 언제 선보일 예정인가요? “어떤 작품이든 ‘사회적’인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렇게 풀어왔고요. 이번에는 소설가들의 난제이자 저도 가장 다루기 어려워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올해 겨울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금은 영화 ‘도가니’ 홍보대사로 많이 바쁜데요(웃음). 영화 ‘도가니’는 엔딩 크레딧이 길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 끝에 탄생했거든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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