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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식 골프 세상만사]골프를 어렵게 하는 몹쓸 ‘기억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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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8호 박현준⁄ 2013.05.27 11:19:22

오랜만에 옷장정리를 했다. 그런데 정리한지 꽤 오래된 터라 작지 않은 옷장에 양복을 비롯해 많은 옷들이 틈이 없을 정도로 걸려 있다. 옷이란 것이 사실상 모두 입을 것도 아닌데 버리긴 아깝고 귀찮아서 그냥 놓아둔 꼴이 지저분하다. 또 문제는 입을 만한 옷조차도 찌들어 눌려 있어 바로 꺼내 입을 수 없는 상태인 것 같다. 그저 털털하게 닥치는 대로 걸치고 다녀도 되지만, 이는 옷을 산 이유와 필요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옷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스스로 밟아 버리는 꼴이기도 하다. 분명 일 년이 다 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도 수두룩하다. 성격이 칼 같지 않고 애착이 강하다 보니 아직은 쓸 만하다고 생각되거나 언젠가는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옷들이다. 골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번 애착을 가진 것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수없이 낭패를 보기도 하는 골프에서는 정작 고쳐지지 않는 것이 심각하게 문제로 다가온다. 경험에 대해서 확실하게 리마인드가 안 되는 운동이 바로 골프이기 때문이다. 매번 위험에 대한 감지와 스윙에 대한 기억이 나의 경우에는 그 유통기한이 극히 짧은 것 같다. 돌아서면 잊어버릴 정도로.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붕어 주둥이에 낚싯바늘이 꽂혀있거나 찢긴 상처가 있는 붕어를 낚아 올리는 때가 있다. 이 붕어는 언젠가 낚싯바늘에 혼쭐이 난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고통의 기억에도 불구하고 붕어는 또다시 낚싯바늘을 물었다. 골프에서 내가 그렇다. 분명 엊그제 비슷한 상황에서 오비로 망신을 당했거나 혼쭐이 났었다. 한데 똑같은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니 내가 붕어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기억에 대한 논리나 의학적 지식은 차치하고라도 단순히 본능적 욕구로만 본다면 분명 붕어와 다르지 않은 뇌 조직인 것이다. 이런 자기비하적인 사고 후에 골프를 생각해보면 과연 이것을 계속해야 하는지 부터 따져보아야 할 노릇 아닌가? 그런데 이런 자기반성도 없이 골프를 수십 년간 해대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왜 그럴까? 다른 일에서는 경험의 각인으로 반성과 각성 그리고 발전을 도모하는데 말이다. 참 이상하기도 하다. 무언가 분명 골프 안에 숨어있는 게 분명하다. 그 정체가 망각이라 생각했다. 생각과 논리를 앞서는 본능적 망각! 다른 스포츠에서는 보기 어려운 골프만의 뇌 메모리 창고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나의 옷장과 다르지 않다. 이미 꽉 차있어 정말 필요한 것조차 쉽게 꺼내 쓰기 어려운 묘한 창고…. 그러나 찾아보면 그 안에 원하는 것이 분명히 있는 아리송한 창고…. 이게 골프의 ‘기억창고’다. 문제는 그 창고에서 원하는 것을 골라 끄집어내는 일이다. 골라내도 적절히 정렬해 적용시키는 데 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런데 필드에서만은 그 여유란 것이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간단히 필드에서 옳게 꺼내 쓰려면 부단한 숙련이 필요하다. 여기에선 일말의 감정이입도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티끌만큼의 감정이라도 개입된다면 옳은 기억을 꺼내 쓸 수가 없다. 그래서 골프가 어렵다. 감정이 개입되어도 적당한 결과를 얻으려면 부단한 연습으로 습관화시켜야한다. 말 그대로 자동 빵으로 나오는 메모리가 되어야한다. 20년을 넘게 골프를 쳤으니 이제 창고가 꽉 차 있을 테고, 부지불식간에 조건반사적으로 꺼내 쓸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하는 나를 알 수 없다. 아니 골프를 알 수 없다. 참으로 몹쓸 기억창고가 있다. - 강명식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푸른요양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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