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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만화 법률]종교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헌법에도 종교와 정치 분리 규정, 종교 갈등 없는 한 해를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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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9호 글·고윤기 (정리 = 김금영 기자)⁄ 2013.12.31 18:53:11

 

▲고윤기 변호사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정 종교의 기념일인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 아닐까요?

크리스마스와 부처님오신날은 해당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경건한 날이면서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휴일입니다. 특정 종교의 기념일을 대한민국의 공휴일로 정한 것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가 가지는 신도의 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와 부처님 오신 날은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서, 대중적으로 휴일이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날에는 종교에 관계없이 서로를 축복하는 훈훈한 날입니다.

올해 종교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종교인 과세법’입니다. 소득세법을 개정해 종교인들에게도 소득세를 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종교인 과세’는 매 정권 마다 계속 논의돼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교인에 대해 비과세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음에도 종교계의 정치적인 영향력 때문에 관행상 세금을 물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일부 종교는 세습화되고 종교 단체를 통한 횡령, 탈세, 배임 등의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종교인에게도 공평하게 과세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고, 올해 국회에서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됐습니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15년부터 종교인 소득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 소득으로 분류해 과세가 이뤄지는데, 현재 정치권과 종교계에서 여러 가지 법의 세부 사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습니다.

물론 종교계에서는 상당히 반발하고 있으나, 국민들의 눈이 두려워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종교의 자유는 종종 현실의 법률과 충돌이 되기도 합니다. 종교적 신념에서 한 행동이 현행 법률에 위반돼 처벌받은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 중에 사회적으로 많이 문제가 됐던 사례들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안수기도사건

우리는 TV에서 가끔 종교단체에서 안수기도를 해 사람이 죽었다는 기사를 접하곤 합니다. 원래 안수기도란 신부님이나 목사님이 기도 받는 사람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가끔 변질돼서 몸이 아픈 사람 몸속에 사탄이 들어있다고 하면서 이 사탄을 쫓아내기 위해 심하게 구타하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경우 우리 법원은 중과실치사죄 또는 폭행치사죄라는 죄명으로 처벌합니다. 때리는 사람은 정말 죽일 생각이 없었고 종교적 힘을 빌리기 위해 그랬다고 하더라도 일반 사회통념상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기도를 받는 사람이 안수 기도를 받겠다고 승낙을 했겠지만,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처벌됩니다.

수혈거부와 병역거부 사건

초등학교 고학년의 여학생이 전격성 간염에 걸렸습니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들이 현재로서 최선의 치료방법은 수혈을 받는 것이라고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는 여OO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었는데, 이 종교의 교리상 수혈을 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는 종교의 교리를 지킬 것인가 딸을 살릴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종교의 교리를 따르기로 합니다.

엄마는 딸이 수혈 받는 것에 대해 병원에 동의서를 써주지 않았고, 물론 딸은 죽었습니다. 이 경우 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엄마는 무슨 죄에 해당할까요? 우리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험한 장소에 그냥 두고 떠난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서 유기치사죄(딸을 방치해서 죽음이 이르게 함)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딸이 죽도록 방치한 엄마는 종교의 자유, 정당행위, 대체치료의 가능성 등을 주장하며 무죄를 다투었지만, 아무리 종교적 신념하에 한 행동이라도 우리나라의 국민감정과 법률상 이런 행동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 외에도 위 종교의 경우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데요, 보통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따르면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이 병역법 조항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사실이 있고, 현재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지에 대해 헌법 재판소에서 심리하고 있습니다.

종교에 따른 양심적 자유를 이유로 군 입영을 거부한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왜냐하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피고인은 현역병이 아닌 제2국민역으로 편입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징역 1년을 선고할 경우, 군 입영을 거부한 사람은 1년의 징역을 마친 후에 다시 군대를 가야하고, 또다시 입영을 거부할 경우 다시 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일률적으로 위와 같이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수혈거부와는 달리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병역 대신 복지시설, 병원 등 다른 곳에서 근무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대체 복무제’ 등이 논의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적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이러한 대체복무제가 형평성에 반할 우려가 있고, 일부 특정 계층의 악용가능성 때문에 도입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종교적 신념과 현행 법률

모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성남시 축구단에 대해 개신교의 일부 인사가 성남시에 압력을 행사하여 한동안 축구를 하기 어려워졌던 사건도 있었고, ‘단군상 훼손’사건 등 종교적 갈등이 물리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와 유전자 게놈 프로젝트 같은 생명 과학에 대해서도 종교적인 관점에서 많은 비판과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종교증오범죄 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운동도 있었고, 종교행사서 성직자가 정치적인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의 권리이고 지켜져야 하지만, 종교의 자유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실정법에 위반해서는 안 됩니다. 부디 2014년 한해에는 종교 갈등 없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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