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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교수의 sexology]섹스, 바르게 알고 당당하게 즐겨라

인터넷 시대에 성 정보 범람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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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2호 박현준⁄ 2011.10.04 13:41:35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성은 마치 대양과 같아 그 폭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고도 한다. 그 속에는 사랑도 친밀감도 있지만 미움도 괴로움도 있고 우리는 이들을 몸, 마음 아니 영혼으로까지 느껴야 하기 때문에 황홀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생명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마디로 성은 좋은 것이다. 성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이며, 인격 그 자체이기도 하다. 만일 우리에게 성이 없었다면 삶이 얼마나 그 의미를 잃고 삭막해졌겠는가? 우리는 성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가질 권리가 있는데 오랫동안 사회가 이를 게을리 하다가 갑자기 인터넷 시대에 돌입하면서 성 정보가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자연스럽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데에는 오히려 어려움만 더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21세기의 문턱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며 과연 성에 대한 어떤 가치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성적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 중의 하나로서 우리는 자신의 올바른 성 표현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성이 계속 그 표현이 제한돼야 하고 비밀스러워야 하며 우리가 갖고 있는 보수적·도덕적·문화적 가치를 그대로 지켜야 할지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 외국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성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지만 결코 자신의 성에 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성에 있어 가장 큰 적은 ‘침묵’이다. 침묵이란 그저 조용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안 하거나 하고 싶은 표현을 감추는 것이기도 하다. 성은 근본적으로 건강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육체적·정신적·심리적 및 사회적으로 건강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은 온전히 학습된 경험에 의존하기에 성에 대한 그릇된 지식은 우리의 성 건강을 해친다. 외국에서는 벌써 100년 가까이 일간지에서마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성상담이다. 이를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하며 쉽게 성에 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권의 단행본조차 찾기 힘든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워 그동안 여성들을 대상으로 상담한 내용들을 기초로 필자가 쓴 ‘섹스 카운슬링 포 레이디’ 중 한 상담 내용을 소개한다. 문 : 저는 아직도 10대입니다. 중 3때 처음 성 관계를 가졌고 임신까지 했었습니다. 어린 나이라 그땐 이렇게 후회되는 건지도 몰랐습니다. 아이를 낙태하고 그리곤 그담부터 전 막 나가게 됐습니다. 남자도 많이 만나 성관계도 자주 하고 그것도 중독인지 혼자 있을 때는 자위도 많이 했고요. 가끔 질에서 피도 나곤 했지만 거의 괘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중에 애기 못 가지면 어떡하나’ 고민이 됩니다. 그렇게 문란한 짓을 하고 다녔으니 나중이 걱정되네요. 너무 염치없지요? 성관계랑 자위를 많이 해서 혹시 질이나 자궁에 상처가 있지 않을지, 아이는 영영 못 갖게 되는 건지, 치료를 못하는 건 아닌지 괴롭습니다. 답 : 인간의 생명과 영혼은 매우 소중합니다. 그 소중한 가치에 비하면 당신의 과거 일이 얼마나 대단한 거였다고 그렇게 자기를 비하하는 말을 합니까? 더구나 이제 지난날을 후회하니까 더 이상은 본인 말처럼 막 나가시는 삶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글을 쓰신 것은 이미 회개를 의미합니다. 새 사람이 되세요.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란 말 아세요? 내가 살고 있는 집 같은 거예요. 우선 마음의 평온부터 찾으세요. 무엇보다도 마음이 중요하니까요. 우리 삶의 의미도 생각해 보고,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도 생각해보고, 내가 뭘 할 건지도 생각해 보고, 과거가 중요한지 미래가 중요한지도 생각해 보고 이 넓은 우주 속에서 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세요. 진리의 차원에서 보면 지금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의 옛 선조들마저 ‘지자하자호(知者何者乎)’라고 아무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결코 사회, 문화, 가치의 희생자가 돼서는 안 됩니다. 자살 폭탄을 안고 여인들과 아이들이 북적이는 시장에서 터트린 어처구니없는 범죄자도 자기는 진리의 편에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픽션이지만 춘향은 남편도 아닌 남자에게 정절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지만, 아나벨 총이란 여대생은 순전히 기네스북에 오를 목적으로 10시간 동안 계속해서 251명의 남자와 관계를 갖지 않습니까? 성학에서 제일 중요시하는 것이 ‘여기 지금 (here and now)’입니다. 과거는 역사고, 미래는 불확실하고 제일 중요한 것이 지금이라는 얘기지요. 조금 어려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현재 이외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며,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당신 앞에 있는 사람과 서로 사랑하는 일’이라고 한 톨스토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우리 성 학자들은 이 말을 알아듣습니다. 만일 내일이 없다면 오늘을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있었던 과거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것들은 이미 당신의 일부도 아니고 당신의 삶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게 됩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얽매여 살거나 또는 그것이 타성처럼 되어 그와 같은 삶을 중독자처럼 계속하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그리고 남자들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아직도 당신이 여성으로서 문란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한 생활을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들은 얼마나 덜 죄의식을 느끼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그들은 때론 그런 과거를 자랑삼아 떠들기조차 하지 않습니까? 지금이 남녀가 그렇게 달라야 하는 시대인가요?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라도 자주 보면서 그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세요. 얼마나 소중한 당신입니까? 당신이 없으면 우주도 없는 건데 그만큼 귀중한 존재인데 무엇이 두렵습니까? 당분간만이라도 그러니까 한 2~3개월만이라도 지금의 생활을 철저히 바꾸면서 미래를 재설계했으면 합니다. 독서도 많이 하고, 연극과 뮤지컬을 보는 등 문화생활도 하면서 외모가 달라질 정도로 내적 아름다움을 키우세요. 만일 주변의 사정 때문에 마음대로 안 되면 전학을 하던, 이사를 가던, 유학을 가던 지금 그대로의 모습은 버려야 합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등 다른 것들은 그 다음에, 아니 결혼한 뒤 정말 임신이 잘 안되면 그 때 알아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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