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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예술 감독 “다시 태어나도 지휘봉을 잡겠습니다”

국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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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45호 김금영⁄ 2011.10.24 13:52:30

- 국립합창단 상임 지휘자이자 예술 감독으로 부임했는데 간단한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7월 13일부로 국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임명 받은 이상훈입니다. 저는 국립합창단원 출신으로서 1984년부터 1989년까지 근무했습니다. 그 뒤 독일로 유학을 가서 독일 음대에서 합창 지휘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한 뒤 돌아왔지요. 여러 과정을 거친 뒤 현재 국립합창단으로 오게 됐습니다. 합창 지휘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한국을 대표하는 합창단을 지휘하게 돼서 너무 영광입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때 막연히 ‘나도 지휘봉 잡을 날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맡게 되니 기쁘지만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웃음).” - 취임 첫 무대로 ‘엘리야’를 선보였는데,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요?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었습니다. 합창 공연 만으로 객석을 채우기는 힘듭니다. 특히 예술의 전당은 2000석 정도이기 때문에 더 버겁죠. 하지만 2000석 가까이 좌석이 찼습니다. 국립합창단이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더불어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더 풍성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또 최근에 끝난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청춘 합창단’을 보고 합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 ‘남자의 자격-청춘 합창단’ 편을 어떻게 봤나요? “합창이 가진 기본적인 장점은 바로 노래를 좋아하는 심성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합창이 주는 감동을 잘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인들이 음악이라는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르가 ‘합창’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더라도 좋은 지휘자가 있으면 잘 따라갈 수 있지요. 지난해 ‘남자의 자격-합창단’ 편에서는 박칼린이라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잘 끌어줬습니다. 올해는 윤학원 지휘자가 멘토로 참여하면서 단원들도 길을 잘 찾은 것 같습니다. 합창이 주는 감동과 더불어 리더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요? 음악 쪽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있다면?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음악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기 힘들다고 제가 음악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죠(웃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저절로 마음이 가더군요. 중학교 때도 교회에서 어른 성가대에 같이 껴서 노래를 하고, 반 대항 합창 지휘도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아예 합창단 지휘에 나섰죠. 지휘는 음악에서 가장 광범위한 지식을 요구하는 장르에요. 저는 대학교 안에서 합창단을 직접 만들어서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어려운 곡들을 연주하다 보니 지휘에 대해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독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돌아왔죠.” - 독일에서도 공부를 했는데 한국의 음악과 어떻게 다르던가요? “독일의 음악은 화려하거나 과시하지 않고 실생활과 어우러져 있더군요. 또한 구조적으로 튼튼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전보다는 나아졌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음악이라는 장르가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외국에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듣고 우리나라에 와서 같은 곡을 듣는데 마치 장송행진곡을 듣는 느낌을 받아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립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음악을 가르칠 때 음악 본연이 가진 기쁨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감정을 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청중들도 원치 않아요.” - 대중가요가 아닌 클래식 등의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음악과 친숙해지려면? “익숙한 곡을 합창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를 10월 27일 ‘새로 편곡된 한국가곡과 민요의 밤’에서 선보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리듬을 보여주기 위해 신진 작곡가들에게 편곡을 맡겼어요. ‘가요도 합창으로 부르니 괜찮네’ 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주회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수준은 올라갔지만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은 아직 적어요. 문화적인 마인드도 함께 성장해야죠.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누구나 신나게 노래를 하죠. 그렇게 함께 노래하고 듣고 싶은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다양한 연주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때로는 듣기 쉬운 곡을 연주하더라도 정통 음악이 지닌 어렵고 긴 곡 또한 대중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감동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 자신이 생각하는 ‘지휘자’의 위치란 무엇인가요? “독일어로 합창 지휘자를 ‘코얼라이터(Chorleiter)’라고 합니다. ‘코얼’은 ‘합창’, ‘라이터’는 ‘리더’를 뜻하죠. 지휘자는 이 시대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리더’가 돼야 합니다. 혼자 합창단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단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줘야 하죠. 지금도 합창단원들에게 ‘다양한 팔색조가 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하나가 돼라’고 요구하면 개개인의 장점이 희생될 때가 많아요. 시간이 걸리고 더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개인이 지닌 고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 그 개성들이 단체 안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런 인간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 좋은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훈 합창단’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단원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지휘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넓게 공부해야 합니다. 지휘는 테크닉이 다가 아니에요. 악기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분석도 해야 하고, 작곡도 해야 해요. 소위 잘 활동하고 계시는 지휘자 분들은 다양한 장르를 공부해서 많은 것들을 알고 계십니다. 폭넓은 지식에 놀랄 정도로요. 다양한 언어에도 익숙해야 합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평생 공부할 각오를 해야 해요. 계속해서 새로운 음악이 나오기 때문에 한 번 공부한 것으로 계속 우려먹을 수는 없습니다.” - 무대에서 실수하면 어떻게 대처하나요? “제가 그래도 임기응변에 강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다행인 것은 무대에 섰을 때 가장 집중이 잘 돼요. 연습할 때는 실수도 하고 그러는데 무대는 지휘자의 단 한 번의 실수가 무대를 망칠 수 있기에 최선을 다하죠.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 다시 태어나도 음악의 길을 걷고 싶나요? “왠지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네. 당연히 음악을 할 것입니다. 음악은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함께 나누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 ‘나눔’의 길을 걷기 위해 지휘자 길을 또 걸을 것 같아요(웃음).” - 국립합창단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고 싶나요? “3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창작곡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의 곡을 그대로 노래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곡을 세계에 알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악보의 우리나라 말 가사에 영어식 발음 토도 달을 예정이에요. 외국의 합창단도 부를 수 있도록 말이죠. 두 번째로는 음반을 많이 남기려고 합니다. 국립합창단이 내후년 40주년을 맞는데 음반이 거의 없습니다. 세 번째로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싶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 합창단과 교류와 협연을 하며 국립합창단을 세계에 내놓으려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감동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기본 과제이지요. 이것만으로도 국립합창단 임기 3년 동안 바쁘고 벅찰 것 같네요. ‘국립’이라는 브랜드가 허울에 그치지 않고 가치를 높여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국립합창단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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